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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 시반의 특이한 사례: 게이 팝 스타가 필요한 이유

2016년 초에 나는 벨로 맥에 ‘트로이 시반의 필연적 부상’이라는 글을 썼다. 팝계의 대담하고 신선한 신인을 칭찬하며 그가 주류에서 인기를 얻을 운명이라고 예측하는 글이었다.

모르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면 트로이 시반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유튜버로 출발해서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그의 멋진 일렉트로-R&B 데뷔 앨범 ‘Blue Neighborhood’는 작년 크리스마스 직전에 발매되었고, 롤링 스톤은 즉시 이 재능있는 21세 뮤지션을 ‘당신이 알아야 할 10명의 신인 아티스트 중 하나’라고 불렀다.

이 앨범 발표 전 트로이는 2014년에 EP ‘TRXYE’를 , ‘Blue Neighborhood’라는 뮤직 비디오 3부작을 발표했다. ‘WILD’, ‘FOOLS’, ‘TALK ME DOWN’ 세 곡이었다. 아름다운 세 뮤직 비디오는 어린 시절의 우정이 금지된 비극의 로맨스로 변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소년이 소년을 만나는 이러한 대서사시는 팝의 세계에서는 드물다. 미국에서 나오기엔 너무 대담한 것일 수도 있다.

트로이는 그때나 지금이나 독특하고 신선한 목소리다. 톱 40 라디오에 들어가 자신과 같은 다른 아티스트들을 위해 문을 열어줄 수 있다. 탁월하고 설득력 있는 싱어/송라이터인데 커밍아웃한 게이인 아티스트를 말하는 것이다.

올해 트로이는 주류에 들어가려고 애쓰는 아티스트에겐 적절한 매체 출연 분량을 얻었다. 엘렌더 투나잇 쇼에도 등장했다. 역동적이고 시적인, 스냅챗 세대를 위한 주제가인 공식 데뷔 싱글 ‘Youth’로 일부 라디오에서 톱 40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리고 ‘Youth’의 공식 뮤직 비디오가 나왔는데 조금 다른 느낌이 전해졌다. 젊은이들이 바보 같은 짓을 하며(케어 베어 무더기 속에서 포옹을 한다!) 노는, 크리스마스 조명을 켠 집에서 열린 파티가 배경이다. 영상은 단순하고 괜찮다. 쓸 만하다. 그러나 일부 행동들, 특히 조심스러운 편집은 안전하게 느껴진다. 비디오 내내 트로이는 금발 소년과 유혹하는 시선을 교환한다. 둘이 얼굴을 맞대고 이들이 과연 할까 안 할까 하고 시청자들을 애태우는 장면도 잠깐 나온다. 그늘진 복도에서 키스하는 양성적 외모의 커플처럼, 파티의 다른 사람들은 스킨십을 하는데 트로이와 금발 소년은 키스를 하지 않는다. 마지막에 함께 다른 방으로 들어가며 끝나기는 하지만 말이다(아마 화면에 나오지 않는 사적인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인가보다).

‘Blue Neighborhood’ 3부작의 대담한 내러티브에 비하면 이 비디오는 조금 물러선 느낌이다. 그의 섹슈얼리티를 누그러뜨리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그게 의심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다음 사실을 고려해 보라.

‘WILD’가 올 여름에 후속 싱글로 발매되었지만 누군가가(어쩌면 레이블?) 다른 신인 알레시아 카라의 노래를 추가해 앨범 버전을 재작업하기로 했다. 그 결과 곡의 원래 메시지를 완전히 바꿔 버리는 메기고 받는 식의 리믹스가 나왔다. 여성 보컬과 새 가사, 추가 비트가 들어가자, 이 곡은 더 이상 다른 소년에 대한 욕구를 표현하는 소년의 노래가 아니게 되었다. 카라는 훌륭한 아티스트이지만, 이 새 버전은 뻔하고 이성애적인 사랑 노래다.

물론 주류 진입을 시도하는 신인 아티스트들에겐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음악 콜라보레이션은 늘상 일어나고, 특히 서로의 팬층을 합치는 게 두 아티스트에게 도움이 될 때 이뤄진다. 그러나 이 콜라보는 유난히 누군가의 조종으로 느껴진다. 특히 곡 내용이 전혀 다르게 해석되도록 바뀌었기에 그렇다.

7월에 나온 새로 바뀐 싱글의 비디오를 보았다면(아래에 있다) 비주얼이 원곡의 메시지를 반영하지만 다양한 종류의 관계에 적용됨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카라는 함께 옥상에 앉아 각자 자신이 남자 사귄 이야기를 하는 가까운 친구로 보인다. 비디오의 나머지는 다양한 커플들을 보여주는 기분 좋은 내용이다. 비싼 옷이(혹은 예산이) 없는 베네통 광고 같다.

