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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나 먹었나

호화오찬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자 청와대는 송로버섯은 '풍미를 위해 사용한 정도'라고 해명했다. 샥스핀에 대해서도, 멸종위기에 처한 상어 보호를 위한 국제적인 노력을 알고나 있었는지 묻고 싶다. 본고장인 중국의 정부까지 나서서 금지해 나가고 있는 샥스핀을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공식 오찬에서 내놓고 즐기는 '국격'은 창피하고 낯 뜨겁다. 이번 호화오찬 논란은 현 정부의 공감과 소통 능력만큼이나 야생 보전에 대한 인식 또한 걱정스러운 수준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 이형주
  • 입력 2016.08.16 08:35
  • 수정 2017.08.17 14:12

2012년 채널A <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 >에서 방송된 상어 지느러미 채취 모습

지난 11일 박 대통령이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최고의원 등 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대접한 오찬 메뉴가 도마에 올랐다. 100그램에 10만원을 호가한다는 송로버섯 같은 고가의 재료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살인적인 더위에도 누진세 때문에 에어컨 리모컨도 벌벌 떨면서 조종해야 하는 서민들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다는 비판이 누리집을 채우고 있다.

만찬에 오른 음식 중 송로버섯만큼이나 청와대의 공식 연회 테이블에 부적절한 메뉴가 눈에 띈다. 바로 '샥스핀 찜'이다. 이것은 단지 샥스핀이 고가 재료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샥스핀(Shark's fin)은 상어의 지느러미다. 중국어로 '위츠[魚翅]'라고 불리는 샥스핀의 역사는 중국 송나라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손쉽게 구할 수 없는 데다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특별한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샥스핀은 황제들의 상에나 주로 올랐다. 18세기부터 중국의 경제 사정이 좋아지면서 샥스핀은 결혼식, 연회, 중요한 회의석상에서 부와 격식을 상징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광동지방에는 '샥스핀이 없으면 연회라 말할 수 없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 2013년, 중국 정부는 공무상 연회에서 샥스핀 요리를 내는 것을 금지했다. 시진핑 주석이 추진한 반부패 운동의 일환으로, 중국 3대 진미라고 알려진 샥스핀과 제비집 요리를 공식 접대에 사용하는 것을 중단한 것이다. 멸종위기에 처한 상어를 보호하기 위해 샥스핀 거래를 금지하라고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의식한 행보이기도 했다. 같은 해 홍콩 정부도 샥스핀을 공식 연회에서 금지하면서, 국민들에게도 소비를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미국 해양대기관리처(NOAA) 직원이 압수된 상어 지느러미의 숫자를 세고 있다. © http://www.magazine.noaa

전 세계에서 일 년에 7천만에서 1억 마리에 달하는 상어가 목숨을 잃는다. 2014년 세계자연보전연맹의 상어 전문가그룹의 분석에 의하면 전 세계의 상어와 가오리 1041 종의 4분의 1이 멸종위기에 놓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어의 경우 465종 중 11종은 '심각한 멸종위기종(Critically endangered)'으로, 15종은 '멸종위기종(Endangered)'으로, 48종은 '취약종(Vulnarable)'으로 분류되었다. '멸종위기가 가장 적은 종(Least concerned)'으로 분류된 종은 샥스핀 채취용으로 사용되지 않는 종들이다.

바다에 사는 최상위 포식자인 상어는 해양생태계의 건강과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먹이로 삼는 어류의 적정 개체수를 유지하고, 해조류가 과다하게 증식하는 것을 막는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무역에 관한 협약(CITES)은 샥스핀 소비국인 중국과 일본의 오랜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4년 9월 샥스핀을 채취하기 위해 쓰이는 대표적인 상어 종인 귀상어를 비롯한 다섯 종의 상어를 보호대상으로 지정했다.

샥스핀 요리가 세계적으로 지탄을 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상어 지느러미를 채취하는 과정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비인도적이기 때문이다. 상어의 몸집은 낚싯배보다 훨씬 크고 상어 고기에 대한 수요는 아주 적기 때문에, 어부들은 뜨겁게 달구어진 면도날로 지느러미만을 자른 후 상어를 바다에 다시 던져버린다.

