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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왕이 생전에 퇴위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비친 이유

Japanese Emperor Akihito addresses a speech at the Imperial Palace in Tokyo, Japan, August 7, 2016 in this handout photo released on August 8, 2016 by the Imperial Household Agency of Japan.  Imperial Household Agency of Japan/Handout via Reuters  ATTENTION EDITORS - THIS PICTURE WAS PROVIDED BY A THIRD PARTY. FOR EDITORIAL USE ONLY. NOT FOR SALE FOR MARKETING OR ADVERTISING CAMPAIGNS
Japanese Emperor Akihito addresses a speech at the Imperial Palace in Tokyo, Japan, August 7, 2016 in this handout photo released on August 8, 2016 by the Imperial Household Agency of Japan. Imperial Household Agency of Japan/Handout via Reuters ATTENTION EDITORS - THIS PICTURE WAS PROVIDED BY A THIRD PARTY. FOR EDITORIAL USE ONLY. NOT FOR SALE FOR MARKETING OR ADVERTISING CAMPAIGNS ⓒHandout . / Reuters

한 나라의 국왕이 생전에 자신의 직위를 포기할 뜻을 내비치는 경우는 드물지만, 아키히로 일왕이 건강을 이유로 퇴위할 뜻을 내비친 것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는 두 차례 수술을 받았으며 83세의 고령이다.

그러나 일왕의 건강에는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이들이 일왕의 생전 퇴위 의사 표명에서 다른 뜻을 읽는 이유 중 하나다.

일왕의 8일 메시지를 찬찬히 읽어보면 이러한 느낌을 더 강하게 받는다. 단순히 건강상의 문제가 있다면 일왕의 업무를 줄이거나 섭정을 세울 수도 있을 것인데 일왕은 이러한 가능성을 조목조목 차단한다.

일왕의 고령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일왕의 공무나 책무를 한없이 줄이는 데도 무리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일왕이 미성년이거나 중병 등으로 인해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된 경우에는 왕을 대신하는 섭정을 고려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일왕이 완전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로, 생이 끝날 때까지 왕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일왕의 메시지 전문 번역본, 조선일보 8월 8일)

심지어 일왕은 자신이 재위 중에 사망할 경우 장례 절차 등으로 가족들이 힘들 거라는 걱정까지 한다.

다소 과장이 심한 걱정까지 하면서 일왕이 결국 '우회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에 퇴위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까지 생전에 자리에서 물러나고 싶어할까? 이번 메시지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소재를 보면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하다. 바로 '상징'으로서의 일왕이다.

"저는... 일본 헌법에서 '상징'으로 규정한 일왕의 바람직한 모습이 무엇인지 늘 모색하면서 지내왔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일왕의 메시지 본론은 "그리고 ‘상징천황’의 책무가 끊이는 일 없이 안정적으로 계속 수행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라는 구절로 끝을 맺는다.

한겨레는 이에 대해 일왕이 "현행 ‘일본국 헌법’(1946년 제정)에 대해 갖는 강한 애착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 헌법 이전인 1889년 제정된 ‘대일본제국 헌법’(1889년) 1조는 “대일본제국은 만세일계의 천황이 통치한다”고 쓰여 있다. 반면, 전후 만들어진 일본국 헌법 1조는 “천황은 일본국의 상징이며, 일본 국민통합의 상징이다. 이 지위는 주권을 가진 일본 국민의 총의에 근거한다”고 되어 있다. 현행 일본 헌법이 일왕의 지위를 ‘상징’에 국한시킨 것은 일본이 전쟁의 참화로 빠져든 가장 큰 이유가 옛 헌법이 일왕에게 부여한 ‘절대적 지위’에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한겨레 8월 8일)

일본 언론 또한 일본 헌법에 명시된 ‘상징’으로서 일왕의 이미지에 결함이 생기는 것을 우려해 생전 퇴위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헤럴드경제는 이에 관한 일본 언론의 보도를 소개하면서 일왕이 아베 정권의 헌법 개정안에 반발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소개했다.

반(反)아베 성향의 진보매체인 ‘겐다이(現代) 비즈니스’는 아키히토 일왕이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내각이 추진하는 개헌에 불안을 느끼고 생전 퇴위 입장을 서둘러 표명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전 궁내청 관계자는 매체에 일왕이 “일왕을 ‘일본국의 원수’로,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설정하는 자민당의 헌법 개정 초안에 위기감을 느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헤럴드경제 8월 8일)

실제로 아키히토 일왕은 평소 반전평화주의를 소신으로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패전 70주년인 2015년 8월 15일 개최된 전몰자 추도식에서도 "앞선 대전(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 앞으로 전쟁의 참화가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을 것을 간절히 바란다"는 메시지를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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