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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수수료는 왜 언제나 비싸게만 느껴질까?

부동산 거래를 해 본 적이 있는가? 원룸을 빌리건, 작은 오피스텔을 임차하건, 아파트 전세를 구하건, 대형 사무실 건물을 빌리건 모두 쉬운 일이 아니다. 상대방에 따라 원하는 조건이 다르고, 입장 차가 확연히 나기 때문이다. 수많은 딜 중에 가장 제로섬에 가까운, 그래서 파는 사람이 손해를 봐야 사는 사람이 이득을 보고, 파는 사람이 이득을 보면 사는 사람이 손해를 보는 거래 중 하나다.

그래서일까? 대부분 부동산 중개 수수료를 아까워한다. 내가 고스란히 스트레스 다 받아가며 거래가 성사된 것인데 공인중개사가 과하게 수수료를 요구한다고 생각한다. 진짜 공인중개사의 노력은 전혀 없었던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아마 그의 노력이 없었다면, 그런 매물이 있는지 바로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중간에서 서로에 대해 좋게 이야기하는 중개자가 없었다면 거래 성사가 쉽지도 않았을 것이다.

중개자에 대한 이런 부정적 인식은 우리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들이다. 그래서 ‘중개인’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미들맨(middleman)’은 상대를 깎아 내릴 때 주로 사용된다. 사람들은 왜 미들맨을 그토록 싫어할까?

“미들맨에 대한 경멸이 그들이 제공하는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생산자들이 하는 구체적인 일과 달리 미들맨이 하는 일은 추상적이고, 무형적이며, 모호할 때도 있다. 들판에서 땀 흘리면서 일하는 농부나 빈 종이로 예술품을 만드는 화가가 주는 가치를 확인하기가 이들의 창조물을 ‘단순히’ 시장에 갖다 놓는 상인이나 갤러리스트가 주는 가치를 인정하기보다 훨씬 더 쉽다. 개인적으로는 소수민족 출신 미들맨들을 주인을 잡아먹는 객으로 보게 하는 끔찍한 대상화가 미들맨은 곧 기생충이라는 인식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본다.” (책 ‘미들맨의 시대’, 마리나 크라코프스키 저)

하지만 미들맨의 역할은 점점 커진다.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다양한 플랫폼에서 거래가 쉽게 성사되는 시기라 그렇다. 미들맨은 가치를 판단해주는 역할도 할 수 있고, 불확실성을 줄여주기도 한다. 고객이 귀찮아할 만한 일을 줄여준다. 미들맨이라면 그런 상황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마련하고, 자신의 몫을 늘일 수 있어야 한다.

“많은 면에서 인터넷은 미들맨의 우군이다. 과거 지리적인 접근성에 제약이 있었던 미들맨은 이제 인터넷 덕분에 장소불문하고 어디서나 고객들을 끌어 모으고,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빠르고 쉽게 그들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 거래 당사자들 사이의 욕구가 충돌할 때도 있기 때문에 균형을 잡기가 까다로울 수가 있다. 하지만 균형을 잘 잡는 미들맨은 선순환 고리를 만든다. 대체로 가장 존경을 받는 미들맨은 최고의 구매자를 끌어오고, 최고의 구매자는 다시 최고의 판매자를 끌어오며, 최고의 판매자는 더 많은 최고의 구매자를 끌어오는 식이다.” (책 ‘미들맨의 시대’, 마리나 크라코프스키 저)

미들맨은 사람에 국한되지 않는다. 기업도 미들맨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곳이 늘어나고 있다. 각종 NGO 중에도 이런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 있다. 사람과 사람, 기업과 기업, 사회와 사회 간 연결이 가속화되면서 미들맨의 활동 반경은 점차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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