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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귀순한 태영호 공사에 대한 7가지 이야기

  • 원성윤
  • 입력 2016.08.18 14:04
  • 수정 2016.08.18 14:22
ⓒyoutube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망명 요청을 한다는 건 지난 16일 BBC 보도중앙일보 기사를 통해 드러났다. BBC는 "태용호는 가족과 함께 10년 동안 영국에 거주해왔고, 아내 등 가족과 함께 대사관이 있는 런던 서부에서 몇 주 전에 자취를 감췄다"며 제3국 망명 사실을 알렸다. 17일에는 이에 대한 보도들이 쏟아져 나왔고, 통일부는 이날 저녁 이례적으로 브리핑을 갖고 태 공사의 귀순 사실을 알렸다. 과연, 그는 왜 한국행을 택했을까.

1. 태영호는 55세, 유럽 전문가인 베테랑 외교관이다

지난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친형 김정철(왼쪽)이 에릭 클랩튼의 런던 공연장을 찾았을 때 옆에서 에스코트하던 태영호 공사.

태 공사는 북한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고 자란 인물이었다. 김정일, 김정은 체제를 거치면서 권력의 핵심에서 외교 역할을 충실하게 담당해온 인물이었다.

북한 외무성에서 손꼽히는 서유럽 전문가로 고등중학교 재학 중 중국으로 건너가 영어와 중국어를 배웠다. 중국에서 돌아온 뒤 5년제 평양 국제관계대학을 졸업하고 외무성 8국에 배치됐다. 그는 곧바로 김정일 총비서의 전담통역 후보인 덴마크어 1호 양성통역으로 선발돼 덴마크 유학길에 올랐다. 태 공사는 1993년부터 주 덴마크 대사관 서기관으로 활동하다가 1990년대 말 덴마크 주재 북한 대사관이 철수하면서 스웨덴으로 자리를 옮겼다. (8월17일, 연합뉴스)

그의 이름이 국제 무대에 알려진 건 2001년 6월 벨기에 브뤼셀에서였다. 연합뉴스는 "북한과 유럽연합(EU)의 인권대화 때 대표단 단장으로 나서면서 외교무대에 이름을 알렸다"며 "당시 마흔 살이던 그의 북한 내 직책은 서구라파국(외무성 8국)에서 EU를 담당하는 과장 겸 구주국장 대리였다"고 소개했다.

2. 그의 주된 업무는 북한의 선전이었다

태 공사는 영국에서 10년간 거주하며 북한 체제의 선전에 앞장섰다. 특히 김정은 정권 하에서 북한 주민들이 굶어죽거나 폭압적인 통치를 받고 있지 않다는 점을 피력하려는 주력했다. BBC는 "태 공사가 런던에서 한 주요 임무는 북한과 김정은의 리더십 메시지가 잘못 보도되거나 오해되고 있다는 점을 설파하는 것이었다"고 보도했다.

가령 그는 한 연설에서 선정성을 추구하는 언론이 북한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항변하며 "영국이나 미국에 있는 이들이 자유로운 교육, 주거, 의료가 있는 나라가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북한을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라며 북한 체제의 우수성을 말하기도 했다.

미국 자유아이사방송(RFA)에 따르면 "영국에 본부를 두고 활동하는 ‘국제 탈북민 연대’ 관계자는 태영호 공사는 대사관 내 당 조직 책임자로서 현지 탈북자들의 동태와 관련기사, 주요인물들을 감시하여 본국에 보고서를 작성하여 보내던 주요 인물"이라고 말했다.

3. 태 공사의 삶은 영국의 평범한 중산층과 비슷했다

영국 런던의 북한 대사관

태영호 공사는 영국에서 전 BBC 서울 특파원이었던 스티브 에반스 기자를 친구로 두고 있었다. 스티브 에반스 기자는 BBC에 쓴 '망명한 내 북한 친구'라는 기사에서 그와의 인연을 공개했다.

"그를 마지막으로 만난건 런던 서쪽 액턴의 한 인도 식당에서였다. 그는 밥 없이 카레만 먹고 있었다. 우리는 당뇨병 초기에 대해 얘기했다. 중년 남성들이 음식을 먹을 때 고려하게 되는, 대개 의사들이 조심하라고 권고하는 것들 말이다."

당뇨병 초기 증상을 앓고 있는 태 공사는 탄수화물 섭취는 되도록 하지 않았다. 이런 대화를 나눌 정도로 둘 사이는 돈독했다. 스티브 에반스가 전한 바에 따르면 그는 한때 골프에 열광하다가 아내의 불평에 골프 대신 테니스를 즐기기도 했고, 아이들은 공립학교에 보낼 정도로 큰 무리가 없었다.

