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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쓰는 약 상당수는 쓸모가 없다

ⓒGetty Images

생명을 구해주는 약도 있다. 나는 내 심방세동을 다스려주는 믿음직한 약에 무척이나 감사한다.

여러 가지 면에서 플라시보보다 임상적으로 명백히 낫고 삶을 개선해주는, 도움이 되는 약이 많이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어쩌면 거의 대부분의) 약들은 아주 비싼 플라시보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환자들은 증상이 가장 심할 때 의사에게서 처방을 받고, 시간과 긍정적인 기대의 힘으로 낫는다. 약이 정말 효과가 있어서가 아니다.

거액을 다루는 제약 업계는 가장 쓸모없고 위험한 약도 경제적 블록버스터로 만들 수 있다. 의사와 환자들은 약효와 위험성에 대한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정보가 필요하다.

이 글은 오해를 바로잡는 것을 목표로 하는 블로그 시리즈의 첫 글이다. 딕 비즐은 국제 약품 회보 International Society Of Drug Bulletins (ISDB)의 회장이다. 이 단체는 53개국의 약품 회보를 대표하는 곳으로, 각 약품의 장단점에 대한 알려진 데이터 중 최고를 제공한다. 환자와 의사들이 제약 회사들의 프로파간다 때문에 생긴 조작된 틀린 정보들에 속지 않고 진실을 볼 수 있게 해준다.

딕은 이렇게 적었다. "약품 사용이 왜 어떻게 과다해졌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로 하부 요로 통과 장해(lower urinary tract symptoms; LUTS)의 치료를 살펴보자."

나이가 든 남성들은 소변을 볼 때 어려움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소변이 약하거나 나오다 끊기거나, 압박이 느껴지거나, 잘 안 나오거나, 계속 조금씩 새거나, 소변을 전부 내보내지 못하거나, 자주 소변을 보거나, 실금을 하거나, 야뇨증이 있거나, 배뇨 후에 새는 등이다. 나이가 들면 흔한 증상이라 제약업계로선 수익성이 좋은 타겟이 된다.

과거에는 전립선 비대증이 소변 증상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LUTS와 전립성 비대가 상관 관계가 있다는 증거는 약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미 FDA와 유럽의 EMA는 전립성 비대증 치료약 여러 가지를 승인했다.

승인 기준은 아주 낮다. 제약 회사들은 이 약이 통계적으로 플라시보보다 유의미한 수준으로 효과가 있다는 것만 보여주면 된다. FDA와 EMA는 그 약이 중요한 효과, 즉 환자들이 약을 복용했을 때 기분이 좋아지고 몸이 나아졌다는 증거가 있는 임상적인 개선이 되어야 한다고 요구하지 않는다. 작은 통계 자료만 있으면 약품이 승인을 받을 수 있다.

통계적 유의미와 임상적 의미는 크게 다르다. 예를 들어 비뇨기 약품의 치료 효과를 수량화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국제 전립선 증상 지수(IPSS)를 보자. IPSS 스케일은 0부터 35까지고, 숫자가 클수록 심한 증상이다. ≥3점 = 약간 효과, ≥5점 = 보통 효과, ≥8 pt. = 뚜렷한 효과다. 현실에서는 3점 이상 차이가 나지 않으면 환자는 개선 효과를 느낄 수 없다.

임상 실험 결과 전립선 비대증 치료에 사용되는 약품 대부분은 플라시보보다는 통계적으로 효과가 있지만, 임상적으로는 의미가 없었다. 개선폭이 3점 이하였기 때문에 환자는 약과 플라시보의 차이를 느낄 수 없다.

약을 섞어도 마찬가지다. 알파 차단제와 5-알파 리덕타아제 억제제를 섞거나, 알파 차단제와 항무스카린제를 섞으면 플라시보를 먹을 때나 한 가지 약만 먹을 때보다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증상 감소가 일어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그 차이는 워낙 미미해서 환자는 느끼지 못한다.

임상 실험에서 3점 이상의 증상 감소가 일어난 경우는 소수에 불과했다.

전립선 비대증 약의 효과가 없다는 것은 약물 치료를 시작하는 것보다 조심스럽게 기다리는 정책을 뒷받침한다. LUTS은 자연 상태로 두어도 낫는 경우가 많으며 대다수 환자는 증상이 더 심해지지 않는다.

낫는 환자들 대부분(혹은 전부)은 약 자체가 아니라 자연히 나았거나 플라시보 효과에 의해 나은 것일 테지만, 환자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약 덕분에 나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약 연구는 2차나 3차 치료에서 이루어졌다. 이런 연구 결과를 1차 치료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환자들의 특성이 다르고 그에 따라 예후도 다르기 때문이다.

플라시보보다 기능을 개선해주지 않는 약을 처방하는 것은 이성적이지 않다. LUTS 약물 치료는 플라시보보다 나을 것이 없고 부작용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한다. 카운슬링과 안심시키기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정보가 있는 환자들은 증상을 기껏해야 아주 조금 완화하면서 부작용의 위험은 있는 약을 먹을 용의가 훨씬 덜할 것이다.

약물 치료를 시작하기로 결정했을 때 최고의 선택은 언제나 알파 차단제다.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피로, 시력 감퇴, 수술 후 심각한 눈의 부작용이나 합병증, 두통과 어지러움을 유발하는 기립성 저혈압 등이 있다.

5-알파 리덕타아제 차단제는 대안으로 고려되어서는 안 된다. 효력은 미미하며, 남성의 유방 비대, 발기 및 사정 장애, 성욕 감퇴, 발기 부전, 유방암 등의 부작용이 있다.

항무스카린제는 긍정적인 약효는 약하고 콜린 억제성 부작용(입안 건조, 복부 통증, 변비 등)이 있다. 포스포디에스테라아제 억제제는 최근 도입되었지만 비교 연구가 부족해 아직 고려해선 안 된다. 약물 혼합 역시 해서는 안 된다.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효과 상승은 없지만 부작용은 더해진다.

우리는 남성 LUTS의 경우 그냥 방치하는 게 일반적으로 가장 좋다고 결론내린다. LUTS의 병리 생리학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전립선 크기와 비뇨기 불편 사이의 상관 관계는 약하다. 약의 작용 기제는 확실하지 않다. 그리고 플라시보 실험에서 긍정적인 영향은 약하다.

그러므로 카운슬링과 비약물 치료를 권해야 하며, 약물 치료는 권하지 말아야 한다. 약이 필요할 경우 알파 차단제만 사양해야 하지만, 이건 그저 아주 비싼 플라시보 치료제에 지나지 않을 때가 많다.

이해를 돕는 분석을 해준 딕에게 감사한다. 어떤 약이 유용하다고 생각하기 전에 플라시보 효과를 빼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부작용, 말도 안되게 높은 약가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이성적인 세상이라면 사람들은 지금보다 약을 훨씬 덜 먹고 있을 것이다. 어떤 약인지 분명히 알고, 효과와 위험의 균형을 잘 반영하고 먹을 것이다. 그리고 약가는 진짜 약효를 반영할 것이다.

약 사용은 환자에게 가장 좋은 것보다는 제약 회사의 이익에 따라 좌우되고 있다.

허핑턴포스트US의 Many Commonly Used Drugs Are Useless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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