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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터지지 않을 수 없는 소설 속 장면 3가지

휴가들은 다녀오셨는지? 여름에는 높은 습도와 따가운 햇빛만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니다.막상 피서를 떠나 보면 교통 체증이 우리를 괴롭힌다. 불편한 주차장도 한 몫 한다. 더 나아가서 바가지도 빼놓을 수 없다. 헤럴드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전세계 250여 개 해수욕장 중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이 선크림을 사서 바르고 점심이랑 아이스크림 등을 먹을 때 드는 5만 2천원의 비용으로 12위에 올랐다고 한다. (참고로 하와이 와이키키 해수욕장은 4만 6천원이다!) 이런 현실에서 굳이 휴가철에 여행을 떠나지 않고 피서를 즐기는 이른바 ‘스테이케이션(stay+vacation)’을 즐기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경향신문은 보도했다. 마땅히 갈 곳 없어 ‘스테이케이션’을 계획했다면, 이 책들이 어떨까? 시원한 에어컨이나 선풍기 앞에서 책장을 넘기며 웃을 수 있는 소설 속 장면들은 소개한다.

1. 순진한 마리오와 거장 시인 네루다의 편안한 대화들 : 소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전혀 아무것도? 소녀에게 단 한마디도 말을 못 건넸다는 건가?” “전혀 아무 것도는 아니에요. 네 마디쯤 했어요.” “뭐라고?” “이름이 뭐니?” “그랬더니?” “’베아트리스 곤살레스’라고 그랬어요.” “’이름이 뭐니’라고 물었다고. 흠, 두 마디군. 나머지 두 마디는 뭐였지?” “’베아트리스 곤살레스’” “베아트리스 곤살레스라니?” “’베아트리스 곤살레스’라고 대답하기에 그냥 따라 했죠.”(책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저)

글을 겨우 읽는 어부 마리오와 글로 새로운 세계를 그리던 시인 네루다의 대화다. 네루다의 전담 우편배달부가 된 마리오.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둘은 서로에게 한 두 마디씩 인사를 건네며 가까워진다. 소설 전체적으로 순진무구한 마리오의 모습에 웃음이 새어 나오지만 특히 위의 장면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호감이 생긴 사람 앞에서 겨우겨우 꺼낸 네 마디 말이 고작 ‘이름이, 뭐니, 베아트리스, 곤살레스’라니!

2. 노년 찬가 : 소설 ‘디어마이프렌즈’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다 사이드미러를 보니, 저쪽 나무 밑에서 두 이모와 엄마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걸어오는 게 보였다. 볼일을 본 뒤 시원해진 희자 이모가 옆에 피어 있던 꽃을 꺾어 와 엄마와 정아 이모 귀에 꽂아주자, ‘똥내 나’ ‘미친년같이 뭐야?’ 하며 퉁박을 주더니 이내 서로를 보며 천진난만하게 웃어댔다. 저 노친네들을 데리고 오늘 안에 동문회에 도착할 수나 있을까 싶어 한숨이 나왔지만, 귀에 꽂은 꽃만큼이나 환하게 웃는 그녀들의 얼굴에 나도 슬그머니 웃음이 났다.”(책 ‘디어마이프렌즈’, 노희경 저)

지난 7월 종영한 드라마 ‘디어마이프렌즈’의 원작 소설 중 초반부 내용이다. 영상으로 봐도 역시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는데, 글로 보니 더욱 ‘완’의 웃음이 잘 느껴진다. 거침없는 그녀들의 황당함에 웃을 수 있고, 한편으로는 그녀들의 천진한 웃음에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질 수 있다. 이후 전개되는, ‘완’이 억지로 끌려간 동문회에서의 장면들도 웃음이 넘친다. 자신의 삶 속에 웃음이 부족하다고 여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이 책이 좋다.

3. 모험과 황당함은 한 끗 차이 : 소설 “돈 끼호떼”

“이 때 평원에 풍차 30, 40개가 나타나자, 그걸 본 돈 끼호떼가 하인에게 말했다. … “기다란 팔뚝을 자랑하는 거인들이 안 보이나? 어떤 놈은 팔 길이가 거의 10미터가 넘는 놈도 있는데.” “아닌데요, 나리.” … “저기 보이는 저건 거인들이 아니라 풍차인뎁쇼. 그리고 팔뚝처럼 보이는 건 풍차 날개예요. 저 날개가 바람에 돌면서 돌절구를 돌리죠.” … “도망가지 마라, 이 추악하고 비겁한 놈들아! 여기 너희들을 공격하는 기사는 단 한 명뿐이노라.””(책 ‘돈 끼호떼’, 미겔 데 세르반떼스 저)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기사를 목표로 모험을 떠난 돈 끼호떼. 소설 속에서 그가 보여주는 에너지는 도전에 나이는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황당한 장면을 자주 연출하는 돈 끼호테는 풍차 전투 장면에서 특히 웃음과 함께 연민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세상 진지한 돈 끼호떼의 풍차 전투를 감상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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