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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역사상 가장 황당한 금메달 리스트 4명의 이야기

2016년 리우 올림픽이 한창이다. 어김없이 이번 올림픽도 다양한 드라마를 만들어내고 있다. 국적, 성별, 순위에 관계없이 한 사람 한 사람의 땀방울과 눈물이 모두 그렇다. 영화나 드라마로 그 과정과 결과를 만들었어도 이처럼 극적일 수는 없는 순간들의 연속이다. 이들이 금메달을 따기까지 개인의 꾸준한 노력과 국가나 체육단체의 과학적인 지원 시스템 등이 있었을 것이다. 실제 올림픽 경기 중계를 보면 전 과정이 상상된다.

그런데, 초기 올림픽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규칙도 정비되지 않았고 국가적 관심도 덜했기 때문이다. 숱한 변수들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어이없는 상황에서 금메달을 따는 출전자들(선수가 아니다!)도 생겼다.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이들의 금메달 기록을 찾아 모아보았다. 치열하기보다 조금 실소가 나오는 예전 올림픽 풍경을 즐겨보자.

1. 올림픽 역사상 최연소 금메달 수상자는 7살 소년이다

“...각 경기장의 시설이라든가 경기운영이 엉망이었음은 불문가지...지금으로선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8월 26일 조정경기에선 갑자기 콕스가 필요한 네덜란드팀에 프랑스 소년이 참가해 우승한 후 시상식에도 참가하고 기념사진도 찍은 후 소년이 사라져버린 일도 있었는데, 여러 해 동안 수소문했으나 그의 이름과 실제 나이를 알 수 없는데, 사진으로 미루어 볼 때 7-12세가 아닌가 하는 추측이다.” (책 ‘아테네에서 아테네까지’, 방광일 저)

1896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제1회 올림픽을 개최한 쿠베르탱은 4년 후인 1900년 프랑스 파리에서 제2회 올림픽을 연다. 당초 원대한 계획이었으나 막상 프랑스 정부에선 올림픽을 당시 열린 만국박람회의 하위 이벤트로 취급했고, 그나마도 지원을 잘 해주지 않았다. 때문에 경기 운영이 엉망이 되는 일이 잦았는데, 그 중 압권은 2인용 조정 경기에서 일어났다. 인원 정리가 되지 않아 참가자와 관객이 뒤섞여 혼란스러운 와중에 네덜란드 조정 팀이 원래 콕스(키잡이)를 하기로 했던 팀원과 떨어지게 된 것이다. 경기 시간은 다가오는데 원래 일행을 도저히 찾을 수 없었던 네덜란드 조정 팀은 급한 대로 근처에 있던 소년을 설득해 키잡이 자리에 앉히고 경기에 참가했고, 놀랍게도 우승을 차지한다. 그렇게 이 소년은 올림픽 역대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라는 기록을 남기게 되었지만, 기념사진만 찍고 ‘쿨하게’ 다시 군중 속으로 사라져버려 자신의 정체를 후대에 알려주지 않았다고. 그렇게 소년은 전설이 되었다.

2. 관중들이 선수들을 도와 함께 금메달을 땄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사건은 이번 대회에 처음으로 도입되었던 줄다리기에서도 다를 바가 없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덴마크와 스웨덴이 급작스레 구성한 단일팀이 우승했다고 하기도 하고, 혹은 미국 선수단이 1,2,3등을 차지했다고도 하는데, 미국 팀에 얽힌 줄다리기는 다음과 같다. 2위 결정전에서 프랑스 팀과 겨룬 미국은 프랑스를 물리쳤다고 좋아했으나, 나중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관중석에서 몇 명의 구경꾼이 달려와서 미국 팀을 도와주었다는 것이다...공식적으로는 덴마크 스웨덴 단일팀이 우승한 것으로 되어 있다.” (책 ‘현대 올림픽의 전개과정I(태동기-1900)’, 구효송 저)

초기 올림픽 경기 종목 중엔 줄다리기가 있었는데, 역시 1900년 제 2회 파리 올림픽은 이 종목에서도 어이없는 일화를 남긴다. 우승국이 누구인지 확실하지가 않은 것이다. 당시 경기 결과는 양철로 만든 원시적인 확성기를 이용해 발표했는데, 그 성능이 너무 떨어져 제대로 알아들은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주최 측에서도 철저히 기록하지 않아 그저 짐작으로 써넣었다고 하니, 사실 누가 진짜 금메달을 탔는지는 아무도 정확히 모르는 셈이다. 공식적으로는 급조된 덴마크-스웨덴 단일팀이 우승했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미국이 우승팀이라는 견해도 있다. 더 엉망인 것은 미국이 프랑스와 경기를 벌일 때 응원석에 있던 미국인 관중들이 뛰어나와 힘을 보탰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 정도로 뒤죽박죽이라면, 차라리 그곳에 있던 모든 이에게 금메달 자격이 있다고 결론짓는 게 나을 수 있다. 이렇게 처리하는 것이 문자 그대로 ‘관객과 선수가 하나 되어’ 축제를 즐겼던 당시 올림픽 상황에 더 맞는 건 아닐까?

