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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탐사선 보이저호에 연주곡이 실린 피아니스트의 이야기

1977년에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을 탐사하기 위해 보이저 1호와 2호가 발사되었다. 지금도 지구로부터 점점 멀어지면서 임무를 수행 중이다. 보이저 탐사선 2대에는 55개 언어의 인사말과 90분 분량의 음악 등 지구의 소리가 황금 레코드에 담겨있다. 혹시 마주칠지 모르는 외계인이 지구인의 존재를 알 수 있도록 준비한 것이다. 보이저호에 실려 있는 음악들은 지구의 대표선수인 셈인데 그 중 하나가 글렌 굴드의 피아노 연주곡이다. 칼 세이건의 선택을 받은 글렌 굴드는 어떤 연주가였을까?

글렌 굴드는 캐나다 태생이다. 어려서부터 절대 음감이었다. 5살 때 이미 피아노에 뛰어난 재능을보였다. 그런데 어릴 때부터 까칠하고 예민했다. 그리고 몸이 약해서 아프다고 자주 말했다. 토하고 싶을 때를 대비해 늘 알약을 들고 다녔다. 그러다보니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10세부터 만난 피아노 선생님은 알베르토 게레로였다. 그는 글렌 굴드 특유의 피아노 연주법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손가락을 세우지 못하게 하였으며, 건반 위로 손가락 하나하나를 꾹꾹 눌러서 손가락 끝에서 압력을 느낄 수 있게 연주를 하도록 했다. 훗날 글렌 굴드는 자신의 연주법을 게레로에게 배운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개발한 것이라 주장하였다.

캐나다에서는 글렌 굴드를 따라갈 연주자가 없었다. 바지에 붙은 강아지 털을 떼느라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지 않아서 큰 실수를 할 뻔하기도 하고, 연주할 때 계속 흥얼거려서 심지어 캐나다 총독은 그것을 견딜 수 없다는 이야기도 하였지만 글렌 굴드는 최고였다.

이 기세를 이어 미국으로 무대를 옮겼는데, 여기서 글렌 굴드는 흥행에 실패한다. 하지만 전화위복의 계기가 마련된다. 컬럼비아 음반사의 데이비드 오펜하임이 그의 공연을 보고 같이 일을 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2단 건반의 하프시코드로 연주하도록 작곡되어 건반 하나로는 연주하기 어려운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Bach: The Goldberg Variations'을 녹음하기로 한다. 컬럼비아 음반사의 경영자는 반대했지만 오펜하임이 밀어붙인 결과다. 6월의 녹음실은 찜통 그 자체였다. 외투, 머플러, 베레모 그리고 장갑까지 장착한 글렌 굴드가 난방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연주 내내 입으로 웅얼거리는 허밍 때문에 녹음실 기사가 상당히 애를 먹었다. 이 음반은 글렌 굴드를 전세계 클래식 시장에서 단박에 스타의 자리에 올려 놓았다.

하지만 잇달아 들어오는 연주 제의에 글렌 굴드는 금세 지친다. 그는 집단으로서의 관객을 싫어했다. 한 자리에 앉아서 같은 소리를 듣는다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연주를 듣는 사람은 명상의 상태가 되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녹음실에서 음악에 전념하여 녹음한 연주가 최고라고 여겼다. 또한 미국의 세계적 수제 피아노 제조업체 스타인웨이앤드선스에서 제조한 하프시코드와 같이 청아한 소리를 내고 건반을 건드리면 즉각 예민하게 반응하는 피아노 ‘스타인웨이 CD 318’가 운반 중 부서지는 사고를 당한 것도 연주회 활동을 중단한 것에 한 몫을 했다. 결국 32세라는 젊은 나이에 글렌 굴드는 연주회 무대에서 은퇴하였다. 50세의 나이로 생을 마칠 때까지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였는데, 흥미롭게도 죽기 바로 전에 자신을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어 주었던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Bach: The Goldberg Variations>을 다시 녹음하였다. 1955년 젊은 시절 녹음했던 곡과 1981년 죽기 전에 녹음한 곡은 둘 다 뛰어나지만 그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두 곡을 비교하면서 들어보자.

1955년의 곡:

1981년의 곡:

글렌 굴드는 천재라고 불렸다. 괴상한 복장, 기이한 연주 태도, 특정 물건에 집착하는 버릇 그리고 최고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연주회를 열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연주가 최고였기에 그의 기행에 눈살을 찌푸리진 않았다. 어쩌면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 천재가 많지 않은 것이, 남 다르게 튀는 것을 너그럽게 봐 주는 분위기가 없어서는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이상의 내용을 읽고 글렌 굴드의 삶에 관심이 생겼다면, 책 '글렌 굴드: 그래픽 평전'(상드린 르벨 글, 그림), 책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미셸 슈나이더 저), 책 '글렌 굴드, 나는 결코 괴짜가 아니다'(브뤼노 몽생종 저), 책 '굴드의 피아노'(케이티 해프너 저) 등을 읽으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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