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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불평등 문제 해결이 어려운 이유

미국은 상위 0.1%, 1%의 소득집중도가 높고, 이들의 많은 소득이 주로 시장의 경쟁을 통해 얻는다. 반면 한국은 상위 10%의 소득집중도가 미국보다 높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재별부터 시작해 기업주와 임대소득자, 의사 등 전문직, 국회의원 등 성공한 정치인, 관료와 교수, 공기업과 금융기관 종사자, 대기업 정규직 등이 상위 10%에 해당될 것이다. 이들은 시장원리보다는 주로 불공정한 법과 제도, 과보호, 단합된 힘, 부정과 결탁 등을 통해 국민경제의 성과를 과다하게 가져간다. 이렇다 보니 한국의 불평등 문제는 해결이 매우 어렵다. 기여한 것보다 과다하게 가져가는 사람들의 수가 많고 여론 주도층이다.

  • 정대영
  • 입력 2016.08.05 08:03
  • 수정 2017.08.06 14:12
ⓒGettyimage/이매진스

한국이 바로 해결해야 할 과제의 하나가 불평등이다. 한국의 불평등 구조는 신자유주의 대표국인 미국과는 다르다. 미국은 상위 0.1%, 1%의 소득집중도가 높고, 이들의 많은 소득이 주로 시장의 경쟁을 통해 얻는다. 반면 한국은 상위 10%의 소득집중도가 미국보다 높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재별부터 시작해 기업주와 임대소득자, 의사 등 전문직, 국회의원 등 성공한 정치인, 관료와 교수, 공기업과 금융기관 종사자, 대기업 정규직 등이 상위 10%에 해당될 것이다. 이들은 시장원리보다는 주로 불공정한 법과 제도, 과보호, 단합된 힘, 부정과 결탁 등을 통해 국민경제의 성과를 과다하게 가져간다.

이렇다 보니 한국의 불평등 문제는 해결이 매우 어렵다. 기여한 것보다 과다하게 가져가는 사람들의 수가 많고 여론 주도층이다. 또한 사람들은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의 문제를 작게 보고 남의 탓만 하게 된다. 기업인과 일부 정치인은 정규직 노동자를 탓하고, 노동자와 일부 교수 등은 재벌을 탓하고, 누구는 임대사업자와 전문직, 관료들을 탓한다. 아마 재벌 탓하기가 가장 쉬울 것이다. 재벌은 불평등 구조의 최정점에 있고 숫자가 아주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벌개혁으로 개선될 수 있는 불평등은 아주 작은 부분이다. 임대사업자, 전문직, 관료와 교수, 금융기관 종사자 등 더 많은 부분이 개혁되지 않고는 한국의 불평등 구조는 완화되지 않는다. 이 많은 개혁은 한꺼번에 할 수는 없고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파급효과가 큰 부분부터 개혁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먼저 할 일은 국회의원, 장‧차관 등 정무직 공무원, 지방자치단체장, 공기업과 국책은행 등 공공부문의 고위직이 누리고 있는 특혜와 고임금을 대폭 수술하는 것이다. 이중에서도 국회의원부터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가 각 당의 의제가 되어있고, 어떤 훌륭한 국회의원은 "세비를 절반으로 깍자."는 주장도 했다. 말이 나온 대로 먼저 국회의원의 세비를 절반으로 줄이자, 줄어든 국회의원 세비도 근로자 평균소득을 넘는 수준이기 때문에 생활에 큰 지장은 받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은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것이고 비례대표 확대 등 정치개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국회의원 세비를 절반으로 줄인 다음 국회가 갖고 있는 입법권, 예산권, 국정감사 등을 적극 활용하여 장‧차관, 지방자치단체장과 함께 공기업 등의 기관장과 감사 등의 보수도 절반 수준으로 낮춘다. 그리고 절감된 예산으로 9급 공무원이나 공기업, 국책은행 등에서 신입직원 채용을 확대하면 좋은 일자리가 전국적으로 수천 개는 늘어날 것이다. 젊은이들마저 국회와 정치를 좋아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기득권자의 강력한 반발 이외에 두 가지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첫째는 장‧차관 또는 기관장들의 보수가 정부의 국‧실장이나 공기업의 부서장의 보수보다 적어진다는 것이다. 보수 역전은 상위 직원의 보수가 아래 직원보다 무조건 많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면 전혀 문제가 안 된다. 외국이나 민간기업 쪽에서 아래 직원이 고위직 보다 보수가 더 많은 경우가 꽤 있다. 아래 직원의 업무가 더 어렵고 위험하다면 보수도 더 많아야 한다. 서울메트로의 사장 보다는 기관사가, 은성PSD의 사무실 간부직원 보다는 스크린도어 수리기사가 보수를 더 많이 받아야 한다. 한국의 국회의원, 장‧차관, 공기업 기관장과 감사 등의 업무는 어렵지도 위험하지도 않다. 웬만한 일은 보좌관이나 아래 직원들이 거의 다 해준다.

둘째로 장‧차관이나 기관장등의 보수를 지나치게 낮추면 유능한 인재를 구하기 어려워진다는 반론이다. 이론적으로 가능한 반론이지만 현실에서는 거의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한국인의 자리 욕심을 생각할 때 국회의원, 장‧차관, 기관장 등은 보수가 낮아져도 하겠다는 사람이 충분히 많을 것이다. 오히려 보수가 낮아지면 돈만 보고 자리를 쫓는 사람이 줄어 직무에 더 잘 맞는 사람을 뽑을 수 있다.

이렇게 국회의원 장‧차관 공기업 기관장 등이 솔선수범하여 보수와 특혜를 대폭 줄이면 다른 이익집단의 특혜와 탐욕의 규제도 쉬워진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전횡을 통제하고, 부족한 의사수를 늘려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주택임대소득에 과세하여 집값과 집세를 안정시킬 수 있다. 이런 개혁들이 이루어지면 한국의 불공정과 불평등이 줄고 성장능력은 커질 것이다. 한여름 밤의 꿈 같은 이야기지만, 작은 희망이라도 가져보고 싶다.

* 이 글은 경향신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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