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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또 다시 시작된 "우리 동네엔 안 된다!"

김성태 의원은 "인근에 다른 구에서는 통틀어서 한 개나 있을 법한 장애인복지관이 두 개씩이나 있는데 또 장애인 시설이냐는 외침도 외면할 수가 없었습니다. 구암 허준의 탄생지이자 동의보감 집필지로 한방 특화지역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라면서 자신의 '난처함'을 표했다. 김 의원은 장애부모들과의 면담에서 공진초 대신 마곡지구를 대체부지로 제안하며 서울시교육청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마곡지구 입주자들이 가입해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카페 회원 수가 1만 3000여 명을 넘는 이 카페엔 '특수학교 관련 민원' 카테고리가 별도로 있을 정도다.

  • 비마이너
  • 입력 2016.08.03 07:35
  • 수정 2017.08.04 14:12

서울시 강서구 내 특수학교 신설을 앞두고 또다시 님비(NIMBY) 현상이 시작됐다. 갈등은 서울시 교육청이 특수학교 부지로 염두에 둔 곳에 지역구 의원이 국립한방의료원 설립을 추진하면서 본격화됐다. 이에 대체 부지로 선정된 지역 주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강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수학교 신설 예정된 부지에 지역구 의원 "국립한방의료원 짓겠다"

서울시 교육청은 올해 4월 20일 발표한 특수교육 발전 방안에서 2018년까지 특수학교 3곳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 3곳 중 한 곳에 강서 지역이 포함되어 있다. 강서 지역 특수학교 설립은 교육청의 '오래된' 과제였다. 교육청은 2013년 11월에 '동부 및 강서 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안)' 행정예고를 통해 강서 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계획을 처음 알렸다. 애초 계획에 따르면 올해 3월 완공됐어야 했다.

당시 신설(안)을 보면, 부지도 정확하게 나와 있다. 공진초가 가양동에서 마곡지구 내로 이전함에 따라 (구) 공진초 이적지 일부를 활용해 설립한다는 것이다. 교육청 입장에선 공진초 이적지에 특수학교를 신설하면, 별도의 예산과 용도 변경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사실상 '이만한 부지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청과 장애부모들에 따르면, 이는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한 채 계속 지연됐다. 그러던 중 강서구가 지역구인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이 공진초 이적지에 국립한방의료원을 건립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는 이번 4월 총선에서 김 의원의 공약 사안이기도 했다. 가양동 일대는 동의보감 집필지로, 허준박물관과 대한한의사협회 등도 있어 한방특화지역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곳에 국립한방의료원이 들어서면 상징성과 국가발전 측면에서 좋다는 게 김 의원실 측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지난해 10월 지역구에 대대적으로 플래카드를 붙이고, '공진초 부지 국립한방의료원 건립 타당성 조사 예산 반영 주민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복지부는 현재 국립한방의료원 건립 사전 타당성 조사를 위한 연구용역 계약까지 맺은 상태로 조만간 연구용역을 시작한다.

이렇게 특수학교 설립지로 예정된 곳에 국립한방의료원이 들어선다고 하자, 지역 장애부모들은 반발하고 있다. 서울장애인부모연대 등은 지난 7월 26~27일 김 의원실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7월 26일 장애부모들에게 보낸 문자

이에 김 의원은 26일 항의 방문한 장애 부모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김 의원은 "인근에 다른 구에서는 통틀어서 한 개나 있을 법한 장애인복지관이 두 개씩이나 있는데 또 장애인 시설이냐는 외침도 외면할 수가 없었습니다. 구암 허준의 탄생지이자 동의보감 집필지로 한방 특화지역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라면서 자신의 '난처함'을 표했다. 이어 김 의원은 "서울시, 교육청과 수차례의 협의로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아직까지 해답을 찾질 못하고 있습니다"면서 "최선의 방안을 찾고자 더욱더 처절한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라고 전했다.

