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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올림픽이 리우에서 부활하면 볼 수 있는 5가지 장면

리우 올림픽의 열기가 뜨겁다. 이번 대회는 근대 올림픽이 부활한 후 120년만에 남미에서 열리는 첫 올림픽이며, 205개국(난민 대표팀과 개인 자격으로 출전한 쿠웨이트 선수단 등을 포함하면 207개 팀) 참가로 참가국 수 기준으로 사상 최대의 규모다. 올림피아에서 그리스 도시 국가들만이 참가했던 고대 올림픽과 비교하면 규모에서 차이가 꽤 크다. 그런데 고대 올림픽과 지금의 올림픽이 다른 건 장소와 규모만이 아니다. 올림픽을 치르는 목적과 운영하는 방식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만약 그때의 올림픽이 지금 그대로 부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고대 올림픽의 내용을 현재 올림픽에 적용해보았다.

1. 모든 선수들은 나체로 참여해야만 한다.

“...고대 올림픽이 가장 다른 점은 젊은 남자들이 나체로 임했다는 점이다. 고대 그리스는 매우 육체를 중시하는 사회였기 때문에, 젊은 남자들의 건장한 나체 자체가 경쟁심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책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교양 9:스포츠’, 존 라이트•앨런 조이스 외)

숱한 조각 작품들을 통해 짐작할 수 있듯이, 그리스인들은 육체미를 중요시했고, 나체를 통해 이를 증명하려고 했다. 이는 그리스의 군사문화와 관련이 있다. 그리스에서 군인이 된다는 건 시민들만이 가진 ‘특권’이었다. 군복무에 대비해 단련한 자신의 몸을 드러내는 나체는 시민으로서 “지위와 부를 나타내는 화려한 의상으로서 그리스인들과 야만인들을 구분하는 신호”였던 것이다. (책 ‘고대 올림픽의 세계’, 김복희)였던 것이다. 따라서 애초 전투기술의 연마라는 취지가 다분했던 올림픽이 이런 나체들의 향연으로 흐른 것은 자연스런 귀결이었다. 물론 옷을 입곤 그것이 풀려 발에 걸릴까 신경 쓸 필요 없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다는 실용적인 이유도 있었다. 지금 올림픽이 고대와 똑같이 치러진다면, 일단 모두 옷을 벗어 던지고 있는 힘껏 자신의 기량을 뽐내야 한다. 이럴 경우 운동복을 입고 뛸 때보다 더 친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친구끼리도 목욕탕을 같이 갔다 왔을 때 더 친밀하게 느껴지는 법이니 말이다.

2. 반칙을 한 선수에겐 채찍질이 가해진다.

“...모든 위반에 대해 벌을 내리기도 했다. 처벌은 가혹했다. 지시를 따르지 못한 선수와 교관 모두 마스티고포라이(mastigophorai)라는 채찍꾼에게 공개적으로 채찍질을 당하는 일도 있는데, 이는 노예한테나 내릴 수 있는 처벌이었다. 투키디데스는 스파르타가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 금지된 기간에 리카스라는 스파르타인이 전차 경주에 참가하기 위해 테베인으로 등록했다가 발각되어 거짓말을 한 죄로 공개적인 채찍질을 당했다고 전한다.”

(책 ‘올림픽 2780년의 역사’, 주디스 스와일링 저)

고대 올림픽에서 심판들이 가진 권한은 무시무시했다. 지금은 반칙을 한 선수를 실격 처리할 뿐이지만, 당시에는 채찍질을 통해 다스렸다. 채찍질은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노예와 같이 취급한다는 모욕도 함께 안기는 처벌이었다. 이 정도로 강력한 제재 수단이 있었다는 것은 선수들의 기강을 잡기가 얼마나 어려웠고 부정과 비리가 얼마나 많았는지를 암시하고 있다. (책 ‘신들의 축제, 고대 올림픽', 구효송 저). 상대 선수를 부정하게 다치게 하거나 뇌물로 매수한 경우엔 무거운 벌금형이 내려졌는데, 이렇게 모은 돈으로 제우스의 청동상을 여러 개 만들었다고 하니 고대 올림픽에서 부정과 비리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짐작할 만하다. 만약에 이 규칙이 부활하면 어떻게 될까? 반칙을 한 선수를 발가벗기고 채찍질을 하는 모습이 전 세계에 방영될지도 모른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3. 은메달, 동메달은 주어지지 않는다.

“...현대올림픽에서는 각 종목마다 1,2,3위를 정해서 시상을 하지만 고대에는 오직 1등만이 가치 있는 것이었고, 우승의 표상인 올리브관도 오직 1등에게만 주어졌다. 이는 올림픽 이외의 다른 범그리이스적인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그 이유는 당시의 운동시합 성격에서 찾아볼 수 있을 법하다. 이미 저 앞부분에서 수차례 언급했듯이 오늘날에는 이 운동경기가 스포츠라는 개념 하에 신사적인 방법으로 기량을 겨루고, 또한 가능하면 덜 위험하게 규정을 만들어서 서로가 즐기는 축제의 형식으로 치러지지만, 고대의 운동경기에는 오늘날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치열한 방식이 그 운동의 의미 속에 내재하고 있었다.”

