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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인생에서 '마흔앓이'는 매우 중요하다

고속터미널 휴게소 화장실에는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다.’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따뜻하게 건네는 말인지, 준엄한 경고인지 헛갈리지만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볼 일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이 정도면 대성공이다. 일단 수긍을 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이 문구대로 실행에 옮긴다. 또한 며칠, 몇 십일이 지나고 이 문장을 외운다. 사실 남자들에게 ‘너에게만 해 주는 이야기야.’하는 내용치고 와 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남자들은 다른 사람, 특히 또래의 남자,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려 한다. 자존심의 문제일 수도 있고, 본능 탓일 수도 있다.

그런데 40대 아저씨의 독백인데, 중년 남자의 귀에 제법 잘 들어오는 이야기가 있다. 아마도 훈계조도 아니고 잘난 척 하지도 않은 채, 스스로 사춘기 홍역보다 더 지독한 ‘마흔앓이’임을 밝혔기 때문인 듯싶다.

“마흔앓이는 사춘기의 홍역보다 더 지독할 수밖에 없다. 사춘기에는 나는 누구이며 누구이고자 하는지만 물으면 된다. 마흔앓이에서는 나는 누구이기를 꿈꿨지만 한낱 누구였는지를 곱씹게 된다. 마흔앓이는 근본적으로 실패의 기억이다. 실패의 잔해들 속에서 나를 다시 찾아야 한다.”(책 ‘남자는 무엇으로 싸우는가’, 신기주 저, 최신엽 그림)

그래도 마냥 풀이 죽어있을 수만은 없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모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40대다. ‘내가 없으면’ 우리 가정이, 우리 회사가, 우리 모임이 돌아가지 않는다(혹은 무너지고 만다)고 굳게 믿고 있는 시기다. 그렇게 비장한 마음으로 살아가다 보니 스트레스가 제법 크다. 맘같이 주위 사람들이 따라와 주지는 않으니 마음 고생도 크다. 하지만 결국 이들 40대의 선택이 사회의 결정이 되곤 한다. 우리 사회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중년은 세상을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있다. 믿어본 적도 있고 믿지 않아본 적도 있기 때문이다. 40대는 진정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40대의 선택이 그 사회의 선택이 되곤 한다. 40대가 불신으로 가득 차 있으면 세상도 불신투성이가 된다. 40대가 욕심으로 가득 차 있으면 세상도 욕망덩어리가 된다. 선택의 기준은 결국 주변 여론이다. 주변 사람들이 세상을 믿으면 40대도 한 번쯤은 다시 세상을 믿어보고 싶어진다. 그 반대면 역시나 별수 없구나 싶다.” (책 ‘남자는 무엇으로 싸우는가’, 신기주 저, 최신엽 그림)

올해, 지금까지도 세상은 계속 시끄러웠다.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숱한 사건 중 많은 일들이 40대 남성들에 의해 저질러졌다. ‘마흔앓이’를 제대로 해 볼 필요가 있겠다. 세상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주체라면 더욱 그렇다. 덧붙여, 굳이 40대 남성에 국한할 필요는 없겠다. 40대 여성도 같이 고민해 볼 주제가 아닐까? 40대라면 남성이든 여성이든 모두 세상을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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