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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필리핀에서는 마약 딜러의 시체가 쌓여간다

  • 강병진
  • 입력 2016.08.07 07:33
  • 수정 2016.08.07 07:52

경찰이 시체의 머리를 테이프로 둘러싼다. 그리고 ‘pusher ako’라고 쓴 마분지를 걸었다. 이것은 ‘마약딜러’의 시체라는 걸 알리는 표지다. 그의 얼굴을 기억하거나 그를 인간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울어서도 안된다.

“그들은 이걸 마분지 정의라고 부른다.” 마리테스 비투그가 허핑턴 포스트 오스트레일리아에 말했다.

비투그는 필리핀 뉴스 서비스 래플러의 편집장이며, 미국의 국제 여성 매체 재단의 저널리즘의 용기 상을 받은 적이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집권하고 마약 딜러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재판이나 증거 없이 현장에서 죽일 수 있는 재량권을 경찰에게 준 이래 용기가 필요해졌다고 비투그는 말한다.

두테르테는 7월 1일부터 24일까지 정부에 의해 숨진 사람이 293명이라고 추정하고 있지만, 인콰이어러가 모은 ‘살해 명단’에는 훨씬 더 많은 이름이 들어가 있다. 전국에서 엄청난 수의 마약 사용자와 딜러들이 자수해서, 이미 정원을 초과한 상태였던 교도소들은 터져나갈 지경이다.

자수한 마약 사용자들과 딜러들이 너무 많아서 케손 시티 교도소에는 위험할 정도로 과부하가 걸렸다. 재소자들이 야외 농구장에서 자고 있다.

필리핀이 여기까지 오게 된 과정을 잠깐 살펴보자.

필리핀은 오래 전부터 일부 엘리트 가문이 지배해 왔다. 마르코스, 아로요, 아키노 등 일부 가문은 거의 왕조에 가까웠다.

1986년에 ‘피플 파워’ 혁명이 일어나 당시 대통령이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를 축출했다. 그의 집에서 아내 이멜다 소유의 구두 1천 켤레 이상과 핸드백 800개가 발견되었다. 그가 모은 재산이 필리핀의 GDP보다 많다는 짐작도 있다.

혁명에도 불구하고 부패는 문화의 한 부분으로 굳게 남았고 진전은 느렸다. 인구의 19%가 극단적 빈곤 속에 살고 있다. 부패 문화가 만연하고 기회는 적다 보니 마약 거래가 지역 사회에 뿌리내렸다.

흔하고 싼 마약은 ‘샤부’, 즉 크리스털 메스(메타암페타민)이다.

두테르테는 그것을 적으로 삼았다.

그는 유명한 가문 출신이 아니다. 특권을 누리며 자라지도 않았고, 내란에 시달리는 남부 민다나오의 시장으로서 그는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암살단을 이끌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과 군 장교.

대선 때 그는 자신의 혐오스러운 인권 관련 과거를 숨기지 않으며 마약왕들에게 ‘총알을 삼키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실행하는 사람을 자청하는 이 후보에게 환호한 1600만 명 이상의 필리핀 인들은 그에게 표를 던졌다. 그는 급증하는 마약 거래를 막아서 필리핀이 ‘아시아의 멕시코’로 변하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가 취임하기 전부터 살인은 시작되었다.

하와이 대학교의 학자 파트리시오 N. 아비날레스는 두테르테가 집권한 지금 정치인들이 그에게 맞설 가능성은 낮다고 말한다.

“정치인들 대다수는 말없이 대통령을 지지하거나 이제까지 있었던 일에서 거리를 두고 있다.” 아비날레스가 허프포스트 오스트레일리아에 말했다.

“정치적 기회주의가 개입되어 있다. 엄청난 양의 자원을 손에 쥔 권력자와 잘 지내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그의 정책에 동의하는 정치인들이 많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마약 거래나 불법 부문과 연관이 있는 사람들은 납작 엎드려 태풍이 지나가길 기다리기로 했다.”

이번 주에 두테르테의 변호사가 27명의 지방 공무원들이 마약 관련자로 공개될 것이라 밝혀, 태풍을 그냥 지나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남편의 시체를 보고 우는 여성. 경찰에 의하면 이 남성은 거리에서 자경 단체에 의해 살해 당했다고 한다.

사진가 라이너스 에스칸도르는 결혼식에서의 감동적인 포옹 장면, 필리핀 북부에서 성 금요일에 자원자들이 십자가에 못 박힐 때 고통이 엑스터시로 바뀌는 순간을 카메라에 담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마약 딜러로 의심받은 사람들의 시체를 촬영하러 밤에 돌아다니는 일이 많아졌다.

