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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땅' 시리아 알레포에 목숨 걸고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사진)

  • 박수진
  • 입력 2016.08.19 10:53
  • 수정 2016.08.19 10:56

무려 5년째 내전 중인 시리아의 격전지 알레포에 도착한 첫 의료진의 일원인 시리아인 소아과 의사 하템 아부 야젠은 19일자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렇게 말했다.

"알레포에 닿는 마지막 10분가량 걸리는 구간은 '죽느냐 사느냐'를 가름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나를 기다리는 환자 수백명을 저버릴 수 없습니다"

야젠은 지난주 시리아 반군이 정부군의 알레포 포위망을 뚫고 의료진을 요청했을 때 숨구멍처럼 열린 '남부 통로'를 통해 달려왔다. 이들은 터키 국경을 떠나 시리아에 발을 들이자마자 생사의 갈림길과 계속 마주쳤다.

야젠은 시리아와 러시아 전투기들이 상공을 선회하는 가운데 계속 전투가 이어지는 시멘트 공장을 지났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그는 "오는 길에 먼저 짧은 기도부터 올리고 긴장을 풀려고 웃기는 얘기를 정말 많이 했다"고 말했다.

2016년 5월 31일, 다친 아이를 한 시민이 옮기고 있다. Syrian Civil Defense Directorate/AP 제공.

시리아 반군과 정부군이 전투를 벌이는 시리아 2대 도시인 알레포는 최근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에서 구출한 5세 어린이의 사진이 공개돼 참상이 주목을 받았다.

교전이 5년째 계속되고 있지만 바샤르 알 아샤드 시리아 정권과 이를 둘러싼 러시아, 미국 등 주변국들의 다른 이해관계 탓에 해결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그러면서 민간인들의 참혹한 생활은 일상이 돼버렸고 지구촌의 관심과 우려도 점점 식어갔다. 그러나 의료진, 구호단체 요원, 상인들은 인도주의적인 목적을 포함해 여러 이유로 알레포에 간헐적으로 열리는 통로로 오갔다.

2016년 2월 공급품을 나르고 있는 시민들

2016년 4월 구호단체 적신월사 직원

상인들은 구호에도 참여하지만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경향도 있었다. 알레포로 들여오는 채소는 값이 바로 두 배가 된다는 사실이 이들이 위험지역에 들어오는 동기를 잘 보여준다.

반군의 한 지휘관인 오마르 살크호는 "특수 차량에 진흙을 바르고 불을 모두 끈 채 밤에만 움직인다"고 이동 과정을 설명했다. 루트를 매우 신중하게 선택하고 공습 조짐이 있는지 항상 감시하며 이동에 나선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지난주 알레포에는 민간 구조단체인 '시리아 시민군'과 현지 활동가들도 함께 들어왔다. 이들은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의 잔해, 불탄 차량, 방치된 시신을 도로에서 치웠다.

2012년 10월, 알레포에서 부상자 치료하는 간호사와 의사들

알레포에 들어간 이들에게 러시아 전폭기가 이란 공군기지를 사용하기 시작해 공습을 강화한 것은 새 걱정거리다. 살크호는 "통로가 24시간 감시되는 것 같다"며 "반군들은 그들만의 통로가 있지만 지난 이틀간 25대의 민간 차량이 폭격을 당한 것처럼 민간인 피해가 큰 문제다"고 말했다.

의료 상황도 나빠질 대로 나빠져 알레포에 있던 병원 7곳은 단전, 단수된 상황이며 수술은 폭격을 피해 지하실로 옮겨 실시되고 있다.

게다가 식품 공급이 우선이기 때문에 필요한 의약품과 의료용품은 뒤로 순위가 밀린다. 알레포에 있는 의사들은 상인들이 자신들의 이익 때문에 의약품 대신 식품을 훨씬 더 많이 가져온 것을 보고 낙담하기도 한다. 그러나 식품이든 의료용품이든 비록 소량이나마 알레포로 반입되는 것 자체가 크게 환영을 받는다.

알레포 동부의 시의회 의원인 압도 코드르는 "여기 사람들은 행복하다"며 "얼마 되지 않는 것에 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본다면 행복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90%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히샴 스카프 활동가는 "여기에 들어오는 것은 자체가 부모와 형제자매를 위한 것"이라며 "그 때문에 목숨을 거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7월, 공습 잔해물을 치우고 있는 시민들

유엔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남은 진입로마저 끊겨 25만∼27만5천명이 사실상 갇힌 동부 지역을 포함해 알레포에서 구호가 필요한 민간인은 200만명에 달한다.

2011년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이후 5년간 시리아인 30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교도소에서도 1만8천명에 육박하는 수감자가 사망했다는 인권단체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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