3. 육상 400m경기에 혼자 출전해 혼자 금메달을 땄다

“...카핀터를 실격시킨다는 결정이 내려지자 테일러와 로빈은 카핀터와의 연대감을 과시하여 항의의 표시로 경기를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카핀터의 실격 결정은 번복되지 않았으며, 결과적으로 할스웰 혼자서 결승전 재경기에 참가하게 되었다. 다음 토요일 12시에 나머지 두 명의 미국인은 끝내 달리지 않았으며, 할스웰이 혼자 머나 먼 400미터를 달려서 우승을 했다.” (책 ‘현대 올림픽의 전개과정I(태동기-1900)’, 구효송 저)

1908년 제4회 런던 올림픽은 이전과 달리 많이 안정된 모습을 보였는데, 그럼에도 운영상의 미숙으로 인한 돌발 변수들이 일어나곤 했다. 그 중 대표적인 사건이 육상 400m 경기에서 일어났다. 당시 육상 경기에는 선수들의 경로를 지정해놓은 트랙 선이 표시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선두를 빼앗기 위한 선수들 간의 몸싸움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선을 그으면 만사가 해결됨에도 미처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한 당시 판정단은 몸싸움을 할 경우 그 시합을 무효화하고 30분 후 재경기를 치른다는 규칙을 만들었다. 단 네 명만이 참가한 육상 400m 경기에서 미국 선수 세 명이 짜고 영국 선수 와인드엄 할스웰(Wyndham Halswelle)을 밀치는 사건이 벌어졌다. 판정단은 재경기를 결의하고 직접 행위자인 미국의 카핀터를 실격 처리했는데, 여기에 이의를 제기한 미국의 나머지 두 선수는 끝내 재경기에 불참하였다. 결국 와인드엄 할스웰만 육상 400m 결승전에 ‘혼자’ 참가해 ‘혼자’ 뛰고 ‘혼자’ 1등을 해 금메달을 차지한다. 흔히 스포츠를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한다. 할스웰에겐 정말 스포츠가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4. 운동이 아니라 글쓰기로 금메달을 땄다

“...쿠베르탱은 1906년에 결정되었던 '예술경연대회'를 밀어붙였다. 당시 스웨덴 측은 왕립아카데미를 비롯한 여타 연구소들의 의견을 내세워 이 예술 경연대회를 추진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상태였다...그러나 이 행사는 쿠베르탱의 의사대로 건축, 문학, 음악, 미술, 조각의 5개 종목에 걸쳐서 치러졌다...'문학'에서는 독일 국적으로 알려졌던 에슈바하(M.Eschbach)와 호로드(Georges)의 이름으로 작성된 ‘스포츠서사시’(Ode an den Sport)가 1등상을 받았으며, 2,3등은 없었다...쿠베르탱이 직접 참가한 심사단은 이 작품을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하게 된다...제목이 ‘스포츠여, 그대가 바로 평화이니’(O Sport, Du bist der Friede)라고 되어 있는 독일어로 된 작품이었다.”(책 ‘현대 올림픽의 전개과정I(태동기-1900)’, 구효송 저)

지금은 상상하기 힘들지만, 현대 올림픽의 아버지 쿠베르탱은 올림픽에 꼭 예술 종목을 넣기를 원했다. 그 결과 1912년 제5회 스톡홀름 올림픽에서 5개 종목의 예술 경연이 펼쳐지기도 했다. 여기서 주목할 건 문학에서 1등상을 차지한 에슈바하(M.Eschbach)와 호로드(Georges)다. 이들은 수상 당시 국적과 이름 말고는 어떠한 인적사항도 알려지지 않아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는데, 약 7년 후 그들의 정체가 밝혀진다. 그들은 예명으로 참가한 쿠베르탱 본인인 것이다! 쿠베르탱은 프랑스인이었지만 독일어를 구사할 줄 알았고, 그의 부인 마리는 알자스로렌 지방 출신으로 독일어에 매우 능숙해 남편의 시 교정을 봐줄 수 있었다. 호로드와 에슈바하는 사람 이름이 아닌 쿠베르탱 처가가 있던 지방 부근의 지명이었다고 한다. 쿠베르탱은 본인이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대회에 본인의 작품을 출품하고, 또 그 작품을 본인이 직접 심사해 금메달을 주는 어이없는 짓을 벌인 셈이다.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었는지 이 사실은 쿠베르탱 본인의 자수로 알려지게 된다. 올림픽의 아버지니 그 정도는 봐 드려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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