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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기현 감독의 '선구적' 실험

2002년 월드컵 4강신화의 영웅 중 한 명이었던 설기현 선수가 성균관대 축구 감독이 되었다. 그가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원래 대학 리그에서 중위권이었던 성균관대 축구팀은 성적이 쭉쭉 향상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가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내세운 '규칙 3가지'이다. 1) 첫째, 단체훈련은 1시간 10분 이내만 한다. 2) 둘째, 주말은 무조건 쉰다. 3) 셋째, 아침은 먹고 싶은 사람만 먹는다.

  • 최병천
  • 입력 2016.08.02 06:21
  • 수정 2017.08.03 14:12

설기현 성균관대 축구 감독 이야기인데, 그의 실험과 도전이 매우 멋있고, 어느 정도는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2002년 월드컵 4강신화의 영웅 중 한 명이었던 설기현 선수가 성균관대 축구 감독이 되었다. 그가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원래 대학 리그에서 중위권이었던 성균관대 축구팀은 성적이 쭉쭉 향상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가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내세운 '규칙 3가지'이다.

1) 첫째, 단체훈련은 1시간 10분 이내만 한다.

2) 둘째, 주말은 무조건 쉰다.

3) 셋째, 아침은 먹고 싶은 사람만 먹는다.

설기현 감독이 이런 원칙을 정한 이유는,

1) 개개인마다 부족한 부분이 다른데, 그건 '팀 훈련'이 아니라 '개인 훈련'을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며,

2) '휴식-충전'이 되어야만 운동도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며,

3) 개개인마다 아침 먹는게 중요한 사람도 있지만, 아침잠을 더 자야만 컨디션이 좋아지는 사람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설기현 감독의 '3가지 규칙'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개개인마다 고유한 특성'을 의미하는 <개성과 자유, 다양성의 인정>인 셈이다.

설기현 감독의 이러한 생각은 자신이 선수시절에 겪었던 불합리함, 그리고 외국인 감독과 한국 감독의 방식에서 느꼈던 차이에서 생긴 철학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설 감독의 발상과 실험은 정확히 <모방경제 시대>와 본질적으로 구분되는 <창조경제 시대>의 작동원리와 닮았다. 그것은 동시에 한국교육이 현재 당면한 문제 및 그에 대한 해법과도 맞닿아 있다.

<모방경제 시대>의 역사적 배경은 대량생산-대량소비로 특징되는 '포디즘적' 생산체제였다. (*마치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와 같은) 이때 노동자 개인은 '부품'같은 존재였고, 교육이 추구하는 인간상은 '질 좋은 붕어빵' 그 자체였다.

게다가 <한국의 모방경제 시대>는 권위주의-군부독재-재벌총수 자본주의에서 파생된 상명하복 문화와 연동되어 있었다.

설기현이 선수시절 전임 감독들로부터 받았던 축구 교육은 모방경제와 권위주의 체제의 필연적 파생물인 집단주의-획일화-상명하복의 문화가 밑바탕에 깔려있던 셈이다.

한국 교육 역시 마찬가지이다. 학생들의 관심사와 능력, 수준이 다 다른데, '한 교실'에 모아놓고 학생을 위한 맞춤형 교육이 아닌 교육부 공무원과 학교-교사-교수를 위한 획일적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즉, 현행 한국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교육 수요자>인 학생을 위한 교육시스템이 아니라, <교육 공급자>인 (교육부) 관료-학교-총장-교사-교수를 위한 교육시스템이라는 점이다. '공급자를 위해' 학생-수요자가 희생되고 있는 꼴이다.

(*이런 점에서, '전통진보' 일부에서 주장하는 '평등교육' 등의 가치는 지금 시대에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학생을 위한 '교육운동'이 아니라 교사-교수를 위한 '교원운동'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

설기현이 지금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직간접적으로 '해외 선진 문물'을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외국인 감독을 여러 차례 접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설기현은 '모방경제'에 기반한 집단주의-획일주의 문화와 '창조경제'에 기반한 개성-다양성의 존중 문화를 둘 다 겪은 셈이다. 그리고 그러한 '전환기'(=낀 세대)의 체험자였던 셈이다.

설기현의 새로운 실험이 성공할지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설 감독은 말한다. "책임은 내 몫이다. 실패하더라도 너희들의 몫이 아니다. 다만, 나의 축구철학과 실험이 옳다는 것을 너희들이 증명해주었으면 좋겠다."라고...

지금 한국사회는 곳곳에서 개성, 다양성의 철학으로 무장한 '창조적 실험'을 요구하고 있다. 설기현 선수가 자신의 공간에서 최선을 다해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듯이 우리들도 각자의 공간에서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같은 사람은 '정치'와 '정책'의 영역에서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혁신적 실험은, 혁신의 개념 자체가 그러하듯 '실패 가능성'이 더 높은 법이다. High Return은 원래 High Risk이다.

그러나, 아니, 오히려 그래서, 새로운 도전, 새로운 실험은 더 값지다. 새로운 도전, 새로운 실험은 본질적으로 '혁명적'이며, 기존의 질서와 기존의 체제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는 '반체제적'이기까지 하다.

스티브 잡스의 동영상을 보면 항상 느껴지듯, 혁신, 창조란 원래 그렇게 '불온한' 것이다. 우리안에 짖눌려 있던 새로운 욕망, 갈망과 접속하기 위해...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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