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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이제 노동자들이 나서라

이회장이 횡령·배임한 금액은 수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규모다. 깊은 불황의 수렁에 빠지고 있는 한국경제 상황에서 이 정도의 금액이라면 큰 위기가 닥쳤을 때 회사를 정상화할 수 있을 정도의 큰 규모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빼돌린 천문학적인 금액은 누구의 돈일까?

  • 국민의제
  • 입력 2016.08.22 13:06
  • 수정 2017.08.23 14:12
ⓒ연합뉴스

글 | 이선근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 대표)

1%의 지분도 제대로 보유하지 않은 가짜 오너회장들이 계열사의 팔을 비틀어 돈을 빼내는 수법이 끊이지 않는다. 경제윤리의 부재를 방어한다며 정치인들은 선거공약에서 이를 방지하겠다고 공약하지만 그냥 공약일 뿐이다. 지난 광복절에도 횡령·배임·조세포탈 혐의로 복역 중인 이재현 씨제이(CJ)그룹 회장을 사면·복권을 함으로써 경제윤리부재상태를 온존시키겠다는 게 박근혜정부의 의지다.

이회장이 횡령·배임한 금액은 수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규모다. 깊은 불황의 수렁에 빠지고 있는 한국경제 상황에서 이 정도의 금액이라면 큰 위기가 닥쳤을 때 회사를 정상화할 수 있을 정도의 큰 규모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가 빼돌린 천문학적인 금액은 누구의 돈일까?

IMF 외환위기 때 만도기계의 손목을 비틀어 삼호조선에 6조원 대의 부당지원을 한 한라그룹 경영진은 60%가 넘는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국민의 세금으로 부채를 탕감 받은 만도기계는 부당지원 이전의 재무구조가 튼튼한 우량기업으로 재탄생하였다.

재무구조가 튼튼할 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급의 설비를 갖춘 만도기계는 경영진의 불법경영이 초래한 경영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났던 것이다. 노동자들의 생산성도 세계 최고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불똥은 노동자들에게만 떨어졌다. 정리해고가 개시된 것이다. 더 이상의 어떤 경영위기도 없고 노동자들의 동요도 없던 상황에서 경영진은 면피성 경영개선활동의 칼날을 오로지 노동자에게만 겨누었던 것이다. 그래서 벌인 파업은 공권력 앞에 무참히 깨어졌다.

가짜 오너회장들이 빼돌린 돈은 회사가 위기가 와도 돌아오지 않는다. 그만큼 회사의 위기는 깊어진다. 그 결과는 경영진이 지는 게 아니라 노동자전담으로 끝나는 게 우리나라 경제계의 현실이다. 노동자들은 그들이 돈을 빼돌리는지 어떤지도 모른 채.

그런데 범죄자가 경제살리기의 기수가 될 것이라며 사면 복권을 시켜도 정작 자신이 일하는 기업의 돈을 빼앗긴 노동자들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 빼앗긴 액수만큼 위기에 대응할 자금을 잃어버려 결국은 자신들이 구조조정의 칼날에 운명을 내맡겨야 하는데도 말이다.

한국의 노동계는 이상하게도 노동자들이 경영에 참가하고 이를 뒷받침할 소유지분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외면해왔다. 국유화론을 신념으로 삼는 지식인들이 노동운동을 창조(?)하다시피 한 한국노동운동의 한계 때문인지 노동자소유경영제도가 노동자들을 보수화시킨다는 이상한 논리를 내세우며. 오로지 임금노예로 만족하며 살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똘똘 뭉쳐오며 대응력을 잃고 조직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지난 대선부터 불어 닥치고 있는 경제민주화의 바람은 중소상인들만이 아니라 노동자들에게도 좋은 기회를 주고 있다. 가짜 오너로부터 노동자 자신들의 운명을 지켜낼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박원순서울시정부는 종업원이사제를 서울시 공기업에 도입하겠다고 하고 더민주는 종업원이사제를 주요정책으로 채택하였다.

80년대 원풍모방에서 회사살리기 운동을 그야말로 열심히 벌인 노동자에게 주어진 노동자이사는 노동계의 외면으로 아직도 우리나라의 경영참가방식으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노동조합지도자들은 왜 임금만 제대로 받으면 되지 이사회에 참가해서 덤터기 쓸 일 있느냐고 변명하였다. 몰아치는 정리해고의 풍랑에는 아무 대책도 세우지 못하면서 말이다.

경제민주화 정책 중에는 노동을 억압하는 구래의 경영일변도의 정책에 대한 반성이 많이 들어가 있다. 1960년대 이후 서구와 북미의 경제에서 경제 민주화의 쟁점은 작업장 민주화, 산업 민주주의의 확대, 노동자의 경영 참가 등이다. 노동자 기업, 협동조합, 종업원 주식소유 제도(ESOP) 등 다양한 노동자 소유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동시에 이윤 배분제와 같은 소득 배분 참가, 노동자 경영 참가를 위한 공동결정제도, 노동자의 기업 이사회 참여를 제도화하는 노력이 실현되었다.

이제 노동자들이 답해야 할 때다. 이러한 노동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를 적극 수용하고 실천하기 위해 기존의 음습한 국유화론류 담론을 미련 없이 버려야 한다. 양노총은 노동자조직의 힘을 의회진출을 위한 정치전술이 아니라, 경제민주화정책을 정치권에 압박하여 임금노예에서 벗어나 기업의 민주화를 통해 당당한 기업의 일 주체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게 사용하여야 할 것이다. 그것을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양노총 내에 경제민주화특위를 만들어 다음 대선의 후보 진영들과 그 실현을 위한 협상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글 | 이선근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 대표로 90년대 이후 노동자경영참가, 상가 및 주택임대차, 금융채무자권리보호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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