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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실 앞에 ‘얼음생수' 담긴 박스가 놓여 있던 까닭?

11일 오전 11시 부산 부산진구 부암동에 있는 럭키아파트 경비실 앞. 지난달 말부터 이어진 폭염에 길에 서 있기만 해도 몸에서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신발 밑창도 뜨끈뜨끈해졌다. 경비실 한쪽에 있는 온도계는 섭씨 33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부산 부산진구 부암동의 럭키아파트의 경비원 오아무개(74)씨가 생수를 마시고 무더위를 식히고 있다. 아파트 주민 이재형(56)씨가 무더위에서 고생하는 이웃들을 위한 배려로 생수를 마련했다.

경비실 창엔 “집배원님, 환경미화원님, 택배 기사님, 경비원님. 시원한 생수 드시고 힘내세요”라는 글이 적힌 안내문이 보였다. 안내문 밑에는 아이스박스가 놓여 있었다. 아이스박스 안에는 얼린 500㎖들이 생수병 30병이 들어 있었다.

“5년여 전부터 아파트 주민 한 분이 이곳에 생수병을 박스에 담아두고, 택배 기사 등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한테 부담 없이 마시라고 뒀어. 올해부턴 얼린 생수병을 담은 아이스박스로 발전했어. 아파트 관리업무 하면서 목이 탈 때 시원한 생수를 마실 수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이 아파트 경비원 오아무개(74)씨가 말했다.

이곳에 얼린 생수를 아이스박스에 담아 놓은 아파트 주민은 이재형(56·자영업)씨다. 그는 뙤약볕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해 지난달 29일부터 나날이 오전 9시께 얼린 생수병을 아이스박스에 담아 놓고 있다. 그는 “한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며 집으로 물건을 배달해주는 택배 기사의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무더위에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부담 없이 물을 마실 수 있도록 경비실 앞에 생수를 뒀다”고 말했다.

이씨의 선행이 알려지자 이웃들의 후원도 이어졌다. 이씨의 집으로 누군가 생수 상자를 배달해줬고, 동네 병원과 신협에서 이씨한테 생수 구매비를 전달하기도 했다고 한다. 동네 근처의 한 식당에서는 이씨의 선행을 듣고 나눔 생수 냉장고를 운영하는 등 무더위를 식혀주는 생수 나눔이 이 아파트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이씨는 “별일 아닌데, 이렇게 관심이 쏠리니 부끄럽고 당황스럽다. 무더위에서 고생하는 이웃들을 위한 작은 배려가 쌓인다면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질 것으로 믿는다. 이런 작은 나눔이 더 많이 퍼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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