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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알아본 이상국가의 부동산 정책 4가지

서울신문은 서울 아파트 분양가가 3.3제곱미터 당(1평당) 2천만 원을 넘기면서 8년 만에 최고가를 갈아 치웠다고 보도했다. 아무리 돈을 모아봐도 서울에서 아파트를 사기 쉽지 않다고 느끼게 된다. 지금이 아파트라면, 과거에는 토지였다. 토지가 생산의 원천이었을 뿐 아니라 부의 근원이었다. 일부가 과다하게 소유하고 있는 토지는 골칫덩이였다. 사실 너무 올라도 문제, 너무 떨어져도 문제인 것이 부동산이다. 그만큼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사람들이 골머리를 앓는다는 의미인데, 과거에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이상국가를 꿈꾸던 사람들은 하나 같이 토지 정책을 언급했다. 고전이 제시하는 이상적인 토지 제도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지금의 아파트 관련 정책에도 써먹을 수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 고전 속 토지 제도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1. 부동산 자체가 없는 세상

"첫번째 시대는 황금시대였다. 이 시대에는 벌주는 자도 없고 법이 없어도 모두들 스스로 신의를 지키고 정의로운 일을 행했다...또한 대지는 시키지 않아도, 괭이에 닿거나 보습에 다치지 않고도 저절로 온갖 것을 제공해주었다...대지는 경작하지 않아도 곡식을 생산했고, 밭은 묵히지 않아도 묵직한 이삭들로 가득 차 황금빛을 띄었다."(책 '변신이야기', 오비디우스 저)

고대 그리스 신화들을 적어놓은 변신이야기가 전해주는 세상은 자못 환상적이다. 황금시대의 사람들은 토지를 따로 가질 필요가 없다. 필요한 것을 언제든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먹을 것이 필요하면 땅에서 알아서 과일과 곡식이 열리고, 계절은 언제나 봄이라 따로 주거를 정할 필요도 없이 아무데서나 자면 된다. 오비디우스에 의하면 이렇게 좋은 세상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은, 청동, 철의 시대가 되었다는 것. 최고의 세상은 법이 없어도 법이 있는 것처럼 유지되는 곳이라는 옛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2. 무상 및 균등 분배

"...토지의 경계를 보호해 주는 제우스의 첫째 법은 다음 것이라 말하죠. "아무도 토지의 경계들을...이동시키지 않도록 할 것이다...그 누구도 부디 이웃들 토지의 경계들을 고의로 이동시키지 않도록 할 것이다. 만약에 누군가가 그것들을 이동시킨다면, 누구든 그러고 싶은 이가 이를 이웃들에 알릴 것이며, 이들은 법정으로 그를 데리고 갈 것이다."" (책 '플라톤의 법률', 플라톤 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책 <법률>에서 '마그네시아'라는 가상의 식민 국가를 가정한다. 그리고 이 식민지에 어울리는 법을 제정하기 위해 세 명이 대화를 나눈다. (대화로만 1000페이지가 넘어가니 대단한 정력가들이요, 대단한 수다들이다!) 이 책에서 플라톤은 이상적인 토지 제도로 무상분배, 균등분배를 제시한다. 소유권을 인정하되, 누군가 독점할 수 없는 평등한 세상을 꿈꾼 것이다. 같은 크기의 땅을 나눠주고, 누구도 그 땅의 경계를 바꿀 수 없도록 하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다. 가상의 식민지 ‘마그네시아’에서는 어느 누구나 부자도 아니고, 빈자도 아니다.

3. 공유 주택

"...모든 도시들은 충분한 토지들을 할당 받아서, 사방으로 적어도 12마일에 걸쳐 농지가 펼쳐져 있습니다. 다만 멀리 떨어진 도시는 더 많은 토지를 부여 받았습니다. 어느 도시든 더 많은 땅을 차지하려 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이곳 주민들은 자신을 지주가 아니라 차지인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시골 지역 전역에 일정한 간격으로 건물이 지어져 있고...이 건물에는 도시민들이 교대로 와서 거주합니다...도시민들은 2년 동안 농사일을 한 다음 도시로 귀환하는데 매년 20명씩 교대하게 되어 있습니다." (책 '유토피아', 토마스 모어 저)

유토피아는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플라톤이 단순히 개개인에게 무상으로 균등하게 토지를 분배해주는 데에 그쳤다면, 토마스 모어는 그 구상을 받아 토지에 대한 가치관이 어떠해야 하는지와 이를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지를 보여주었다. 실제로 토마스 모어가 구상한 것들은 다양한 형태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쳤다. 지주가 아니라 차지인으로 생각하는 것은 토지 공개념이, 도시인들이 농사를 짓는다는 데에서는 도시 농업이, 건물을 교대로 사용한다는 것은 공유 주택(혹은 임대 주택)이 각각 연상되지 않는가?

4. 정확한 세원 확보

"정전이란 성인의 상법(常法)이다. 상법이라면 예나 지금이나 통할 수 있는 것인데, 예전에는 시행하기 편리했지만 지금은 불편하다는 것은, 필시 법을 밝히지 못해서 그런 것이지 천하의 이치가 예와 다름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지금 정전을 논의하는 자는 반드시 온 나라의 전결을 계산하고 잇따라서 온 나라 백성의 수효를 계산한 다음, 비율을 정해서 고르게 분배하면서..."...정전 제도는 다시 회복할 수가 없다"한다. 아아! 그 또한 깊이 생각하지 못했을 뿐이다." (책 '경세유표', 정약용 저)

경세유표는 정약용이 이상적인 국가를 만들기 위해 지은 책이다. 당시는 조선 후기, 이미 토지 제도는 붕괴되고, 몇몇 사람들에 의해 부가 독점되던 때다. 고통 받는 백성들을 위해 ‘정전제로의 귀환’을 주장한다. 자영농을 육성해 세수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함께 한다. 단순히 백성을 잘 살게 해 주는데 그친 것이 아니라, 국가의 발전 로드맵까지 함께 구상하였다. 안타깝게도 정약용은 그를 아끼던 정조가 죽은 이후 나라를 위해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를 위해 훌륭한 저서를 남겨주었다. 정약용의 고민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부동산 정책은 쉽지 않다. 대부분 가정에서 부동산은 중요 자산이다. 전체 자산 중 70~80%를 차지하기도 한다. 그래서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식의 사고가 많다.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길 바라며, 다른 사람 부동산 가격 하락에는 안도하면서, 한편으로 자신의 부동산 가치가 올라가기를 바라곤 한다. 오늘도 부동산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정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과거 철학자, 위정자, 경제학자들이 고민했던 것이 오늘날에도 쓸모가 있다. 이상적인 국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는 한 이런 시도들은 쭉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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