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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정체성 상담해주는 토익강사, 혹은 영어 공부 상담해주는 레즈비언이 커밍아웃에 관한 책을 냈다(인터뷰)

ⓒKIMUSANG 기무상

"저는 30여 년을 무난하게 살아온 평범한 사람입니다. 동성인 여성을 사랑하는 레즈비언이지만, 역시 평범한 사람이란 걸 말하고 싶었어요." 최근 책 '커밍아웃북'(휴먼카인드북스)을 낸 저자 '기무상'은 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이렇게 밝혔다. 그동안 국내에서 남성 동성애자들이 쓴 책은 더러 있지만, 더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여성이 레즈비언임을 밝히며 책을 출간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렇게 특별한 책을 낸 저자 기무상의 본명은 임지은(31)이다. 본명과 나이, 토익 강사로 일하는 직장까지 당당히 밝히면서도 그가 '기무상'이라는 가명을 쓰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는 책에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성씨는 단연 '김씨'다. 실제로 나는 김씨는 아니지만, 김씨가 대한민국에 아주 많은 것처럼 레즈비언도 그만큼 많고 그만큼 평범한 존재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씨를 일본식으로 부르는 말인 '기무상'은 그의 동성 연인이 일본어에 능통해 그를 따라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쓰게 된 이름이다.

유튜브 영상 캡쳐

그가 기무상이란 이름으로 세상에 존재를 드러낸 것은 1년이 다 되어간다. 작년 10월부터 인터넷으로 팟캐스트 방송을 시작했다. 자신을 채 긍정하지 못하며 혼란스러운 10대와 20대를 보낸 그는 좋은 레즈비언 친구들을 만나면서 자신을 긍정하게 됐고 이후 소중한 연인까지 만나게 됐다. 그 긍정의 결과물로 더 많은 사람과 소통을 꿈꾸게 됐고 인터넷 방송으로 자신의 일상을 나누게 됐다. '구남친을 둔 두 레즈비언들의 이야기'(유튜브 링크), '평범하지 않은 레즈비언의 평범한 하루'(유튜브 링크), '대한민국 서른 살 여자 둘, 이성애자와 동성애자의 만남'(유튜브 링크) 등을 주제로 한 얘기들이다.

그는 팟캐스트를 시작하면서 자신을 'L 콘텐츠 크리에이터'(레즈비언 콘텐츠 창작자)라고 규정했다. 이 콘텐츠를 더욱 확산하고 동성애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깨는 게 그의 목표다. 이를 위해 팟캐스트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 그는 동영상 채널인 유튜브로 진출했다. 기무상이란 이름으로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작년 12월부터 영상을 올렸다. 현재 고정 구독자 수는 4천500여 명이다. 구독자 수를 10만 명 넘게 늘리는 게 목표다.

"얼굴이 공개되면 사람들이 알아보고 행여나 동성애 혐오자가 길에서 날달걀이라도 던지면 어쩌나 걱정도 많이 했죠. 그런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레즈비언들이 많이 듣는 팟캐스트에 비해 유튜브는 구독자층이 더 넓어서 악플도 자주 달리지만, 별로 개의치는 않아요. 악플로 손가락 활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실제 액션까지 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유튜브로 얼굴이 점점 알려지면서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고 한다. 책을 내보자는 제안을 받고 그가 3주 만에 쓴 책에는 속 깊은 얘기가 간결하게 담겼다. 절반은 자신을 부정했던 과거, 나머지 절반은 자신을 긍정하고 사랑하는 현재의 얘기다.

"저도 성장 과정에선 정리가 안 됐어요. 생각을 그냥 미뤘죠. 이제는 비슷한 고민을 하는 친구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절대 혼자가 아니다. 혼란을 겪는 것은 당연하다. 성급하게 자신을 동성애, 이성애, 또는 양성애자라고 결정하려고 하지 말고 하루하루 살면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더 많은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고요."

그는 지금보다 더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면 성소수자·여성 인권 운동에도 적극 나서고 싶다고 했다.

기무상은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블로거로 기고하고 있기도 하다. 여기를 눌러 글 목록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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