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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의 태극기 게양률 90%는 좀 이상하다

  • 김도훈
  • 입력 2016.08.17 13:21
  • 수정 2016.08.17 14:01
In this Thursday, Aug. 13, 2015, file photo, a woman looks at South Korean national flags hanging on trees to celebrate the upcoming the 70th anniversary of Independence Day, Aug. 15, from Japanese colonial rule at downtown Seoul, South Korea. (AP Photo/Lee Jin-man, File)
In this Thursday, Aug. 13, 2015, file photo, a woman looks at South Korean national flags hanging on trees to celebrate the upcoming the 70th anniversary of Independence Day, Aug. 15, from Japanese colonial rule at downtown Seoul, South Korea. (AP Photo/Lee Jin-man, File) ⓒASSOCIATED PRESS

서울 강남구가 “광복절인 지난 15일 관내 태극기 게양률이 90%에 육박했다”고 17일 밝혔다. 하지만 이는 태극기 게양률을 끌어올리려고 휴일 공무원이 동원된데다 거품이 낀 조사방식 결과로, 엉뚱한 곳에 행정력을 낭비한다는 내부 비판이 나온다.

강남구(신연희 구청장)가 이날 공개한 자료를 보면, 71주년 광복절의 강남구 주민들 태극기 게양률은 87.5%이다. 10가구 가운데 8~9가구가 태극기를 집밖에 걸었다는 얘기다. 강남구 설명대로라면 관내 거주하는 23만7628 세대(올 1월 기준) 가운데 깃발 게양이 불가능한 타워팰리스 등 주상복합단지를 제외한 19만 세대 가운데 15만 세대가 일제히 태극기를 게양했다는 말이다.

동별로 보면 일원1동의 태극기 게양률이 96.8%로 가장 높았다. 이어 삼성1동 95.4%, 일원2동 94.3%, 개포4동 94.0%, 대치4동 93.5%, 논현1동 93.0%, 개포1동 92.8%, 역삼1동 92.0%, 논현2동 91.8%, 신사동 91.0%, 세곡동 90.0%로 90% 이상권역에 포함됐고, 수서동 89.0%, 청담동 88.0%, 도곡2동 87.5%, 개포2동 85.0%, 도곡1동 83.5%, 대치2동 83.0%, 역삼2동 82.55, 삼성2동 81.5%, 대치1동 76.0%, 압구정동 73.0%, 일원본동 71.0%이 뒤를 이었다.

전체 22개동 가운데 절반인 11개동에서 90% 이상의 게양률을 보인다. 전국 태극기 게양률의 9배 정도다. 강남구도 “전국의 태극기 게양률이 평균 10%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실로 놀라운 수치라 아니할 수 없다”며 “지난해 광복절 86.3%보다 1.2%p 상승했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내 한 아파트 밖으로 게양된 태극기들이 보인다.

강남구는 “그동안 태극기 사랑은 애국심과 튼튼한 국가안보의 최고 마중물이라는 판단아래 태극기 사랑운동을 꾸준히 전개해 왔다”며 “태극기 사랑운동은 국경일 태극기 게양률부터 높이는 것이라는 방침으로 국경일 태극기 게양률 제고에 집중했다. 국경일 태극기 게양률을 높이기 위해 각 가정에 태극기 꽂이 및 태극기 보급운동을 적극 전개하였으며, 관내 각종 단체와 협회, 기업체 등도 각 가정에 태극기 꽂이와 태극기 보급에 동참하였다. 주민들도 동별로 태극기 사랑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구청의 다각적인 노력과 58만 구민의 성원이 있었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하지만 강남구가 내놓은 수치에는 허수가 많다. 일단 강남구 세대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아파트에서조차 태극기 게양실태가 전수조사되지 않았다. 강남구 관계자는 “9만가구 가량 아파트의 단지별 1개동만 샘플로 잡아 수치에 반영했다. 옆동이 태극기 수가 적다 싶으면 조금 수치를 뺐다. 일일이 다 세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가령 현대아파트(대치동)의 8개동 가운데 1개동의 게양률만 조사한 것인데, 모든 단지별로 태극기 수가 가장 많은 동만 선택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조차도 상당한 행정력을 필요로 한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 자치행정과 직원들로만 2인1조로 5개조(모두 10명)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내를 누비며 게양률을 목측해야했기 때문이다.

강남구는 이날 태극기달기 근무조도 편성해 운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각 과별로 직원 4~5명씩 차출해 관내를 돌며 태극기 게양 독려 방문을 하거나, 직접 게양까지 한 것으로 전해진다. 강남구 한 직원은 “삼일절, 제헌절 때도 계속 해왔던 일”이라며 “공무원들이 직접 태극기 200~300개씩을 들고 다니면서 골목길이나 단독주택가에선 태극기를 그냥 꽂기도 하고, 아파트 경우엔 일일이 방문해 초인종을 누른 뒤 태극기를 달아달라고 요청하는 방식이다. 아침부터 개인 생활을 방해한다고 항의 민원도 꽤 받아왔다”고 말했다.

태극기달기 근무조는 휴일 근무한 탓에 근무 직원이 원하는 이후 근무일에 휴가를 내어 쉬게 된다. 정작 해오던 대민업무 등이 뒤로 밀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강남구 한 관계자는 “도대체 서울 한복판인 강남에서 왜 안보1번지를 기치로 삼는지, 정말 그렇게 강남구청 직원들이 나서서 할 만큼 필요한 일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강남구는 “국경일의 전국 가정 태극기 게양률이 만족한 수준이 될 때까지, 그리고 관내 게양률이 100%에 육박할 때까지 태극기달기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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