경골어류에 속하는 대부분의 어류는 모세혈관이 모여 있는 아가미를 펌프질하듯 움직여 물속의 산소를 흡수한다. 그러나 연골어류인 상어의 아가미에는 운동기능이 없다. 그래서 쉬지 않고 헤엄을 쳐야 물이 아가미를 지나가게 해 호흡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연골어류는 경골어류와 달리 몸을 물에 뜨게 하는 부레가 없다. 즉, 상어는 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지느러미를 움직이며 헤엄을 쳐야 한다.

지느러미가 잘린 상어는 헤엄을 칠 수도 없다. 자연히 숨을 쉬거나, 먹이를 사냥할 수도 없게 된다. 사람으로 치면 팔다리가 잘린 채 바다에 내던져진 것이나 다름없다. 중심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바다에 가라앉은 상어는 과다출혈이나 질식, 굶주림으로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아야 한다.

2013년 유럽연합은 상어의 지느러미 채취에 대한 법안을 강화했다. 2003년 이래로 유럽연합은 유럽연합소속 국가의 영해와 선박에서 상어의 지느러미를 채취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사전에 허가를 받고, 지느러미와 상어의 남은 사체가 함께 육지로 반입되는 경우 이미 죽은 상어의 사체에서 지느러미를 채취하는 것을 허가하는 예외조항을 남겨두었었다. 2013년 유럽의회는 성명을 통해 상어 지느러미 채취를 멸종위기에 처한 이유로 지적하고, 모든 상어는 지느러미가 붙은 채로 육지로 들어와야 한다고 규정했다. 유럽연합 외에도 30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상어 지느러미 채취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샥스핀 요리를 판매하거나 심지어 소비하는 행위도 법으로 금지되고 있는 추세다. 미국에서는 2010년 하와이 주에서 샥스핀의 소지, 판매, 유통을 금지시킨 것을 시작으로 캘리포니아, 델라웨어, 일리노이, 매사추세츠, 메릴랜드, 뉴욕, 오리건, 텍사스 등 10개 주에서 샥스핀 판매를 금지했다. 2016년에는 초당적 법안인 '샥스핀 종식을 위한 법률(Shark's Fin Elimination Act 2016)'을 발의해 연방법으로 샥스핀 거래와 판매를 금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2011년 온타리오 브랜포드 시에서 샥스핀의 소지와 판매를 금지한 이후 캘거리, 토론토, 미시소가 등도 같은 행보를 따랐으나, 토론토는 온타리오 주 고등법원에서 지자체의 권한에서 벗어난다는 판결을 받기도 했다.

샥스핀 무역과 소비에 제동을 거는 것은 각국 정부뿐이 아니다. 힐튼 호텔 그룹, 메리어트 호텔 그룹 등 대표적인 호텔 체인들도 자발적으로 샥스핀 요리를 판매하지 않을 것을 선언했다. 이 중에는 홍콩 최대 호텔 체인인 페닌슐라 호텔과 샹그리라 호텔도 포함되어 있다. 결혼식 등 연회가 호텔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고려할 때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다. 또한 홍콩의 케세이퍼시픽 항공을 비롯해 30개가 넘는 항공사가 샥스핀 운반을 중단하는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아시아나, 대한항공도 2013년 수송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실제로 샥스핀의 소비량도 감소하고 있다. 미국의 환경보호단체인 와일드에이드(WildAid)가 2014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부터 중국의 샥스핀 소비량은 50에서 70퍼센트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국의 시민의식도 변화하고 있다. 2015년 홍콩대와 한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0퍼센트 이상이 결혼식에서 샥스핀 요리를 접대하지 않는 것이 합당하다고 대답했다.

호화오찬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자 청와대는 송로버섯은 '풍미를 위해 사용한 정도'라고 해명했다. 샥스핀에 대해서도, 멸종위기에 처한 상어 보호를 위한 국제적인 노력을 알고나 있었는지 묻고 싶다. 본고장인 중국의 정부까지 나서서 금지해 나가고 있는 샥스핀을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공식 오찬에서 내놓고 즐기는 '국격'은 창피하고 낯 뜨겁다. 이번 호화오찬 논란은 현 정부의 공감과 소통 능력만큼이나 야생 보전에 대한 인식 또한 걱정스러운 수준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낮 청와대에서 열린 이정현 대표 등 새누리당의 새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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