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한때 돌고래쇼에 동원됐던 '춘삼이'에게 경사 같은 일이 벌어지다(사진)

불법포획돼 돌고래쇼 공연에 동원됐다가 고향 제주 바다로 돌아간 남방큰돌고래들이 연이어 번식에 성공하고 있다.

제주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돌고래 연구팀은 3년 전 제돌이(수컷·17살 추정)와 함께 고향 제주 앞바다에 방류된 남방큰돌고래 춘삼이가 새끼를 낳아 기르는 것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삼팔이(암컷·13∼15살 추정)의 출산 사실이 알려진 뒤 4개월여만이다. 방류된 돌고래가 연이어 새끼를 낳아 기르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을 정도로 의미가 매우 크다.

제주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돌고래 연구팀은 16일 3년 전 제돌이와 함께 고향 바다에 방류된 남방큰돌고래 춘삼이가 새끼를 낳아 기르는 것으로 확인했다. 등지느러미에 숫자 '2'라는 동결표식이 있는 춘삼이 바로 옆에 새끼 돌고래가 헤엄치고 있다. 어미 뱃속에서 오랫동안 웅크리고 있을 때 생기는 새끼 돌고래 특유의 몸통 줄무늬 자국이 선명하다.

이화여대 장수진(35·여)·김미연(28·여) 연구원은 지난 9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등지느러미에 숫자 '2'라는 동결표식이 있는 춘삼이가 새끼 돌고래와 함께 '어미-새끼 유영자세'(mother-calf position)로 헤엄쳐 다니는 장면을 목격했다.

'혹시나'하는 마음에 몇 달간 제주 연안을 돌며 찍은 수천 장의 야생 돌고래 사진을 자세히 분석한 결과 6월 17일까지는 춘삼이가 홀로 다녔으나 지난달 20일부터 춘삼이 곁에 새끼 돌고래가 바싹 붙어 헤엄쳐 다니는 모습이 담겨 있음을 확인했다.

7월 20·25·31일, 8월 9·10·11일 등 여섯 차례에 걸쳐 춘삼이와 새끼의 모습이 목격됐으며 함께 있던 새끼 돌고래는 모두 같은 개체였다.

또 1m가 채 안 되는 작은 크기, 어미 뱃속에서 오랫동안 웅크리고 있을 때 생기는 새끼 돌고래 특유의 몸통 줄무늬 자국이 선명한 것으로 보아 6월 말에서 7월 중순 사이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장수진·김미연 연구원은 "삼팔이의 새끼인 경우 태어나고 나서 시간이 좀 흐른 뒤 발견됐기 때문에 크기도 비교적 크고 줄무늬가 없어 새끼임을 확인하는 데 애를 먹었지만, 이번에는 크기도 작고 몸에 있는 줄무늬, 어미와 새끼 사이에 보이는 전형적인 행동 습성 등을 볼 때 춘삼이의 새끼인 것으로 확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어미 돌고래와 새끼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매우 깊은 유대관계를 형성한다.

어미 돌고래는 출산 직후 새끼를 수면 위로 밀어 올려 폐로 숨을 쉴 수 있도록 돕고, 새끼에게 젖을 먹이고, 헤엄치는 방법 등을 가르쳐준다.

새끼가 갓 태어났다고 해서 한 곳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새끼가 야생에 적응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쉼 없이 함께 돌아다닌다.

제주도의 서쪽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보이던 어미와 새끼가 다음날 정반대 편인 성산읍 앞바다에서 보이는 등 부지런히 움직인다.

그래야 야생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왼쪽 사진은 등지느러미에 숫자 '2'라는 동결표식이 있는 춘삼이와 새끼 돌고래가 헤엄치는 모습이고 오른쪽 사진은 삼팔이와 새끼 돌고래의 모습.

그런데도 돌고래의 폐사율은 첫째 새끼인지 여부와 서식환경 등 지형적 요건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3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원들은 "첫째 새끼인 경우 폐사율이 좀 더 높기는 하지만, 춘삼이가 함께 다니는 야생 무리(20마리 안팎)에 비슷한 시기 태어난 새끼 돌고래가 4∼5마리 정도 있는 것으로 보아 경험 있는 다른 돌고래의 도움을 받으며 잘 살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제돌이 방류 이후로 제주에서 돌고래 포획이 사라졌고, 어민들 역시 자발적으로 그물에 혼획된 돌고래들을 풀어주고 있어 자연적인 요인이 아니라면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며 "현재 남방큰돌고래 110여 마리가 제주 연안에 사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좀 더 많은 개체가 살고 있을 것으로 보이고, 개체 수 역시 앞으로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동안 많이 줄어들었던 제주 바다의 남방큰돌고래 개체 수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앞으로 200마리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김현우 박사의 조심스러운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남방큰돌고래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주 해역에만 발견되는 국제보호종이다. 판매를 목적으로 한 불법포획, 물고기를 잡으려고 쳐놓은 그물에 갇혀 죽는 등 한때 개체 수가 105마리까지 줄어들었으나 현재 110여 마리가 제주 연안에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춘삼이는 지난 2009년 6월 23일 제주시 외도2동 앞바다에서 어민이 쳐놓은 정치망에 걸려 제주의 한 공연업체에 단돈 1천만 원에 팔린 뒤 돌고래쇼 공연에 동원됐다.

돌고래 불법포획 사실이 해경에 적발되고 돌고래 업체가 기소돼 대법원에 의해 최종 몰수판결을 받으면서 지난 2013년 7월 18일 제주시 구좌읍 김녕 앞바다에서 제돌이와 함께 방류됐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돌고래 #동물 #남방큰돌고래 #춘삼이 #돌고래쇼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