4. 두 아들은 유럽의 엘리트 교육을 받은 수재였다

태 공사의 아들은 영국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으며 자라났다. 태 공사가 한국으로 망명한 것은 자녀들에 대한 고민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태 공사의 두 아들 중 한 명은 영국 해머스미스 병원에서 공중보건 학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8월17일 기사에서 태 공사의 19세 차남 '금'(Kum)의 얼굴을 실으며 "레벨A(영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결과를 앞두고 사라졌다"며 "당초 명문대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에서 수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할 예정이었다"고 소개했다.

가디언은 차남 '금'이 '전형적인 10대'였다"며 "런던 서부 액턴고교에 다니면서 SNS 페이스북과 메신저 왓츠앱을 즐겨 쓰고 농구를 좋아한 평범한 10대였다"고 전했다.

스티브 에반스 BBC 기자는 공중보건학을 받은 큰 아들을 지칭하며 "평양을 세계적 도시로 만들려면 장애인 주차공간을 확충해야한다는 논문으로 학위를 받기도 했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그만큼 이들은 유럽의 고등교육을 받은 북한의 엘리트였다. 이런 자녀들을 데리고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웠다. 태 공사는 올여름 임기를 마치고 평양에 복귀할 예정이었다.

북한 외교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서방국가에 주재하는 북한 외교관들의 가장 큰 고민은 자녀 교양(교육)과 장래문제"라며 "서방의 교육과 문화에 노출된 자녀들을 통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 외교관들의 해외 체류 기간은 보통 3년, 길어서 5년 정도 되는데, 이 기간 외국에 적응한 자녀들은 부모들에게 탈북을 권유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5. 그러나 최근의 삶은 넉넉하지 않았다

태 공사의 귀순을 짐작케하는 이유는 또 있다. 북한의 핵 미사일 실험에 따른 유엔의 대북제재가 가시화 되면서 영국에서의 삶도 힘들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에 따르면 태 공사는 2013∼2014년 영국에서 한 강연에서 북한의 해외 공관들이 무일푼 신세로 외교관들이 불법적인 방식을 포함한 '창의적인 방식'으로 현금을 마련하라는 압박을 받는다면서 돈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2013년10월23일, 영국의 공산당 모임(막스 레닌주의자)에 참석한 태 공사는 "본국(평양)의 친구들은 내가 한달에 1200파운드(한화 173만원)로 수영장과 사우나를 갖춘 궁전에 사는 줄 알지만, 침실 2개에 비좁은 부엌이 있는 대단할 것 없는 아파트에 산다"며 영국 물가에 대해 말을 하면서도 "대사관에서 차를 몰고 나올 때면 '혼잡통행료는 어떻게 하나' 생각해야 한다"고 자신의 처지를 말히기도 했다.

북한으로 송금해야 하는 자금 문제가 생긴 걸 수도 있음을 짐작케하는 증언도 있다.

한겨레에 따르면 정통한 한 대북 소식통은 “10년간 주영 북한대사관에서 일해온 태 공사는 회계와 물자 구매 담당이었는데 조만간 평양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후임한테 인계해야 하는데, 일부 금전 사고가 난 것이 탈북으로 이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태 공사는 이렇게 절박한 상황에서 상당한 액수를 들고 도망간 것으로 안다. 북한 대사관들은 금융제재로 은행 계좌를 사용하지 못해 현금을 주로 갖고 있어서 사고가 자주 난다”고 전했다.

6. 태 공사는 영국 친구였던 BBC 기자에게 "서울 생활을 어떠냐"고 물었다

태영호 공사는 망명신청전 전 BBC 서울 특파원이었던 스티브 에반스 기자에게 "서울에서의 삶은 어떠냐"고 물었다. 스티브 에반스 기자는 BBC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에게 서울은 엄청나게 번잡한 도시라고 설명했다. 평양과는 비교도 안 된다고 말이다. 그러나 그는 마치 영국사람처럼 보였다. 그는 중산층처럼 보였고, 보수적이고, 말쑥했다. 도시 교외의 생활방식에 잘 적응한 것으로 보였다. (중략) 그는 평양으로부터 많은 압박을 받았다. 특히 내 동료인 루퍼트가 북한 체제를 비판한 뒤에 북한에서 억류되기도 했는데. 이로 인해 본국으로 부터 비난을 받았을 수도 있다. 부디 태영호가 남한에서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테니스를 치는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기를 바란다."

7. 이제 그의 신원은 국정원이 관리하게 될 것이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이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브리핑룸에서 태용호 영국주재 북한공사의 망명 및 국내 입국사실을 밝히고 있다.

이제 태영호 공사와 그의 가족은 한국으로 왔다. 그리고 신변 노출이 됐기 때문에 당국의 철저한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통일부 당국자는 18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신변보호 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국정원장이 보호 결정을 할 가능성 있지 않겠나 싶다"며 "그는 보호결정이 내려진다면 그 결정 시기가 언제쯤 될 것이냐는 물음에는 "조사 기간도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예단할 수 없다"고 답했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정원장은 기본적인 조사를 거친 탈북민에 대해 보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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