충격적인 결과였다. 개막전 상대는 선수와 감독을 포함해 무려 19명의 리빌딩이 이루어진 승격팀이었다. 하지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압도하지 못했다. 95분, 알라베스의 주장 마누 가르시아에게 기습적인 중거리 슛을 허용하며 1대 1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93분에 어렵게 PK 골로 리드를 잡은 아틀레티코의 입장에서 이보다 더 허무할 수 없었다.
주목할 것은 경기 기록이다. 이날 아틀레티코는 무려 20번의 코너킥 기회를 얻었으나 한 차례도 골로 연결하지 못했다. '세트피스의 강자' 아틀레티코 입장에서는 굴욕적인 기록이다.
라울 가르시아, 주앙 미란다, 마리오 만주키치. 이 선수들의 공백이 느껴진다. (사진 : 블리처리포트)
아틀레티코가 세트피스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시기는 그리 오래전이 아니다. 2014-15 시즌, 아틀레티코는 리그에서 넣은 67골 중 무려 35골을 세트피스 기회에 넣었다. 헤딩에 일가견이 있는 디에고 고딘을 비롯해 공중볼 스폐셜리스트 라울 가르시아, 여기에 큰 키를 무기로 가진 주앙 미란다, 마리오 만주키치까지. 고공 축구에 큰 강점이 있는 선수들이 다양하게 구성돼 있었다. 매년 에이스들이 빠져나가 전력에 큰 출혈을 앓았던 아틀레티코는 당시에 세트피스 기회를 효율적으로 살리며 중요한 순간마다 재미를 봤다. 특히 하위권 팀과의 대진에서 원하는 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믿음의 세트피스'는 대부분 아틀레티코의 편이 돼주었다.
하지만 2015-16 시즌에 접어들며 더는 아틀레티코에 '세트피스의 강자'라는 칭호는 붙지 않았다. 리그에서 터트린 63골 중 세트피스 기회에서 넣은 골은 12골에 불과했다. 35골을 터트린 전 시즌에 비해 무려 20골 이상이 줄어들었다.
이유는 무엇일까? 고공 공격에 큰 강점이 있는 선수들이 대거 빠져나간 게 주요 원인이다. 라울 가르시아, 미란다, 만주키치가 모두 팀을 떠난 탓에 세트피스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선수는 '디에고 고딘'이 유일해졌다. 동료 센터백 호세 히메네즈, 스테판 사비치, 문전에서 빠른 움직임을 가져가는 페르난도 토레스, 앙투앙 그리즈만이 있긴 했지만,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뚜렷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 시기 아틀레티코의 공격이 더욱 빨라지고 시원시원한 돌파가 이루어지는 쪽으로 달라지긴 했으나 그만큼 고공 공격에서의, 특히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위력은 상당히 떨어졌다.
올 시즌 역시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영입생 '케빈 가메이로'는 172cm의 키를 가진 선수로, 공중볼을 장악하는 유형의 선수와는 아무래도 거리가 있다. 알라베스전과 비슷한 상황은 올 시즌 내내 반복될 수 있다. 여전히 아틀레티코에는 고공 공격에 강점이 있는 선수가 적고, 그만큼 세트피스 상황에서 이전만큼의 기대를 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아틀레티코는 2017년 겨울 이적시장부터 1년간 선수 영입이 불가능하다. 생각보다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아쉬움이 오래갈 수 있다는 것이 우려스럽다.
시작부터 아틀레티코는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와의 승점 차가 벌어지게 됐다. 올 시즌만큼은 득점력을 보완하리라 굳게 마음을 먹은 아틀레티코지만,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파괴력이 떨어진다면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