김 의원의 문자에도 장애부모들은 더욱 분노했다. 결국 27일 김 의원은 장애부모들과의 면담에서 공진초 대신 마곡지구를 대체부지로 제안하며 8월 15일까지 서울시교육청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실 측은 27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공진초는) 이대로 가면 주민 반발 때문에 안 된다"면서 "마곡지구는 주민 밀집 지역이 아니어서 그 정도 반발은 의원님이 막아내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대체부지로 지정된 지역 주민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부글부글'

하지만 마곡지구 입주자들이 가입해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카페 회원 수가 1만 3000여 명을 넘는 이 카페엔 '특수학교 관련 민원' 카테고리가 별도로 있을 정도다. 이 카테고리엔 올해 6월 10일부터 7월 9일까지 총 다섯 개의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각 게시물엔 최소 21개부터 최대 57개의 댓글이 달려있을 정도로 주민들 사이 논의는 뜨겁다. 57개의 댓글이 달린 게시물 제목은 "마곡지구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건(원칙적으로 양천구 또는 가양 공진초로 해야 함)"으로, 마곡지구 특수학교 설립을 노골적으로 반대하고 있었다. 이 카테고리 내 게시물들은 '마곡지구 입주자로 동호수 증빙이 된' 주민들만 열람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중 최근 게시물 하나만 유일하게 공개되어 있는데, 20대 중반의 취업준비생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서울시, SH, 구청, 국회의원실에 주민 뜻을 알려 이를 관철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주민들은 동의를 표하면서도 '먼저 공론화시킬 필요는 없다'고 경계했다. "공론화되면 장애인단체의 시위나 여론전에서 부풀려질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또한, "장애인 특수학교만은 반대한다", "대안을 찾아야 할 텐데 안타깝다"는 등의 상반된 입장도 보였다.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입주자들이 가입해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특수학교 관련 민원' 카테고리가 별도로 있을 정도로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서울 부동산 투자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특수학교 설립'에 더욱 노골적으로 반대하고 있었다. 카페 내 '마곡지구' 카테고리엔 지난 6월 19~20일,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반대 내용을 담은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왔다. 18일에 강서구 방화동 모처에서 김성태 의원이 방화동 주민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이 중 6월 20일에 올라온 '김성태 의원이 X단지 위 XX빌라 옆 마곡 편익부지에 장애인학교 추진을 하는 것으로 강한 의심이 듭니다"라는 게시물엔 총 44개의 댓글이 달렸다. 댓글 대부분은 특수학교 설립에 부정적이었다. 이들은 "심각한 상황이다. 마곡지구 내 편익부지는 어디가 되든 틈만 보이면 밀어 넣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 양천구에서 무산된 사업을 또 강서구가 넘겨받게 생겼다.", "의원님 당신 집 앞엔 특수학교 대신 박물관 짓고, 마곡으로 특수학교 밀어 넣는 게 마음 상한다", "다른 곳에서 반대하는 장애인학교 추진?" 등의 반응이었다.

눈치만 보는 교육청, 애타는 장애인 부모

지난해 불거진 서울 동대문구 성일중학교 내 발달장애인 직업훈련센터 '커리어월드' 건립 논란은 최근 벌어진 대표적인 님비 현상으로 꼽힌다. 당시 일부 지역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해, 결국 공사는 수차례 중단되면서 계획한 시기에서 반년이 지난 올해 4월에야 겨우 재개됐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편견에서 비롯된 이 사태에 지역 주민들은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그렇게 '진통'을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올해, 강서구 특수학교 신설을 둘러싼 갈등이 또다시 예고되었다.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진 않았으나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반대의 목소리를 강하게 구축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 사안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는 교육청은 눈치만 보고 있는 듯하다. 교육청 학교지원과 담당자는 "공진초 이적지와 대체 부지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대체 부지 중에도 확정된 지역이 있는 건 아니다."면서 더 이상의 계획은 "말씀드릴 수 없다"라고 응답했다. 주민 반발을 의식한 조심스러운 태도였다.

이리저리 내몰리는 상황에서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만 애가 탈 뿐이다. 이들은 딱히 공진초 부지를 고집하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어디라도 좋으니, 교육청이 하루빨리 부지만 확정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더는 기다릴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8월 말에 학교 설립을 심사하는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가 열리기에 그 안에 반드시 확정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를 넘기면 또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이은자 강서장애인부모회 부회장은 "특수학교라서, 장애인시설이어서 사람들은 반대한다. 반대는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마곡 부지는 공원 부지로 아파트 단지와도 1km 떨어진 곳이다. 그런데도 주민들은 반대한다."면서 "공진초 '학교 부지'에 특수학교 만드는 것도 어려운데, 학교 부지 아닌 곳에서 용도 변경해서 특수학교 짓는 게 가능하겠나."며 대체 부지로 제안된 마곡지구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따라서 이들은 교육청과 김 의원실이 약속한 8월 15일까지는 기다리겠으나, 이후엔 원안인 '(구)공진초 이적지'로 특수학교 부지 선정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 이 글은 <비마이너>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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