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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임금이 낮고 승진이 느린 것은 여성들의 탓이다?

생산성이 동일한데 임금은 낮은 여성을 고용하지 않는 기업들은 바보냐는 질문이 바보 같은 것은 기업 또한 제한적인 합리에 의한 선택을 한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고용주가 편견을 가지고 채용을 한다면 당연히 여성을 고용하는 것이 더 좋음에도 남성만을 채용하는 비합리적인 일이 벌어질 수 있다. IMF의 연구에 따르면 상위 관리직과 임원에 여성 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나왔다. 이러한 명백한 결과가 있음에도 여전히 사회적으로 남녀 차별이 심한 경우 많은 고용주들은 여성의 고용을 꺼린다. 기업들이 바보라서일까? 적어도 이 경우는 그 제한적인 합리의 선택이 바보 같은 선택임이 맞다.

  • 김영준
  • 입력 2016.08.04 08:48
  • 수정 2017.08.05 14:12
ⓒGettyimage/이매진스

1. 여성의 평균임금이 낮은 것은 STEM의 근로 비중이 낮기 때문이다?

일단 맞는 말이다. 한국 여성들의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 Mathematics) 근로 비중은 제법 많이 낮은 수준이다. 위의 링크에도 첨부한 바 있지만 공학, 과학, 기술 분야의 평균임금은 다른 업종에 비해 높다.

젠더 페이 갭 1편에서 썼던 표를 다시 재활용해보자. 보건 사회복지 분야는 여성들이 많이 일하는 대표적인 직종이며 공학, 기술직은 남성들이 많이 일하는 대표적인 일자리다. 평균 기준으로 공학 기술직에 비해 사회복지 분야는 임금수준이 2/3에 불과하다. 이것만 보면 여성들이 임금이 낮은 일자리에서 일하므로 임금격차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1970년대 초반까지는 전체 여성 근로자 중 전통적인 '여성 일자리'에서 일하는 근로자 비율이 50%를 넘었다. 간호사, 교사, 사서 등이 바로 그런 일자리다. 반면 이 직종의 남성 근로자 비율은 전체 남성 근로자 비율 중 15%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게 1990년대 후반에 이르면 전체 여성 근로자 중 해당 직종의 여성 근로자 비율은 41%까지 떨어진다. 이 기간 동안 미국의 남성 대비 여성 근로자의 임금비율은 61%(공교롭게도 몇년 전의 우리나라와 동일하다)에서 76.5%로 크게 줄어든다. 물론 여기에는 사회적인 차별 요인의 감소도 있겠지만 저임금직의 비중이 그만큼 낮아진 것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고임금직종에 여성들이 많이 진출하는 것은 임금격차를 감소시키는데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이것만 보면 여성들이 저임금 직종을 택하는 것에 책임을 돌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을 여성들 개인의 선택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다. 여기에선 두 번째 질문이 나와야 한다. 한국 여성들은 왜 저임금 일자리에서 일하는가? 정말로 한국 여성들은 게으르고 노력을 하지 않아서일까?

2. 한국 여성들은 왜 저임금 일자리에서 일하는가?

좀 오래된 이론이긴 하지만 고전 경제학에서는 '노동자의 임금 = 노동자의 생산성'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뷰에 따르면 남녀의 임금차이는 곧 남녀의 생산성의 차이라고 보아도 될 것이다. 실제로 남녀 임금차가 타당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여자의 생산성이 남자에 비해 낮기 때문이라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왜 여성들은 더 낮은 생산성을 가지고 저임금 일자리에서 일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해석을 제시한 것이 바로 Gary Becker와 노동경제학자들이 만든 '인적자본모델'이다. 사람은 교육과 직무경험, 직무 교육을 통해 인적자본을 증가시킬 수 있고 이것이 곧 생산성의 증가로 이어진다는 아주 심플한 개념이다. 이를 통해 바라보자.

사회적으로 남녀차별이 심하고 남녀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엄격히 구분 짓는 경향이 있다면 이것은 사회가 개인의 선택을 압박하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성 개인은 인적자본을 덜 축적하는 선택을 할 확률이 높다. 즉, 애초에 남성들이 주로 하는 고임금 직종은 남성들의 영역이라서 거기에 진출할 생각을 하지 않기에 애초에 인적자본을 덜 축적하게 된단 거다. 만약 그 직종에서 여성 채용을 극히 배척하는 분위기라면 더더욱 그 직종을 선택하기는 힘들다.