“어제는 오후 6시에 나갔는데 하룻밤 동안 총격전에서 죽은 사람이 10명이었다.” 그가 허프포스트 오스트레일리아에 말했다.

“범죄와 마약에 대한 대규모 전쟁이 이미 진행 중이긴 했지만, 지금 마닐라에서는 하룻밤에 총격전이 7번 정도 일어난다. 경찰이 마약을 구매하는 척하며 검거하는 작전에서 마약 딜러로 의심되는 사람들이 살해된다. 마닐라에서 하룻밤에 10명 정도 죽는데, 즉결 처형 등 자경 단체가 죽이는 사람들을 제외한 숫자다.”

“집이나 거리에서 벌어질 때도 있다. 보통 친척과 가족들이 옆에 있다. 그들이 울고 히스테리를 부릴 것 같겠지만, 대부분 그들은 조용하다. 꼼짝도 않는다. 특히 아이들이 그렇다.”

이런 순간들을 목격했지만, 필리핀 인 대다수와 마찬가지로 에스칸도르는 두테르테를 지지한다. 현재 두테르테의 신뢰도는 91%다. 최근 대통령들 중 최고다.

에스칸도르는 “이건 우리 나라를 위해 좋은 일이라는 게 내 의견이다. 인권 옹호자들은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저지르는 살인이라고 말하지만, 두테르테는 마약을 근절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그의 권한 안에 있는 일이다. 물론 그에게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1600만 명은 그에게 표를 던졌다.”라고 말한다.

비콜의 학생 메리-베스 크로스는 허프포스트 오스트레일리아에 자신도 두테르테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공무원들에게 믿음이 없고 부패가 사법 기관 최상위층까지 번져 있을 때는 우리는 시스템에 믿음을 가질 수가 없다. 마약 딜러들은 법이나 다른 방식으로는 막을 수가 없다.”

“거리가 더 안전해지리라 믿는다.”

주먹을 불끈 쥐고 시위 중인 두테르테 대통령 지지자들

비투그는 필리핀 인들에게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법치를 따라야 한다는 걸 보여주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정말로 그를 좋아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그는 아주 진정하고 단순한 사람이다. 그는 화려한 것을 싫어하고, 너무 많이 익은 바나나를 먹고, 권력자의 삶을 원하지 않아서 사람들과 잘 통한다. 사람들이 살해를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아직 사람들이 분노하지 않은 것 같다.”

비투그는 경제에 영향이 있다면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어쩌면 살해가 산업계의 경계를 불러오는 수준에 미칠 수도 있다. 사람들이 아는 언어는 돈이고, 만약 돈이 사람들을 동요시킨다면 임계점이 올 수도 있다.”

산업과 관련된 전환점은 관광업에서 시작될 수 있다.

2011년부터 필리핀 단체 관광을 해온 여행사 언차티드 어스의 대표 레오 쿠에스타는 대선 중 관광객 수가 크게 줄었다고 허프포스트 오스트레일리아에 말했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실적이 나쁘다.” 쿠에스타의 말이다.

“우리 실적은 매년 성장해 왔고, 4월까지는 올해도 그랬다. 만약 누가 물어 본다면 나는 두테르테 때문일 수도 있지만 잘 모르겠다고 대답할 것이다.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우리의 경험 말고 다른 자료는 없다.”

보통 오스트레일리아 관광객이 언차티드 어스의 고객 중 5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데, 4월 이후 오스트레일리아 고객이 1명도 없었다고 한다.

오스트레일리아 서부의 광부 브래드 스콧은 올 9월 여행지 중 필리핀은 제외하기로 했다고 허프포스트 오스트레일리아에 말했다.

“필리핀에 몇 번 다녀왔는데, 내가 원하는 것은 좋은 해변과 놀기 좋은 동네뿐이다. 동남아 어디든 갈 수 있으니, 길거리에 시체가 쌓이는 곳은 가고 싶지 않다.”

필리핀 교포인 아비날레스에게 그의 조국은 소속감을 불러 일으킨다.

“가족이라는 느낌이다. 웃음, 일을 마치겠다는 조용한 결심. 부모와 조부모들 사이에는 다음 세대를 위해 희생한다는 생각이 있다.”

“빚을 지는 한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해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것이다.”

지금은 이번 세대가 자녀들에게 어떤 세계를 주고 싶은지 결정할 때다.

비투그에겐 간단하다.

“필리핀은 대통령을 끌어내린 적이 있다. 다시 할 수 있다.”

 

허핑턴포스트US의 The Bodies Of Drug Dealers Are Piling Up In The Philippines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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