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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기원이 아닌 인간의 근원

사실 형식 논리적으로만 보면 1948년 8.15가 주권, 영토, 국민이라는 세 요소가 제대로 갖춰진 건국 시점인 것이 맞기는 하다. 하지만 국가의 기원에는 선언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도 있는 것이니만큼, 헌법에 명시된 임시정부의 법통을 근거로 삼자는 것도 전혀 부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하여 이것은 결국 국가가 중하냐 민족이 중하냐 하는 양자택일적인 문제가 되어버린다. 이것은 또한 근대화 과정에서 한 번도 국가와 민족을 일치시켜 보지 못한 우리가 잉태한 근원적인 비극이기도 하다.

  • 최범
  • 입력 2016.08.16 07:28
  • 수정 2017.08.17 14:12
ⓒ연합뉴스

내게는 건국절 논란도 우파 국가주의와 좌파 민족주의의 자존심 대립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우파 국가주의자들이 건국절을 주장하는 것은 1948년 8.15가 사실상 대한민국의 성립이라고 보기 때문인데, 좌파 민족주의자들은 이를 두고 우파 국가주의자들의 친일 경력을 지우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한다. 그러므로 건국절 논란은 단지 건국과 정부 수립을 둘러싼 형식적, 법률적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상 역사를 국가 중심으로 보는 우파 국가주의자들과 민족 중심으로 보는 좌파 민족주의자들의 이념적, 감정적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형식 논리적으로만 보면 1948년 8.15가 주권, 영토, 국민이라는 세 요소가 제대로 갖춰진 건국 시점인 것이 맞기는 하다. 하지만 국가의 기원에는 선언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도 있는 것이니만큼, 헌법에 명시된 임시정부의 법통을 근거로 삼자는 것도 전혀 부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하여 이것은 결국 국가가 중하냐 민족이 중하냐 하는 양자택일적인 문제가 되어버린다. 이것은 또한 근대화 과정에서 한 번도 국가와 민족을 일치시켜 보지 못한 우리가 잉태한 근원적인 비극이기도 하다.

솔직히 내 생각으로는, 8.15를 건국절로 인정해줌으로써 대한민국의 실질적인 건국 세력이 친일파라는 사실을 어떤 식으로든지 확인하고, 그 대신에 좌파가 민족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역사적 비전과 투쟁을 전개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근대 한국을 지배해온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라는 양대 이데올로기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집단이 아닌 개인의 존엄에 기반한 새로운 민주주의적인 가치관이 배양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럴 때 우리는 국가주의와 민족주의 모두 사실은 전체주의의 다른 양태에 지나지 않으며, 진정한 근대는 개인의 발견과 함께 시작된다는 엄정한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는 국가의 기원이 아니라 인간의 근원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해야 한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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