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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에 대한 오해

임신부들이 신문기사를 근거로 고열이 나는 상황에서도 약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들었습니다.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연구들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기사들에는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면, 착각하기 쉬운 2가지 지점이 있습니다. 첫째로, 임신 중 타이레놀을 복용했을 경우 아이의 천식이 13% 증가한다고 했을 때, 13%라고 하는 숫자가 매우 크게 느껴지는 것에 대한 경계입니다.

  • 김승섭
  • 입력 2016.08.23 07:45
  • 수정 2017.08.24 14:12
ⓒGettyimage/이매진스

올해 초부터 임신부가 복용해도 되는 안전한 약으로 알려져 있는 해열제인 타이레놀이 태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연구를 보도한 신문기사를 몇 차례 보게 되었습니다. 2016년 2월에는 헬스조선(http://bit.ly/2bbwxQH)에서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 아기 천식 위험 높여'라는 제목으로, 며칠전 8월에는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 아이의 문제행동 가능성 높아져'라는 제목으로 동아사이언스(http://bit.ly/2bJMCve)에 기사가 실렸습니다.

두 기사의 내용은 비슷합니다. 헬스조선의 기사는 임신부가 타이레놀을 복용했을 경우, 아이가 3살이 되었을 때 천식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13% 높다는 내용이고, 동아사이언스의 기사는 임신부가 타이레놀을 복용한 경우, 아이가 문제행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42%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헬스조선의 기사는 국제역학회지(International Journal of Epidemiology)에 2월 출판된 논문을 근거로 (논문 원문: http://bit.ly/214EJqY), 동아사이언스 기사는 미국의사협회 소아과학 (JAMA Pediatrics) 저널에 8월 출판된 논문 (논문 원문: http://bit.ly/2bdSdsN)을 근거로 작성된 내용입니다. 둘 모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좋은 저널이고, 논문들 역시 방법론적으로 튼튼한 연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기사들이 걱정스럽습니다. 임신부들이 신문기사를 근거로 고열이 나는 상황에서도 약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들었습니다. 자신의 몸에 대한 최종 판단은 임신부 스스로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연구들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기사들에는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면, 착각하기 쉬운 2가지 지점이 있습니다. 헬스조선의 기사를 근거로 이야기를 해보지요. 동아사이언스 기사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내용입니다.

첫째로, 임신 중 타이레놀을 복용했을 경우 아이의 천식이 13% 증가한다고 했을 때, 13%라고 하는 숫자가 매우 크게 느껴지는 것에 대한 경계입니다. 논문에서 상대위험비로 1.13 (13% 증가)를 보고한 것은 맞습니다만, 이것을 "내 아이의 천식 위험이 13%가 증가한다니"라고 해석하면 안됩니다.

논문의 표를 살펴보면 태아 때 엄마가 타이레놀을 먹지 않았던 경우, 아이가 3살 때 천식을 가지고 있을 위험은 4.4%입니다. 100명 중 4.4명인 것이지요. 그리고, 교란인자를 통제한 상황에서 타이레놀을 복용한 경우 아이가 천식을 발생할 가능성이 5%, 즉 100명 중 5명입니다. 즉 타이레놀을 먹지 않았을 때 100명 중 4.4명 천식 발생에서 타이레놀을 먹었을 때 100명당 5.0명 천식 발생으로, 즉 100명당 0.6명 가량 증가하는 것이지요. 13%라고 하는 숫자는 5%를 4.4%로 나누었을 때 나오는 1.13이라는 숫자(5%/4.4%=1.13)입니다.

둘째로, 이러한 연구 결과를 임신부 때 고열 증상으로 타이레놀 복용이 꼭 필요한 순간이 왔을 때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에 대한 경계입니다. 신문기사에서도 논문의 저자가 그 부분을 특히 유의하고 있는 게 보입니다. 왜냐하면,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는 임신부가 타이레놀을 복용했을 때 겪게 되는 위험과 타이레놀을 복용하지 않았을 경우에 치러야 하는 위험을 비교해야 하고 무엇인가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관찰연구인 이 논문의 결과는 향후 무작위대조연구 등을 통해 확인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결과가 이후 여러 연구를 거쳐 사실로 확인된다고 하더라도, "임신부들이 타이레놀을 먹지 않아 악화되는 건강상태와 그로 인한 아이에게 남는 휴우증의 위험"과 "타이레놀을 먹어 증가하게 되는 아기의 천식과 다른 질환 위험"을 비교해야 하니까요. 만약에, 이와 관련해서 타이레놀을 대체할 수 있는 약이 생겨난다면, 그 약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비교도 필요한 것이고요.

100% 안전한 약은 존재하지 않고,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것들에 기반하여 어떤 위험을 감수하고 어떤 위험을 피할 것인가에 대해 선택해야 합니다. 현실에서 우리는 현재까지 알려진 지식들에 기반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그에 기반해서 선택할 수 밖에 없지요. 아직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타이레놀은 임신부에게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약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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