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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부터 2008년까지, 올림픽은 200만명 넘는 사람들을 살던 곳에서 쫓아냈다

  • 허완
  • 입력 2016.08.19 13:05
  • 수정 2016.08.19 16:40

리우 올림픽 빌리지 인근 파벨라인 아우토드루무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집 중 하나가 철거되고 있다. 2016년 8월2일. ⓒReuters

자카페라구아석호 끝의 빌라 아우토드루무는 7년 전에는 평온한 어촌 마을이었다. 근처에 자동차 경주장이 있어 아우토드루무(Autódromo)라는 이름이 붙었다. 리우 데 자네이루의 다른 수백 개의 파벨라와 마찬가지로 시 정부는 오래 전부터 이 곳을 방치해두었고, 석호 건너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부유한 지역에서는 표준과도 같은 여러 기본적인 공공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에 살았던 600가구 이상의 사람들에게는 여기가 집이었다.

“여기는 낙원이었습니다. 저는 여기서 여생을 보내게 될 거라고 생각했죠.” 아우토드루무에 20년 이상 살았던 루이스 클라우디우 실바의 말이다.

리우 올림픽이 끝날 무렵이면 IOC가 리우를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했던 2009년에 아우토드루무에 살았던 사람들 중 약 20가구만이 남아있게 된다. 올림픽 경기장들을 잇는 새 진입로를 건설하느라 리우 올림픽 공원에서 1마일도 떨어지지 않은 이곳의 지역 사회는 박살났다.

브라질과 전세계의 매체들은 이들의 곤경을 기록해 왔다. 아우토드루무 주민들은 올림픽 내내 거주 허가를 받을 것이며, 이 지역에 대한 올림픽의 영향은 개선되는 것뿐이라는 리우 공직자들의 약속을 보도했다. 그리고 정치인들이 이 약속을 어긴 것도 보도했다. 시는 아우토드루무 주민 대다수를 강제로 떠나게 했고, 항의하는 사람들을 경찰이 강력히 단속했고, 불도저가 실바 같은 사람들의 집을 쓸어 버렸다. 3월에 실바는 자신이 아내를 위해 지었던 집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일요일에 리우 올림픽이 끝나면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기자들은 떠날 것이고, 전세계 매체는 빌라 아우토드루무 사람들에 대해 잊어버릴 것이다. 그들이 쫓겨난 것은 올림픽의 역사에서 부차적인 일로 취급될 것이다. 세계는 시선을 돌려 다음 올림픽 개최지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필 것이다.

그러나 빌라 아우토드루무의 철거는 단 하나의 사건이 결코 아니다. 2008년에 스위스의 거주권과 퇴거 센터가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2008년 베이징 올림픽까지 6번의 하계 올림픽은 강제 퇴거 등의 형태로 2백만 명 이상을 살던 곳에서 쫓아냈다. 베이징 올림픽이 이 숫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지역 활동가들과 인권 단체들에 의하면 리우 올림픽은 7~9만 명을 쫓아내게 된다.

주최국 정부들은 올림픽으로 인한 퇴거의 숫자를 두고 이의를 제기했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하다. 도시 빈민의 강제 이주는 현대 올림픽의 전형적인 특징이며, 우연히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확실한 사실이나 다름없다는 것.

지난 20년 동안 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행사가 아니라 도시 재개발의 수단이 됐다. 도시들은 긍정적인 장기 유산을 남기기 위한 목적이라며 인프라에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부었다. 리우를 비롯한 개최지들에서 정치인들은 이 투자가 도시 전체를 개선하기 위한, 모두를 위한 일이라고 선전했다.

그러나 사실 올림픽으로 주로 이득을 보는 측은 이런 프로젝트들을 맡는 지역 및 국제 개발사들, 개최지의 부유한 주민들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손해를 본다.

