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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은 왜 돈을 엄청 벌고도 전기 요금을 안 내리나?

  • 박세회
  • 입력 2016.08.09 08:24
  • 수정 2016.08.09 11:10

소비자들이 누진제에 따른 '전기료 폭탄' 공포에 떨고 있는데, 한국전력은 올해 상반기에 이미 6조3천억 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는 등 지난해 실적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두 가지 의문이 생긴다. 한전은 왜 이리 큰돈을 벌었나? 한전은 왜 전기 요금을 내리지 않나?

한전은 왜 이리 큰 돈을 벌었나?

일단 한전이 돈을 번 이유는 전기의 도매가가 7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기 때문이다.

9일 에너지 업계와 한전 전력통계시스템 등에 따르면 6월 전기 도매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은 65.31원/㎾h로 집계됐다. 이는 2009년 7월의 66.39원/㎾h 이후 7년 만의 최저치로 지난 3년과 비교해보면 더욱 확실하다.

6∼8월의 전기 도매가격은 지난 3년 동안 이렇게 변했다.

2013년 : 158.13원, 155.29원, 154.19원

2014년 : 136.35원, 142.72원, 128.60원

2015년 : 84.54원, 81.99원, 88.59원

전기시장에 익숙지 않은 소비자라면 '전기를 어디서 도매로 떼오나?'라는 의문을 가질 만하다. 사실 노량진의 수산물 도매시장처럼 전기도 도매 시장이 있다. 바로 한국 '전력거래소'(Korea Power Exchange)다.

총 6개의 발전 회사를 포함해 400여 개의 발전 사업자들이 전기를 길어다 판다. 누구에게? 전기 망을 가지고 있는 판매사업자 '한국전력'에게 판다.

물론 모든 전기를 사다 쓰는 건 아니다. 6개의 공기업 발전회사는 원자력과 석탄 화력을 통해 전기를 생산한다. 이 전기는 무척 싸다. 한전은 공기업이 싸게 만든 이 전기를 먼저 쓴다.

그리고 이 전력량이 모자랄 경우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서 민간사업자들이 만든 '비싼' LNG 발전 전기를 사서 쓴다. 즉 한전 입장에서는 민간 기업의 비싼 전기를 사서 쓸수록 전체 전기 매입가격은 는다

최근의 상황은? 뉴스원에 따르면 신규 원전과 화력발전소 등 단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기저발전소가 추가되면서 한국전력이 민간에서 발전한 전기를 사 쓰는 경우가 줄어들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달에는 발전용량 930㎿ 규모의 당진 화력9호 석탄발전기가 가동에 들어갔다.

민간발전사들의 실적부진은 전력여유가 생기며 LNG발전에 대한 한국전력의 구매가 줄어든 탓이다. 신규 원전과 화력발전소 등 단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기저발전소가 추가된 영향이 컸다.

2013년 67% 수준이던 LNG발전 가동률은 2014년 53%, 지난해 평균 40% 수준으로 하락했다. 지난 4월 기준으로는 26.1%까지 떨어졌다. 뉴스1(7월 1일)

전기의 원자제 가격도 떨어졌다

벽면을 가득 채운 에어컨 실외기.

원자재 가격이 내려간 것 역시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전기 도매가격은(SMP) 주로 LNG 민간발전의 전력 생산단가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원료인 LNG 가격은 국제유가와 연동돼 있다. 최근 저유가 흐름과 함께 LNG 발전의 단가도 낮아진 것.

문제는 이렇게 도매단가가 낮아져도 소비자들이 쓰는 전기 소매가격에 곧장 반영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전기요금은 정부 승인을 거쳐 결정되는 정책적 가격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기의 도매가격은 내려가고 소매가격은 그대로이다 보니 한국전력은 올해 상반기 전년보다 약 46% 증가한 6조3천97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특히 한전은 지난해 11조 원이 넘는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이를 경신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전은 왜 전기 요금을 내리지 않나?

하지만 정부는 전기 도매가격의 인하를 전기요금에 반영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9일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주택용 요금은 지금도 원가 이하로 공급하고 있다"며 "전력 대란 위기가 현존하는 상황에서 누진제를 완화해 전기를 더 쓰게 하는 구조로 갈 수는 없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최근 SMP(도매가격)의 하락은 저유가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며 "몇 년 전에는 SMP가 200∼300원까지 올라간 적도 있는데 SMP와 전기 소매가격을 연동하면 오히려 전력 소비자들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SMP가 높을 때는 한전이 천문학적인 적자를 감수하며 전기요금을 싸게 유지했고, 원가 회수율을 회복한 것은 최근의 일이라는 것.

동아일보에 따르면 한전은 전기요금 억제와 국제유가 급등의 여파로 2008년 3조6592억 원의 적자를 낸 뒤 2012년까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에너지의 연료비와 연계하지 않는 전기요금 체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전기요금은 에너지 가운데 유일하게 연료비 연동제를 적용하지 않는 요금"이라며 "요금은 연료비가 싸지면 소비를 늘리고 비싸지면 소비를 줄이도록 하는 일종의 신호 역할을 하는 만큼 전기요금도 에너지 가격의 변동을 어느 정도 반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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