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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학적으로 짚어보는 채식주의의 허와 실

만약 영혜가 아이를 낳았다면, 아이에게도 채식주의를 강요했을까? 이탈리아에서 미성년자인 자녀에게 채식을 강요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 이탈리아의 엘비라 새비노 의원이 16세 이하 자녀에게 채식을 강요하는 부모를 징역에 처하게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고 한다.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채식은 필수 영양요소를 갖지 못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채식만으로 영양적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채식주의의 허와 실을 짚어보자.

  • 비온뒤
  • 입력 2016.08.17 07:43
  • 수정 2017.08.18 14:12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에서 주인공 영혜는 냉장고에 있는 모든 고기를 쓰레기봉투에 넣는다. 쇠고기, 돼지고기, 토막난 닭, 심지어 바다장어까지. 영혜는 빨간 피가 흐르는 날고기를 씹고 있는 악몽을 꿨다며 '채식주의자'를 선언한다. 영혜는 고기뿐 아니라 계란, 우유도 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비건· vegan)가 된다. 채식주의자가 된 영혜는 하루하루 말라간다.

만약 영혜가 아이를 낳았다면, 아이에게도 채식주의를 강요했을까? 이탈리아에서 미성년자인 자녀에게 채식을 강요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중도 우파 정당 '포르자 이탈리아'의 엘비라 새비노 의원이 16세 이하 자녀에게 채식을 강요하는 부모를 징역에 처하게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고 한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채식식단 때문에 자녀가 만성질환을 갖게 될 경우 최대 2년까지, 자녀가 영양결핍으로 죽게 될 경우 부모는 최대 6년까지 징역을 선고받을 수 있다.

새비노 의원은 영양 불균형한 식단을 강요하는 부모들로부터 미성년자 자녀들은 보호하기 위해 법안을 제출했다.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채식은 필수 영양요소를 갖지 못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새비노 의원은 "성장기에 있는 자녀들이 육류와 달걀 등 동물성 음식을 섭취하지 못할 경우 철분과 아연, 비타민 B1ㆍ2 부족으로 심각한 영양 결핍과 빈혈,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 18개월 동안 아동이 채식 때문에 필수 영양소를 제대로 섭취하지 못해 병원에 실려 온 경우가 4차례 있었다. 지난 6월, 이탈리아 2살 여아는 채식만 하다 B12 결핍으로 신경학적 문제가 생겨 병원에 입원했다. 지난 7월에는 한 살배기 아기가 비건채식 때문에 영양실조를 앓게 됐다. 당시 아이의 몸무게는 생후 3개월에 해당하는 5kg에 불과했고, 칼슘 수치가 극도로 낮아 심장 수술을 받아야 했다. 아이의 부모는 양육권을 박탈당했다.

채식주의는 종교적·금욕적·영양학적 등의 이유로 고기를 피하고 채소, 과일, 곡물, 견과류만을 먹는 식생활을 지키거나 그것이 좋다고 주장하는 것을 일컫는다. 채식은 선택 방법에 따라 11단계로 나눌 수 있다. 세미채식(육류는 먹지 않고 조류나 해산물을 먹는 상태), 페스코채식(조류를 포함한 육류를 먹지 않고 회 등 해산물은 먹는 상태), 락토오보채식(조류를 포함한 육류와 해물을 먹지 않는 상태로 우유 등 유제품은 섭취), 비건채식(동물성식품을 전혀 먹지 않는 상태), 프룻채식(과일, 곡물, 잎사귀만 먹는 상태), 생채식(채소를 요리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먹는 상태)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채식만으로 영양적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채식주의의 허와 실을 짚어보자.

[채식의 긍정적인 측면]

첫째, 채식주의 식단은 건강에 좋다. 2016년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PLOS Medicine에 밝힌 연구결과에 따르면, 동물성 식품 섭취를 줄이고 식물 기반 섭취를 많이 섭취하는 것이 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을 34% 낮춘다고 한다. 건강한 채식이 식이섬유와 항산화 물질, 불포화 지방산, 마그네슘 등 미량 영양소의 함량이 높아서 당뇨병을 예방하는 것이다. 또한 채식은 건강한 장내세균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며, 여드름을 방지하고 기미, 주근깨를 없애 피부미용에 좋다.

둘째, 육류를 과다 섭취하면 다이어트뿐 아니라 건강에 치명적이다. 특히 육류에는 단백질이 과다하게 많은데 단백질을 과잉 섭취하게 되면 몸이 산성화되고 알레르기 질환, 골다공증 등이 생긴다. 또 육식을 하면 콜레스테롤을 많이 섭취하게 된다.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축적되면 동맥경화, 고혈압을 일으키고 중성지방도 많아 비만,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당뇨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또한 육류는 야채류보다 세 배나 많은 시간을 장에서 보내고, 딱딱한 변이 장벽에 달라붙어 대장염, 대장암을 유발할 위험이 크다. 콜린 캠벨 코넬대학교 영양생화학과 명예교수는 <건강, 음식, 질병에 관한 오해와 진실>에서 "모든 종류의 암, 심혈관질환, 그 밖의 퇴행성 질환의 거의 대부분이 채식 위주 식단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예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채식의 부정적인 측면]

첫째, 극단적인 채식은 건강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동물성 식품에서 쉽게 섭취할 수 있는 철분, 칼슘, 엽산, 비타민 B12 등의 부족이 올 수 있다. 특히 임신했을 때 엄격한 채식을 하게 되면 태아의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채식에서 공급받기 어려운 영양소 결핍으로 태아의 뇌세포 발달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육식을 해야 몸에 필요한 영양을 섭취할 수 있다. 리어 키스의 <채식의 배신>에 따르면 적정한 지방이 있어야만 몸이 정상적 기능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생식, 치아 발달, 면역 기능, 피부 건강, 뼈 재형성 등에 관여하는 비타민 A·D·E·K 같은 지용성 비타민은 지방이 있어야만 몸으로 흡수된다. 또한 육류는 훌륭한 단백질 공급 식품이다. 우리 몸에서 만들어내지 못하는 아홉 가지 필수아미노산을 골고루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육류에 포함된 양질의 단백질은 체내 면역기능을 높여준다. 반면 분해되지 않는 식물성 단백질인 렉틴은 혈액으로 흘러들어가 크론병, 류머티즘성 관절염, 제1당뇨병, 다발성 경화증 등 자가면역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물론 채식은 '선택'이다. 사람은 담배를 피우지 않을 권리가 있듯, 고기·생선·계란을 먹지 않을 권리가 있다. 윤리적, 종교적, 영양적 이유로 채식을 선택한다고 해서 누구도 비난할 수 없다. 그러나 여전히 영양적으로도 채식은 논쟁 중이다. 영양과잉시대에, 우리는 너무 많은 고기를 섭취하고 있다. 그렇다고 육식을 완전히 끊는다면, 영양 불균형이 올 수 있다.

현실적으로 육식을 완전히 끊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고기를 지금보다 적게 먹는 것이 필요하다.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등이 비만의 주범으로 몰려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지만, 이 역시 편견일 수 있다. 육식도 각종 채소를 곁들여먹는다면 균형적으로 먹을 수 있다. 육식과 채식을 골고루 섞어 먹는다면 건강한 식단을 만들 수 있다. 무엇이든 만능주의에 지나치게 빠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 이 글은 의학전문채널 <비온뒤> 홈페이지(aftertherain.kr)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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