“이건 올림픽의 부작용이 아닙니다. 올림픽이 만들어 내는 게 바로 이런 것이죠.” 취리히 대학교 도시 지리학 연구자 크리스토퍼 개프니의 말이다. 개프니는 리우가 올림픽을 준비하던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리우에서 객원 교수로 있었으며, 그 뒤로 올림픽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올림픽과 연관된 주택 개발의 약속은 대개 이런 식이다. 도시가 특정 지역을 재개발 함으로써 현재 거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것. 그러나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올림픽이 열리기 전 철거를 경험했던 곳은 거의 대부분 저소득층 가구가 거주하는 지역이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살던 곳이 고소득층을 위한 주거 공간으로 재편되는 것을 눈으로 지켜봐야만 했다. 공공주택은 큰 폭으로 줄어든다.

일례로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이 열린 지 8년 뒤, 센테니얼 팰리스의 아파트 시장거래가격은 크기에 따라 42%에서 72%나 올랐다. 1990년부터 2000년까지, 철거지역이던 테크우드 거주민들의 중간소득은 놀랍게도 174% 증가했다. 애틀랜타 평균의 10배가 넘는 수치다.

임대료를 낮춘 '저렴한 주택'으로 불렸던 아파트들조차도 올림픽 이전까지 테크우드와 인근 클락 호웰에 거주하던 이들에게는 너무 비싼 가격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저렴한'이 대체 무슨 뜻이냐는 겁니다." 애틀랜타 올림픽 이후 계속된 공공주택 퇴거 주민들에 대한 문제를 연구해 온 조지아주립대 교수 데어드레이 오클리 교수의 말이다. "원래 거주하고 있던 주민들에게는 절대로 저렴한 주택이 아닙니다."

비슷한 일이 2012년 올림픽 개최지 런던에서도 벌어졌다. 런던은 새로운 주택 건설이 올림픽 이벤트의 중요한 유산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제대로 된 토론도 없었고, 주민투표나 그런 것도 없었어요. 그냥 억지로 밀어붙인 겁니다. - 2012년 런던 올림픽으로 집을 잃은, 줄리안 체인

런던올림픽은 런던 동쪽 공업지역인 스트라포드와 뉴햄에서 주로 치러졌다. 이 지역에는 물론 새로운 주택이 필요했다. 런던은 마찬가지로 저소득층 거주 단지를 철거했다. 올림픽 이전까지 400명 넘는 주민들이 거주하던 클레이스 레인 이스테이트다. 당국은 새로 지어질 주택의 절반이 영국 법에 규정된 '저렴한' 주택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스트라포드와 뉴햄의 주택 가격은 올림픽 이후 3년 동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스트라포드의 부동산 가격은 IOC가 올림픽 개최지로 런던을 선정했던 2005년 이후 올해 초까지 71% 상승했다. 런던 전체의 상승률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그건 애틀랜타에서와 마찬가지로, 저소득층과 중산층 주민들을 위해 지었다는 '저렴한' 주택의 상당수는 이미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었다.

페니 베른스톡 이스트런던대(UEL) 교수는 올림픽 파크 지역에 새로 개발된 주택 중 한 곳은 연간 소득 9만5000달러 이상이 되어야만 '저렴한' 주택에 입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건 결코 저렴하지 않습니다."

올림픽 이전에 나왔던 주택에 대한 약속이 깨진 건 그것 만이 아니다. 2012년 올림픽이 끝남과 동시에 런던 당국은 새로 지어질 주택의 절반을 '저렴한' 주택으로 채우겠다는 약속을 깨고 그 수치를 '41%'로 낮췄다. 베른스톡에 따르면, 런던레가시개발사는 이제 새로 지어지는 주택의 "최대 31%"만이 저렴한 주택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올림픽 경기장을 짓기 위해 철거된 주택단지 클레이스 레인 거주민이었던 줄리안 체인은 올림픽이 없었더라도 동런던이 언젠가는 재개발됐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올림픽이 없었다면, 데드라인이 없었다면, 그 과정은 압박을 덜 받았을 것이고 훨씬 계획적이었을 것이다. 거주민들에게는 물론 훨씬 더 큰 이득이 됐을 것이다.

