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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도의 '창조경제'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미래 성장 산업'이라고 하는 것은 최근 몇 달간 '신문에 가장 많이 나온' 것들로 온통 채워져 있다. '미래 성장 산업이라기보다는 '언론 노출 빈도'가 가장 많은 산업에 가깝다. 미래 성장 산업이 아니라 청와대 언론담당 부서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신문 스크랩 산업'인 셈이다. 모르는 것이 정상인데, 마치 미래를 알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에서 비극이 시작된다. '인식론적 오만'과 초기 환경조건인 예산-자원-규제권력의 집중이 만나게 될 경우, 필연적으로 비효율과 부패로 확대재생산된다. 소련식 중앙집중계획경제도 그렇게 몰락했다.

  • 최병천
  • 입력 2016.08.19 08:38
  • 수정 2017.08.20 14:12
ⓒ연합뉴스

박정희식 발전국가는 <관료주도 계획경제>였다. 1970년대 당시를 기준으로, 박정희식 발전국가는 <가장 진취적인> 모델이었다. 그 덕분에 한국경제는 여기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런데, 2016년 현재, 박정희식 발전국가(=관료주도 계획경제)는 <가장 퇴행적인> 모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결정적 오류는 '70년대 진취적'이었던 아버지 모델을 2016년 현재 도입-적용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40여년 전에 가장 진취적인 모델이 왜 지금은 가장 퇴행적인 모델이 되었나? 그 이유는 간단하다. 민간의 영역이 커지고, 다양화되고,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관료들이 민간을 따라잡거나 선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예전에는 '모방을 통한 따라잡기'이면 충분했지만, 지금은 '없던 것을 창조하는' 일을 해야 한다. 미션의 내용과 수준 모두 달라졌다.

관료가 선도하는 모델의 이론적-실천적 원형은 '소련식 중앙집중계획경제'였다. 중앙집중계획경제는 1) 관료가 2) 사전적으로 3) 상품생산을 4) 수직적으로 지시-명령하는 체제이다. 이는 1) 민간에서 2) 사후적으로 3) 상품의 4) 수평적 교환이 이뤄지는 '시장경제'와 작동원리를 달리한다.

중앙집중계획경제 모델은 <인식론>의 차원에서 볼 때, "인간-관료는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라는 가정에 기초해있다. 즉, '절대주의적 진리론'에 기초해 있다.

박근혜 정부와 관료들이 <미래 국가전략 산업>을 선정하는 행위 자체가 소련식 중앙집중계획경제와 동일한 오류이다. 우리는 '미래'를 알 수 없다. 무엇이 성공할 지도 알 수 없다. 2000년대 인터넷 시대를 선도하던 야후가 망할지 몰랐고, 2000년대 중반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던 통신회사인 모토롤라와 노키아가 몰락할지도 몰랐다.

공공경제학은 '시장실패'와 별개로 '정부실패'가 작동한다고 비판한다. 그 핵심은 '관료실패'이다. 시장의 장점과 단점이 이윤극대화인 것처럼, 관료주의 모델은 필연적으로 <예산 및 조직규모 극대화>를 추구한다고 본다. 게다가 한국의 관료는 아주 높은 수준에서 '규제권력의 집중'이 이뤄져 있다. 이 모든 요건은 '관료실패'의 가능성을 높인다.

국민일보 사설이 조롱에 가깝게 비판하듯,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미래 성장 산업>이라고 하는 것은 최근 몇 달간 '신문에 가장 많이 나온' 것들로 온통 채워져 있다. <미래 성장 산업>이라기보다는 <'언론 노출 빈도'가 가장 많은 산업>에 가깝다. 미래 성장 산업이 아니라 청와대 언론담당 부서가 대통령에게 보고한 <신문 스크랩 산업>인 셈이다.

그렇다면, 창조경제를 선도하기 위한 관료-정부의 역할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관료-정부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행위자'가 되려 해선 안된다. '시장의 행위자'로 개입하게 되면, 시장을 구축(驅逐, Crowding-out)하는 부작용만 생길 뿐이다. (*금융에선 정책금융의 미명하에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이 그렇다.)

어떤 산업, 어떤 기업, 어떤 상품이 성공할 지는 '알 수 없다'가 정답이다. 관료들도 모르고, 시어머니도 모르고, 며느리도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

'모르는 것'이 정상인데, 마치 미래를 알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에서 비극이 시작된다. '인식론적 오만'과 초기 환경조건인 예산-자원-규제권력의 집중이 만나게 될 경우, 필연적으로 비효율과 부패로 확대재생산된다. 소련식 중앙집중계획경제도 그렇게 몰락했다.

관료-정부가 할 일은 <공정한 게임의 룰>을 만들어주는 역할, 그리고 실패해도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어주는 역할, 경쟁촉진과 창업촉진을 위한 <제도 정비의 역할>을 잘 해주면 그것으로 족하고, 그것에 국한되어야 하며, 또한 그것이 최선이다.

무슨 무슨 '육성'에 쓰이는 예산 전부를 조사해서, 관료들이 사용할 수 없도록 '회수'할 필요가 있다. 거기에 쓰이는 예산과 인력 전부를 <조직 통폐합> 등을 통해서 반토막으로 줄이거나, 아니면 1/3토막, 혹은 1/4토막으로 줄여야 한다.

시장-기업이 알아서 할 산업-기업-상품에 대해서는 '플레이어'로 개입하지 않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다. 왜? '미래'에 무엇이 성공할지 우리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걷은 돈을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으로 돌리면 우리는 증세를 최소화하고도 꽤 높은 수준의 사회안전망을 만들 수 있다.)

창조경제를 위한 제도개혁의 핵심은 <제왕적 관료제의 혁파> 그 자체이다. 개헌 관련 국민여론조사를 보면 국민들은 '분권형 체제'를 원한다. 내가 보기에 분권형의 대상이 되는 제도적 실체는 '제왕적 대통령제'가 아니라 <제왕적 관료제>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일종의 허상이다.

관료가 가진 규제권력을 분권화해야 한다. '미국식 민법'의 핵심 제도인 징벌적 손해배상-집단소송제-디스커버리 제도 등을 도입해 민법과 민사소송법이 실질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민간의 힘을 키우고, 관료가 예산과 조직규모를 함부로 키우지 못하도록 정보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국회-시민사회-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개입력을 키워야만 한다.

그리고 관료들은 (제도-질서 등) '더 고급스러운'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잡무해서 해방시켜줘야 한다. 그럴 때, 시장-민간 영역에서 아이폰-페이스북-구글-알파고-포켓몬고-테슬라가 등장하게 될 것이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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