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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는 "남자들이 섹스를 잘못 배워왔다"고 말한다

작년과 올해 출판계에 꾸준히 주목을 받는 분야가 있다. 바로 여성학이다. 리베카 솔닛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록산 게이의 ‘나쁜 페미니스트’ 등이 높은 판매고를 올리며 화제가 되었다. 대부분 이런 책들은 여성이 저자다. 그래서 사회 고발적인 내용이 강하며 여성이라서 그 동안 속 시원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과감히 하고 있다.

이들과 비슷한 내용인데 전혀 다른 남성의 시각에서 써 내려간 책도 있다. TED에서 화제가 되며 200만 명의 네티즌들이 시청한 강연 ‘남자들에게 고함(A Call To Men)’의 주인공 토니 포터가 지은 책 ‘맨박스’가 그것이다. 한 마디로 기존에 남자들이 갇혀 있던 잘못된 ‘남성다움’의 신화(박스)에서 벗어나라는 내용이다.

저자는 우선 여성의 성적대상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성을 소유물로 보는 인식과 더불어 성적 대상화하는 현상을 해체하고 분석하다 보면 남성이 여성을 열등하게 여기게 된 경로가 설명된다. 맨박스에서 도출된 이런 인식들은 사회화 작업을 거치면서 남성에게 쾌락과 행복, 안락함을 느끼도록 서비스하는 것이 여성이라는 물건(대상)의 역할이라고 믿게 만든다. 결국 남성들은 여성의 성품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장점보다 눈에 보이는 신체적 매력을 높게 평가하곤 한다. …. 패션 산업에서도 이런 경향이 드러난다. 짧은 치마와 스키니진, 레이스 팬티, 푸쉬업 브라, 튜브톱, 달라붙는 원피스 같은 건 애초에 여성의 신체 부위에 시선을 집중하도록 의도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패션 트렌드는 아동복 코너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두 살짜리 여아용 바지를 사러 가면 엉덩이 부분에 ‘허니’, ‘큐티’ 같은 단어가 자수 놓여 있는 걸 볼 수 있다. 성적 대상화의 메시지가 담긴 옷이 아동용으로 팔리는 것이다.” (책 ‘맨박스’, 토니 포터)

또한 성적인 것에 대해서도 맨박스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마디로 남자들은 그동안 '섹스'를 잘못 배워왔다는 것이다.

“남성들은 ‘남자라면’ 절대로 섹스를 거부하지 않는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성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주목적은 바로 성관계라고 배워왔다. 맨박스에 따르면 섹스를 할 기회를 낚아채지 않는다는 것은 남성으로서 어딘가 문제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맨박스는 여성이 수절하면 열녀문을 세워주지만 남성이 빼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말한다.” (책 ‘맨박스’, 토니 포터)

저자는 이런 자신의 주장이 강하게 질타를 받는 곳이 바로 온라인이라고 밝힌다. 대부분의 강연에서 받은 적 없었던 강력한 반발과 반박이 온라인에서는 올라온다고 한다. 특히 자신의 강연에 대해 ‘이건 다 개소리야. 남자가 아니라 여자들이 문제라고!’하며 분노하는 남성들의 블로그를 순식간에 여러 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저자 자신이 남성이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비교적 덜 거부감이 들도록 들려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내가 말하는 내용은 워낙에 남성들이 소화하기 버거워하는 주제이므로 그나마 남성의 편으로 보이는 나 같은 남성이 말할 때 조금 더 쉽게 받아들여진다. 반면 여성이 가르치는 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남성들의 마음속에는 ‘어디서 여자가 자꾸 이런 시비를 걸어?’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가르치는 내용을 여성 강연자가 토시 하나 바꾸지 않고 나보다 더 상냥하게 전달한다고 해도 결국 남성들은 같은 남성이 가르치는 것을 더 ‘잘’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건 남성들이 착하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 남성들은 이런 식으로 반응한다. 맨박스 일화들에서 보았듯 착한 남성들도 다른 남성들만큼이나 성차별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한 그 어떤 남성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책 ‘맨박스’, 토니 포터)

저자 토니 포터의 이야기처럼 남성이 전달해 주는 이야기가 남성들에게 거부감을 덜 줄지는 솔직히 미지수다. 확실한 것은 결국 이 책(이야기)도 남성이 가장 신뢰할 만한 여성으로부터 전달되어야 그나마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일 수 있다는 점이다. ‘맨박스’에 자신의 남자친구가, 남편이, 아버지가, 오빠나 동생이 갇혔다고 믿는 여성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또 하나의 여성학 책이 등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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