"(올림픽이 없었다면) 재개발은 훨씬 민주적이었을 것이고, 훨씬 유익했을 것입니다. (철거 과정에서) 제대로 된 토론도 없었고, 주민투표나 그런 것도 없었어요. 그냥 억지로 밀어붙인 겁니다." 체인의 말이다.

이란 수자는 아우토드루무에 있던 집이 철거된 후 새 집으로 강제이주됐지만, 기쁘지 않다. "식구 대부분은 여기에 온 것을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우의 에두아르두 파에스 시장인 이번 달에 허핑턴포스트에 리우는 ‘도시의 소외된 지역들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으며 그 어떤 올림픽 개최 도시보다 야심찬 유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빌라 아우토드루무 등의 주민들은 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정부가 올림픽 전에 했던 약속을 지키리라는 희망은 버린지 오래다.

파에스는 2012년에 재선을 위해 선거 유세를 하며 리우의 주민 140만 명이 사는 파벨라들을 개선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공개했다. 안정적인 전기 공급, 쓰레기 수거, 정수 시설 설치 등 기본적인 정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계획은 올림픽 유산 프로그램의 일부는 아니었지만 시장은 리우의 모든 주민들이 올림픽의 혜택을 보게 하겠다는 약속도 함께 했다.

그러나 파에스는 재선에 성공한 후 이 계획을 거의 철회했다. 작은 프로젝트 몇 개만을 시작했을 뿐이라고 개프니는 말한다.

"이런 행사가 너무나 많은 인생들을 망가뜨리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 리우 올림픽으로 집을 잃은, 루이스 클라우디우 실바

올림픽이 끝나면 올림픽 선수촌은 고급 주택이 될 거라고 리우는 이미 발표했다. 최고 92만5000달러까지 나갈 것이다. 그리고 저소득층 거주를 위한 2만4000가구를 공급하겠다던 약속이 지켜지리라는 증거는 거의 없다.

이주한 아우토드루무 주민들은 허프포스트 브라질에 새 주거지의 심각한 문제들을 이야기했다. “끔찍한 아파트를 받았다. 벽이 부서져 있다 … 하수도가 터져 있다. 항의했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 대부분은 여기에 사는 걸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란 수자의 말이다.

“올림픽 개최를 하고 싶다고 지원하는 도시들에게 자신들의 위치를 잘 살펴보라고 부탁하고 싶다. 이런 행사가 너무나 많은 인생들을 망가뜨리지 못하게 해야 한다.” 3월에 집을 잃은 아우토드루무 주민 루이스 클라우디우 실바의 말이다.

보스턴에서는 민간 주최자들이 미국 올림픽 위원회를 설득해 2015년 1월에 2024년 올림픽 개최지 선정에 보스턴을 미국 후보로 만들게 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반대 단체들이 주민들의 불만을 아주 효과적으로 전달한 끝에 미국 올림픽 위원회는 보스턴 유치 신청을 철회했다.

올림픽에 들어가는 비용을 지역 납세자들이 내게 된다는 게 활동가들의 주된 주장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올림픽은 도시 주민들을 강제로 이주하게 만들 좋지 못한 도시 개발의 수단이 된다는 경고도 했다.

“사람들은 현실을 직시하고 ‘잠깐, 이건 그저 3주 동안 행사를 하는 것만이 아니잖아.’라고 말하게 됐습니다.” 올림픽 유치를 반대한 주요 단체 중 하나인 노 보스턴 올림픽을 함께 설립한 보스턴 정치 컨설턴트 크리스 뎀프시의 말이다.

“요즘의 올림픽엔 반드시 도시 개발과 빈민 퇴거가 따라온다. 올림픽 재개발을 한다는 건, 저소득층 주민들을 내쫓겠다는 말이다.”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와 허핑턴포스트의BR이 공동으로 기획한 The Olympics Are Always A Disaster For Poor People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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