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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이라는 배우

최근 극장가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영화 '부산행'의 흥행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대세'라는 평가를 듣고 있는 마동석의 활약을 빼놓을 순 없다. 영화를 본 이들이 '마동석을 피해 좀비들이 케이티엑스를 타고 부산으로 도망가는 영화'라는 우스개를 만들어낼 정도다. 좀비들과의 격투라기보다는 좀비들을 향한 일방적인 폭행에 가까운 액션은 물론 임신한 아내의 배를 가리키며 '이거 아저씨가 만든거야' 라고 능청스러운 대사를 날리는 코미디 감각까지 장착해 종횡무진 활약하는 마동석의 매력에 빠진 관객이 많다는 이야기다.

  • 조원희
  • 입력 2016.08.02 08:42
  • 수정 2017.08.03 14:12

최근 극장가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영화 '부산행'의 흥행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대세'라는 평가를 듣고 있는 마동석의 활약을 빼놓을 순 없다. 영화를 본 이들이 '마동석을 피해 좀비들이 케이티엑스를 타고 부산으로 도망가는 영화'라는 우스개를 만들어낼 정도다. 좀비들과의 격투라기보다는 좀비들을 향한 일방적인 폭행에 가까운 액션은 물론 임신한 아내의 배를 가리키며 '이거 아저씨가 만든거야' 라고 능청스러운 대사를 날리는 코미디 감각까지 장착해 종횡무진 활약하는 마동석의 매력에 빠진 관객이 많다는 이야기다.

그렇게도 많은 이들이 마동석이라는 연기자에 주목하는 이유는 주로 '간격'에 있다. 세상 어느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것 같은 강인한 인상을 지녔지만 가녀린 아내의 말 한마디에 '충성'을 다하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간격'에서 오는 재미. 머리 속까지 근육으로 가득 차 있을 것 같은 느낌에도 불구하고 번뜩이는 재치와 순발력으로 무장하고 있다는 의외의 모습. 이런 것들은 대부분 '겉보기와는 다른 속내를 지녔다'는 반전의 묘미로부터 비롯된 매력들이다.

나는 무슨 천운을 타고 났는지 이 놀라운 연기자와 2008년부터 함께 작업해 왔다. 케이블 드라마와 단편영화 몇 편을 함께 했고, 현재 작업중인 새 영화의 주인공으로 캐스팅했다. 가까이서 바라본 이 배우의 장점은 수백가지가 있다. 단역으로부터 출발해 조연배우로 '신 스틸러'라는 별칭을 얻으며 주연까지 확장돼 온 넓은 스펙트럼의 연기는 물론 자칫 별 의미 없이 스쳐갈 수 있는 대사들조차 집중하게 만드는 능력에는 가끔 컷을 외친 다음 박수를 치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다.

스크린에 영사된 배우로서의 이미지가 아니라, 현장에서 함께 작업하며 느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마동석의 매력은 '과감함'이다. 그간 마동석은 이미 검증된 감독이나 파트너만 골라 필모그래피를 늘려나갈 수도 있었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신인 감독이나 저예산 영화에도 출연하기도 했다. 그런 성격은 연기에서도 나오는데, 어떤 상황에서도 안전한 방향보다는 도전을 선택한다. 또한 마동석은 집요하다. 대사 한마디, 지문 하나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자신이 납득하며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어야만 손가락 하나라도 움직인다. 스크린 속에서 언뜻 허술해 보이는 순간이 오더라도 그것마저 계산된 부분인 경우가 많다.

외모가 주는 선입견과 일치하는 부분도 있다. 비밀일지 모르겠는데, 마동석의 몸은 상처투성이다. 드라마를 찍다 척추 골절을 당한 수술 자국은 물론 수많은 영화의 액션 장면을 찍다 다친 크고 작은 흉터들이 발견된다. 몸을 아끼지 않는 치열함. 마동석이라는 연기자의 강인한 외모 속에 감춰져 있는 그의 매력, 아니 마력이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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