(책 ‘신들의 축제, 고대 올림픽', 구효송 저)

여러모로 고대 올림픽은 지금 올림픽에 비해 훨씬 더 치열하고 거칠었던 모양이다. 문헌 기록을 뒤져봐도 2등에 대한 묘사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1등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2등이 기록에 가끔 등장할 뿐이다. 같은 운동경기였지만 지금의 ‘스포츠’ 개념과는 달랐다. 당시 권투시합만 봐도 그렇다. 안전을 위한 글러브를 착용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상처를 내기 위해 물체를 부착하고 붙는 시합이었다. 권투시합 중 사망자들이 나왔지만 경기 중 죽는 것을 기권해서 사는 것보다 훨씬 영예롭게 생각했다고 하니 이들에게는 1등 외의 순위는 의미가 없을 수밖에 없다. 승자와 패자만 존재하는 전쟁과 같은 개념이었다. 고대 올림픽이 지금 부활한다면 그 모습은 지금의 올림픽보단 오락실 격투게임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4. 메달리스트는 선수가 아닌 협찬사 회장님이다.

"...승리를 확보하기 위해 한 사람이 동일한 경주에 여러 대의 전차를 출전시키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 기원전 416년에 아테네 정치가인 알키비아데스는 올림픽 경기에 일곱 대의 전채를 출전시켜, 1등과 2등뿐 아니라 3등인지 4등까지도 혼자 차지했다. 아리스토파네스가 말에다 거액을 쓰고 말과 관련 있는 이름을 좋아하며 하루 종일 말과 관련되는 이야기밖에 하지 않는 유행을 추종하던 아테네의 젊은이들을 조롱했을 때 쉽사리 알키비아데스를 연상했을 수도 있다."

(책 ‘올림픽 2780년의 역사’, 주디스 스와일링 저)

고대 올림픽 종목 중엔 전차 경주가 있었다. 전투기술을 연마하는 계기이기도 했던 고대 올림픽답게 당시 전투에 중요하게 쓰이던 무기인 전차를 가지고도 실력을 겨뤘는데, 우승자를 선정하는 방식이 특이했다. 전차를 직접 몬 사람들 중 우승자를 선정하지 않고, 전차 소유주 중 우승자를 선정했다. 즉, 육상에서 1등한 사람이 금메달을 따는 것이 아니라 그 선수가 신고 뛴 운동화를 제공해 준 사람이 따는 것이다. 알키비아데스 같은 이는 한 경기에 한 두 대가 아닌 7대나 전차를 출전시켜 우승을 독식하기도 했다. 이런 방식으로 지금의 금메달을 정하면 최다 금메달리스트는 누가 될까? 나이키, 아디다스 아니면 노스페이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전쟁은 즉시 휴전한다.

“...이렇게 올림픽 제전과 함께 찾아온 평화를 그리이스인들은 ‘신의 평화’, 즉 에케케이리아(Ekecheiria)라고 불렀다. 이의 정확한 뜻은 ‘손을 거두어들이다’라는 것으로 축제와 경기가 열리는 기간을 나타내며, 이 기간 중에는 그 누구도 사람이나 물건이나 혹은 영토를 침범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 올림픽 제전이 열리는 기간에는 각지에서 여행하는 참가자들의 신변안전이 보장되어지는데, 이는 모든 참가자들이 제우스의 보호를 받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었다. 에케케이리아는 무엇보다도 전쟁 중에 그 힘을 발휘하곤 했는데, 모든 전쟁 당사자들이 이 ‘신의 평화’를 존중할 경우, 올림피아로 향하는 여행객들-선수들과 구경꾼들-은 안심하고 여행할 수 있었다. 누구든지 이 여행객들을 공격하는 경우에는 이들은 신성모독의 죄를 지은 것으로 간주되었다.” (책 ‘신들의 축제, 고대 올림픽', 구효송 저)

올림픽 기간 동안 찾아온 평화를 그리스 사람들은 ‘에케케이리아(Ekecheiria)’라고 불렀다. 이 기간은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석 달 정도 지속되었다. 아무리 박 터지게 싸우던 나라 간이어도 올림픽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전령인 ‘스폰도포로이(spomdophoroi)’가 월계관을 쓰고 지팡이를 짚은 채 나타나면 즉시 전쟁을 멈추고 주민들을 전쟁터가 아닌 경기장으로 보내야 했다. 무기를 소지할 수 없었으며, 사형을 집행할 수 없었고, 모든 법률적 다툼도 일시 중지되었다. 그리고 올림피아에 참석하러 가는 사람이면 국적에 상관없이 모든 나라들이 무조건 이들의 안전을 보장해주어야 했다. 고대 올림픽이 우리에게 기이하거나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면도 있지만,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여전히 이상적인 모습으로 여겨진다. 현재의 올림픽은 그리스만이 아닌 전 세계인의 축제가 되었지만, 이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인’ 평화의 원칙만큼은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다. 언제고 올림픽이 시리아의 난민들을 잠시나마 절대적으로 지켜주는 날이 온다면, 그 땐 더 이상 고대의 올림픽을 상상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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