또한 사회적으로 기혼 여성의 고용을 꺼리고 경력을 단절시키려는 문화가 있다면 그러한 미래가 뻔히 예견 되어 있는데 필요 이상으로 인적자본을 축적할 이유가 없다. 특히나 육아와 가사에 대한 부담이 여성에게 지워지는 비율이 높으면 높을 수록 여성은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기에 업무경력이나 직무교육에서 손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이 여성의 인적자본의 축적을 가로 막는 것이다.

실제로 인적자본모델을 만든 Becker는 집안일에 들이는 장시간의 노동은 여성으로 하여금 직장 업무에 들이는 노력을 줄이고 근로시간을 조정하게 할 수 있으며 이 때문에 여성의 생산성과 임금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한 적이 있다. 여기에 더해 한국 특유의 장시간 노동 문화는 더더욱 이러한 현상을 가속화 시킨다.

이러한 문제가 눈 앞에 보인다면 그 어떤 여성이더라도 남성에 비해 인적자본을 축적하기가 어렵고 그렇게 쌓아야 할 유인도 낮다.

3. 기업들은 바보가 아닌데 왜 임금이 저렴한 여성을 고용하지 않는가?

이것도 자주 들어오는 반론 중 하나인데 여성 임금이 남성보다 30% 넘게 차이 난다면 왜 기업들이 여성을 고용하지 않는가? 이다. 기업이 바보도 아닌데 당연히 저렴한 여성인력을 고용해서 수익을 늘리는 게 정상이 아니냔 주장이다.

임금 격차는 주로 직종 선택에서 발생했음을 이야기했으니 왜 기업들은 여성 고용을 기피하는가에 대해서 설명하면 될 듯하다. 이에 대해서는 '통계적 차별 모델'로 설명이 가능하다.

이것은 채용에서 언제나 벌어지는 일이지만 고용주들은 구직자들의 생산성을 확인하기가 어렵다. 정보의 비대칭이 발생하는 것인데 이 때문에 고용주들은 구직자의 시그널을 굉장히 중요시 여긴다. 그 사람의 출신 학교도 그러한 시그널 중 하나다. 그것을 통해 구직자가 평균적으로 얼마만큼의 생산성을 가지고 있을지 추정을 하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이 구직자 개개인의 생산성을 알기 어렵기 때문에 고용주는 평균적으로 생산성이 높을 것이라 추정되는 인물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앞에 얘기한 학력도 그 중 하나이지만 여기에 성별도 영향이 있다. 지금 현재 동일한 출발선상을 준다면 어떨지는 몰라도 역사적으로는 여성에 대한 교육 차별과 편견 등으로 인해 여성들의 생산성이 평균적으로는 남성에 비해 낮은 것(위에서 이야기 한 인적자본론을 생각해보시라)이 사실이라 그에 기반해 여성들에 대한 채용을 꺼리는 것이다.

정보의 비대칭 하에서는 이것이 고용주 입장에서 나름대로 합리적인 선택이긴 하다. 따라서 이를 바탕으로 여성의 생산성을 과소평가하고 여성의 역할을 제한하고 특히나 남성 중심의 직종에서 여성 채용을 꺼리는 것이 설명이 가능하다.

생산성이 동일한데 임금은 낮은 여성을 고용하지 않는 기업들은 바보냐는 질문이 바보 같은 것은 기업 또한 제한적인 합리에 의한 선택을 한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고용주가 편견을 가지고 채용을 한다면 당연히 여성을 고용하는 것이 더 좋음에도 남성만을 채용하는 비합리적인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실제로 IMF의 연구에 따르면 상위 관리직과 임원에 여성 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나왔는데 그 크기는 상위 관리직이나 임원 중에 여성이 1명 더 많을수록 자산수익률이 8~13 베이시스 포인트(0.01%) 더 높다는 결과였다.

이러한 명백한 결과가 있음에도 여전히 사회적으로 남녀 차별이 심한 경우 많은 고용주들은 여성의 고용을 꺼린다. 기업들이 바보라서일까? 적어도 이 경우는 그 제한적인 합리의 선택이 바보 같은 선택임이 맞다.