그래서 여성 보컬이 왜 추가되었는지 더욱 혼란스럽다. 오직 트로이와 트로이의 남자친구 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추길 주저한 걸까? 게이에만 집중된 스토리라인을 보다 다양한 캐릭터들에게 분산시켜 매력과 감정 이입 가능성을 늘리려 한 걸까? 아니면 트로이의 어려 보이는 외모(그는 아직 14살로 보인다) 때문에 그의 섹스 어필을 부각시키길 주저한 걸까? 아니면 내가 레이블의 의도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하고 있나?

트로이에 대해 잘 모르고 이 노래들을 듣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그가 여성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생각할 것이다(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렇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로이를 아는 사람, 그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아는(유튜브 채널 덕분에) 사람들은 다른 상정을 한다. 그가 노래하는 ‘당신’이 언제나 다른 남성이라는 걸 알고 있다.

트로이의 성적 지향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도(그는 자신의 이상형 남성에 대한 영상도 올렸다) 괜찮다고 생각하는 10대 소녀들이 많다. 그의 투명함 때문에 그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스냅챗 세대에게 있어 진정함은 중요하지 않은가. 그의 영상의 조회수를 보라. 그리고 지금의 젊은 팬들은 결혼 평등 이전의 세상을 모르고 자랄 세대의 연장자들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는 떠오르는 스타가 더 광범위한 매력을 얻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사회다. 그런데 갑자기 왜 그의 이미지를 신중하게 다뤄야 하나? 음악계 중역들에게 감히 묻는다. 무얼 두려워 하는가?

만약 닉 조나스가 샤이 밋첼과 함께 옷을 벗고 샤워에 들어갈 수 있다면(화끈한 사례: ‘Under You’) 왜 트로이가 PG 등급 발라드에서 자신의 이상형인 남성과 스킨십을 할 수 없는가>

이게 왜 중요한지를 이제 이야기하겠다…

팝 음악, 특히 톱 40 라디오에는 트로이 시반처럼 뻔뻔하고 공개적인 게이 아티스트가 필요하다. 게이 가수가 감정을 한껏 담아 노래하는 것을 듣는 것은 게이 청중에겐 완전히 다른 음악 감상 경험이다. 그들만이 가사 안의 맥락에 진정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티 페리가 어느 남성이 자신의 ‘Teenage Dream’이라고 노래하는 걸 듣는 것도 즐겁고, 닉 조나스가 자기 여자친구의 섹스 어필에 ‘Jealous’하다는 걸 듣는 것도 좋지만, 게이임을 공개한 가수가 마이크를 잡으면 특정 팬들에겐 더욱 큰 공명을 갖고 공감도 된다. 노래 안의 맥락을 통해 자기 자신을 볼 수 있다.

물론 아담 램버트와 샘 스미스 같은 가수를 예로 들어 게이 남성 팝 가수가 라디오에 많이 나온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린 게이의 경험을 담은 가사로 닉, 숀, 브루노처럼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가 지배하는 사람은 아직 본 적이 없다. (샘 스미스 2집이 어떨지 기다려 보자… 언제 나올지는 모르지만.)

인디 가수 스티브 그랜드는 커밍아웃한 싱어-송라이터로, 몇 년 전 온라인에서 인기를 얻었지만 SNL에 나올 정도의 히트는 하지 못했다. 왜 그럴까? 그랜드의 음악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싱글 ‘All American Boy‘가 나왔던 2013년에 그를 ‘최초의 공개적 게이 컨트리 가수’로 포장하려 했던 공허한 시도를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의 음악은 그의 이미지와 섹스 어필에 밀려나고 있다(그는 근육질 몸 사진을 거침없이 소셜 미디어에 올린다). 물론 섹스 어필은 팝 스타의 커리어의 일부분이지만, 이성애자 남녀는 몸을 드러내도 비교적 별 일이 없는 반면 게이 남성들(특히 백인)이 몸을 드러낼 때는 적용되는 이중잣대에 대한 온라인 논쟁의 한가운데에 그랜드가 휘말려 버린 것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한 그의 주장으로 인해 그는 게이 커뮤니티 내에서 백인 남성 특권의 모델이 되어버렸다. 그들의 주장을 간단히 말하면 이렇다. 아이구, 불쌍한 것. 사람들이 네가 섹시하다고 싫어해서 정말 고생하는구나.

하던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TV에서 대표되는 게이 캐릭터들처럼, 게이 아티스트들이 라디오에 나오는 것은 이 세상에 더 많은 관용과 이해를 가져오는데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다. 그러므로 스티브 그랜드 같은 사람보다는 보다 영리하게 큰 인기를 얻을 가능성이 있는 재능있는 젊은 아티스트 트로이 시반 같은 사람이 팝 라디오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는 벌써 관객들을 홀리고 심장을 뛰게 만들고 있다. 상체가 아니라 굉장히 아름다운 가사를 쓸 수 있는 능력을 이용해서다.

이 잠재력이 더 크게 자라나길 바란다. 그걸 필요로 하는 세대를 위해.

“난 여기에 진절머리가 나, 사람들이 바뀌었으면 좋겠어…”

트로이 시반, ‘FOOLS’

허핑턴포스트US의 The Curious Case of Troye Sivan: Why Top 40 Needs a Gay Pop Star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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