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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애만화를 찾는 모험

미네 후지코는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아마도 만화 캐릭터 중에서는 처음으로 반한 여인이었을 것이다. 조연이기는 하지만 존재감은 루팡 3세 이상이었다. 자신의 매력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그 점을 이용하여 루팡 3세와 모든 사람들을 홀리고 속이는 팜므 파탈. 안타깝게도 당시에 봤던 국내판 『루팡 3세』에서는 검열 때문에 미네 후지코의 몸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녀의 나신에는 언제나 거친 펜 선으로 비키니나 가운이 입혀져 있었다.

  • 김봉석
  • 입력 2016.08.12 11:18
  • 수정 2017.08.13 14:12

중학교를 들어가기 전까지는 만화가게 출입이 아주 잦았다. 그 시절 동네마다 벌어지는 낯익은 풍경인, 만화가게에서 만화를 보다가 저녁 먹을 시간에도 귀가하지 않아 어머니가 찾으러 와 등짝을 얻어맞고 끌려가는 일도 당연히 있었다. 하지만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만화가게 출입을 끊었다. 만화를 보기 싫어서가 아니었고, 가지 말라는 말을 들어서도 아니었다. 참 이상하다. 어째서인지 그 시절의 나는 만화가게는 아이들이나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중학생이 되면서 출입을 끊었고 대신 서점에서 어른들이 보는 만화를 사서 봤다.

고우영의 『삼국지』와 『일지매』, 강철수의 『사랑의 낙서』, 박수동의 『고인돌』, 김수정의 『신인 부부』 그리고 일본 만화인 몽키 펀치의 『루팡 3세』 등등. 국내 만화는 주로 스포츠신문과 주간지 등에 연재한 만화들이었다. 강철수의 만화를 보면 청춘 남녀의 연애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삐뚤빼뚤한 박수동의 만화는 그림보다 말이 더욱 야했다. 전혀 관능적이지 않은 그림이었지만 성을 유쾌하게 다루는 해학을 만날 수 있었다. 『아기공룡 둘리』로 유명한 김수정은 오히려 어른들의 이야기에 더욱 능한 작가라고 생각했다. 『날자! 고도리』도 그렇고, 『신인 부부』도 어른들의 심란한 마음을 다정하게 위로해주는 만화였다. 고우영의 『삼국지』는 일본에서 나온 어떤 삼국지 만화 못지않은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절에 만난 모든 만화가 좋았고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그래도 하나만을 꼽으라면 몽키 펀치의 『루팡 3세』다. 루팡의 손자인 루팡 3세가 온갖 보물을 훔치러 다니는 이야기다. 루팡의 동료로는 사격 솜씨가 일품인 지겐 다이스케와 검술의 달인 이시카와 고에몽이 있다. 루팡을 쫓아다니지만 번번이 놓치는 경찰로는 제니가타 경부가 나온다. 그리고 어떨 때는 루팡의 동료였다가 어느 순간에는 루팡을 팔아넘기거나 배신하는 여인 미네 후지코.

미네 후지코는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아마도 만화 캐릭터 중에서는 처음으로 반한 여인이었을 것이다. 조연이기는 하지만 존재감은 루팡 3세 이상이었다. 자신의 매력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그 점을 이용하여 루팡 3세와 모든 사람들을 홀리고 속이는 팜므 파탈. 안타깝게도 당시에 봤던 국내판 『루팡 3세』에서는 검열 때문에 미네 후지코의 몸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녀의 나신에는 언제나 거친 펜 선으로 비키니나 가운이 입혀져 있었다. 한참 뒤, 일본에 갔을 때 겨우 구한 일본판을 통해서 미네 후지코의 몸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미네 후지코는 당시 일본 (주로 남성) 독자들에게도 열광적인 찬사를 받았다.

『루팡 3세』 정도로 야한 일본 만화는 80년대 후반에 번성했던 만화방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 이케가미 료이치의 『크라잉 프리맨』, 에가와 타츠야의 『동경대학 이야기』와 『골든 보이』, 오기노 마코토의 『공작왕』 그리고 히로카네 켄시의 『시마 과장』 등등. 그중에서 야하기로는 가장 상층이라 할 『엔젤』의 유진을 비롯하여 대부분은 성애만화가 아니라 일본의 청년지에 실리는 어른들을 위한 보통의 만화들이었다. 성애가 중심이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를 펼치면서 정사 장면과 누드 장면이 등장하는 것이다.

섹스를 중심으로 인간을 바라본다. 개인이 모든 것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 『18금의 세계』를 준비하면서 이시이 다카시와 야마모토 나오키의 만화를 처음 접하고 이후로도 계속 구해서 봤다. 다른 에로망가의 걸작들도 구해봤다. 결국 어디나 똑같다. 잘 만들면, 어떤 단계를 뛰어넘으면 무엇이든 예술이 되고 걸작이 된다.

* 이 글은 필자의 저서 <내 안의 음란마귀>의 내용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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