4. 기술보상과 프리미엄 또한 남녀임금차를 만든다

기술보상은 기술숙련 편향으로 이야기 할 수 있다. 이것은 위에 이야기 한 인적자본모델에서 이어진다. 고기술 직종을 남성들의 직종으로 만드는 경우 숙련기술에 대한 더 많은 보상이 이루어지는 현재의 추세에 따라 남녀의 임금격차를 확대하는 원인이 될 수 밖에 없다.

또한 간접적인 원인 중 하나이지만 강력한 조합의 존재도 남녀 임금격차를 만드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이것은 대부분 강력한 노조가 존재하는 업종들이 고임금을 지불하는 직종인 것에 기인한다. 강력한 노동조합은 협상력을 바탕으로 꾸준히 임금을 높이며 비조합원에 비해 좀 더 나은 프리미엄을 얻는다. 그런데 이런 강력한 노조가 존재하는 업종들이 대부분 남성 중심의 산업이자 업종들이다. 이러한 강력한 남성중심의 문화와 그것을 지키는 강력한 조합의 존재는 여성의 진입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의 하나다.

여기서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한국 기업 특유의 군대문화가 여성의 진출과 진입을 가로막고 남성들끼리 뭉치게 만드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것 또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5. 이러한 요인들을 제외하면 남녀 차별은 없을까?

그렇다면 이러한 인적자본 모델로 설명 가능한 부분과 통계적 차별 모델로 설명 가능한 부분, 기술보상과 임금 프리미엄을 제하고 나면 임금격차가 없을까? 만약 임금격차가 전혀 없다면 임금차별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엄연히 존재한다.

위의 글에서 쓴 내용이지만 다시 인용하자면 72-75년의 미시건대 로스쿨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한 추적연구를 보면 졸업 15년 이후 이들의 소득을 확인한 결과 남녀 임금격차가 발생했다. 여기에서 이 대상들은 같은 학교, 같은 학과 졸업생이니 학력 차이는 통제된 상황이다. 연구진들은 여기에 더해 가족관계, 인종, 거주지, 로스쿨 다닐 때의 성적, 법조계 업무 경력, 파트타임 근무 기간, 고용주(회사)의 유형과 크기 같은 업무능력과 현재 업무시간까지 통제하였는데 그래도 13%의 남성 어드벤티지가 남는 것으로 나왔다. 또한 다른 비슷한 연구에서도 남녀 졸업생들 간에 설명되지 않는 10-15%의 임금차이가 나왔다. 이 차이가 모두 차별로 인한 임금차는 아니겠지만 이 중에 임금차별이 없다고 하긴 무리수일 것이다.

남녀간의 고용차별 또한 존재한다. Neumark의 연구에서는 회계감사인 포지션을 원하는 동일한 내용의 가짜 남녀 구직자 레주메를 필라델피아의 레스토랑에 뿌렸다고 한다. 이때 고임금을 지급하는 레스토랑들에서는 동일한 레주메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남성에 비해 면접을 볼 확률이 40%나 낮았고 면접을 통과하고 잡오퍼를 받을 확률은 남성에 비해 50%나 낮았다고 한다.

또한 미국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시행된 블라인드 오디션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커튼을 쳐서 지원자의 개인정보를 차단하고 오디션을 시행하자 여성지원자의 라운드 통과와 우승확률이 증가했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탑5 심포니 오케스트라들에서 여성단원의 비율은 1970년에 5%였던 것이 99년에는 25%까지 증가했는데 블라인드 오디션으로의 변화가 이런 증가세의 25-46% 정도를 설명한다고 한다.

이 모든 것들을 단지 여성이 '일부러 편한 선택을 했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한다'로 이야기 할 수 있을까? 그거야 말로 요즘 젊은이들은 '노오오오력'이 부족해서 못한다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차별이란 것은 눈으로 확 드러나지 않는 법이다. 혹은 너무 그것이 일상화 되어 있기에 그 차이에서 오는 불합리를 우리가 인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남녀의 임금격차가 여성들이 편리함을 위해 내린 결정이란 주장은 그런 점에서 다소 차별적이며 그 안에 감춰진 불합리를 보지 못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남녀 임금격차란 단순히 한국 남녀 임금격차 39%라는 식으로 단순하게 이야기 할 문제가 아닌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일들이 모두 엮여 있는 문제이다.

진심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다.

* 이 글은 필자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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