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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와 레이더 센서의 명암

성주 군민들은 자동차용 센서보다 백만배 정도나 높은 출력의 전자파가 방출될 사드 레이더가 끼칠 피해를 걱정하며 연일 시위 중이다. 정부는 뒤늦게 환경영향평가를 하겠다고 하는데 그게 제대로 이루어질까 의문스럽다. 왜냐하면, 이 경우 미군의 다른 곳에 설치된 레이더 기지에 대한 환경 평가 기준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군의 레이더 기지에 적용된 환경평가 기준을 자세히 살펴보면 지상이나 공중에서 생활하는 생물의 경우 멸종 위기종이나 보호종들에 대한 고려만을 하고 있다.

  • 국민의제
  • 입력 2016.08.17 08:00
  • 수정 2017.08.18 14:12
ⓒ미 육군

글 | 맹성렬 (우석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몇 달 전 우리 학교의 한 가족회사 대표로부터 기술 검토 의뢰를 받았다. 현재 화재 현장에서 사용되는 소방 랜턴이 연기가 짙을 경우 불빛 도달거리가 짧아 인명 구조작업에 지장이 많다고 했다. 소방용 랜턴은 보통 연기 투시형으로 제작되지만 실제 상황에서 필요한 투시거리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극복할 보완책을 강구해달라는 것이 그분 요구사항이었다.

연구실로 들어와 랜턴의 불빛조차 뚫고 나가지 못할 정도로 짙은 연기에서 어떤 수단으로 장애물이나 계단, 출구 등을 파악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해봤다. 여러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하다가 레이더 센서를 랜턴에 부착해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처음엔 수 밀리미터 파장의 초음파 센서를 고려해보았으나 그 최대 측정거리가 10미터 정도로 제한되고, 온도·먼지 등에 민감하기 때문에 화재 현장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사용하기에 다소 부적합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하지만, 음파 대신 비슷한 파장대역의 전자파를 사용하는 레이더 센서는 비교적 먼 거리를 측정할 수 있으며, 주변 환경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장점이 있어서 보다 적합하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다.

레이더 센서는 전자파를 물체를 향해 발사해 반사파를 측정함으로써 물체까지의 거리나 형상을 측정하는 장치다. 레이더 센서는 2차 세계 대전 때 적기의 공습을 사전 탐지하기 위해 연구 개발되었으며, 나치 독일군의 영국 침공을 무력화시키는데 큰 기여를 했다. 오늘날 레이더 센서는 공항에서 비행기 관제에 사용되며, 기상관측, 수심 측정, 상하수도 누수 감지, 건물 내부 진단, 재난지역 바이탈 신호 감지, 인질구출 시 실내 투과 감지 등 안전과 구호용으로도 사용된다. 특히 최근에는 자동차 측후방 감시나 전방 충돌 방지용으로 레이더 센서를 사용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향후 자율 주행 자동차의 상용화를 위한 아주 중요한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레이더 센서에 파장이 긴 센티미터파를 사용하면 전파의 감쇄가 작고 먼 곳까지 탐지할 수가 있지만 정밀 측정이 되지 않아 해상도는 나빠진다. 반대로 파장이 짧은 밀리미터파는 공기 중에 포함되는 수증기, 먼지, 눈, 비 등에 흡수 또는 반사되기 쉽기 때문에 감쇄가 커서 먼 곳까지 탐지하지 못하지만 높은 해상도를 얻을 수 있다. 먼거리의 비행체를 탑지하기 위한 군사용 레이더엔 2~3센티미터 파장의 X-밴드나 10센티미터 파장의 S-밴드 대역이 많이 사용하며, 안전이나 구호 등 비교적 가까운 거리의 정밀 진단에는 3~10 밀리미터 정도 파장 대역이 사용된다.

최근 사드배치 문제로 정국이 어수선하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를 의미하는 사드는 요격용 미사일과 함께 레이더 센서가 핵심 장치로 구성된다. 사드가 경북 성주에 배치된다고 하자 사드 요격용 미사일로 수도권을 방어할 수 없다고 해서 문제가 되었다. 일단 패트리어트 미사일로 방어하면 된다고 하는데 북한 핵 미사일로부터 대한민국 국민을 지킨다면서 인구 절반 이상이 밀집된 수도권과 무관한 선택을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그런데, 이보다 국내외적으로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레이더 센서다.

성주 군민들은 자동차용 센서보다 백만배 정도나 높은 출력의 전자파가 방출될 사드 레이더가 끼칠 피해를 걱정하며 연일 시위 중이다. 정부는 뒤늦게 환경영향평가를 하겠다고 하는데 그게 제대로 이루어질까 의문스럽다. 왜냐하면, 이 경우 미군의 다른 곳에 설치된 레이더 기지에 대한 환경 평가 기준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군의 레이더 기지에 적용된 환경평가 기준을 자세히 살펴보면 지상이나 공중에서 생활하는 생물의 경우 멸종 위기종이나 보호종들에 대한 고려만을 하고 있다.1) 이런 종들만 주변에 없으면 별 문제가 없다는 식이다. 실제로 가능한 생태계 교란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그 어느 구절에서도 찾아보지 못했다.

외국 열강들은 사드 레이더로부터 방출되는 전자파가 도달할 거리, 즉, 레이더 센서 감지 거리에 대한 판단을 놓고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한편에서는 사드 레이더 센서 감지 거리가 600킬로미터 정도로 한반도에 국한된다고 말하는데 다른 한편에선 2~3,000킬로미터나 되어 중국 전체나 러시아 동부까지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2) 아마도 진실은 전략적 모호성이란 가면을 쓴 채 이들 주장의 중간 어디쯤인가에 웅크리고 있을 것이다.

동일한 기술이 평화와 안전 지킴이로 쓰이기도 하지만 불화와 위기상황을 조장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나 같은 과학기술자들을 항상 고민하게 만든다.

* 본 내용은 전북일보에 실렸던 기고문을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

글 | 맹성렬

현재 우석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로 재직중.

영국 Cambridge University 공학박사.

경실련 과학기술위원회 정책위원, 중앙위원.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기술인문융합창작소 연구위원.

저서: 『아담의 문명을 찾아서』, 『과학은 없다』, 『UFO 신드롬』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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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nvironment Assesment : Advanced Radar Detection Laboratory(ARDEL), August 2009

http://www.agriculturedefensecoalition.org/sites/default/files/file/us_navy/217SY_4_2009_U.S._Navy_ARDEL_Advanced_Radar_Detection_Laboratory_Environmental_Assessment_September_23_2009_EA_August_2009.pdf

2) 박현, 미 MIT 교수 "한반도 사드, 중국과 무관?...미국 말 믿지 말라" 한겨레신문((2015.06.01.)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693671.html

; 김원식, [단독] 美 국방부 미사일방어국장, "사드 레이더 탐지거리 2,900km 넘는다" 민중의 소리(2016. 07.26)http://www.vop.co.kr/A0000105147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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