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기상청 예보가 자꾸 빗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Sudden rainstorm in summer
Sudden rainstorm in summer ⓒJohn Churchman via Getty Images

최근 스마트폰 검색을 통해 기간·지역·사례 등 '맞춤형 날씨 정보'를 활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장마철 기상청의 예보가 빗나가는 경우가 빈번해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날씨에 민감한 농어민과 휴가철 관광·레저업계, 지역 축제 관련자, 자영업자들은 예보가 빗나가면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며 "예보의 정확성을 높여달라"고 볼멘소리를 쏟아낸다.

기상청은 "방도가 없다"고 두 손을 들었다.'

날씨 민감 업계 "기상청 예보 탓에 낭패"

전남에서 골프장을 운영하는 A씨는 장마철 '마른 하늘'만 쳐다보면 울화통이 터진다.

골프업계의 특성상 맑게 갠 날씨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일주일 전 '비구름' 날씨가 예보돼 손님이 절반가량이 이미 예약을 취소한 터라 비가 내릴 것으로 점쳐진 당일 막상 비 한 방울 안 내리면 화가 날 수밖에 없다.

A씨는 "다른 지역 예약 손님이 절반가량인 전남과 제주의 골프장 업주들은 모이기만 하면 빈번한 기상 오보를 내는 기상청을 탓하느라 여념이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부산의 다른 골프장 관계자는 "비가 온다고 하면 하루에만 20건 이상의 예약이 취소된다"며 "예약 취소 마감일인 4일 전까지 수시로 뒤바뀌는 비 예보에 따라 골프장 예약 상황이 오락가락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하소연했다.

대전의 한 포장 이삿짐센터 관계자는 비가 안 온다는 기상청 예보와 달리 갑자기 비가 내려 이삿짐이 비에 젖어 고객들의 불만과 배상을 떠안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비가 내린다는 예보에 예약 문의를 거절했다가 화창한 날씨에 황당한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삿짐센터 측은 "비에 젖어 금전 피해를 보는 것보다는 낫다며 애써 위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예약제 손 세차 전문점을 운영하는 업주도 "맑은 날에는 세차 고객을, 비 오는 날에는 코팅·왁싱 고객을 유치해야 하지만 '비가 약간 온다'는 추상적인 예보에 가게 운영이 어렵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장마와 겹친 휴가철 관광업계도 빗나간 날씨 예보에 울상이다.

수도권 대표적 피서지인 인천 강화도 펜션 업주들은 1년 장사를 하는 성수기에 잘못된 비 예보에 손님을 모두 놓쳤다고 하소연했다.

강화도 펜션 운영 업주 이상두(58)씨는 "요즘 기상 예보가 너무 엉망"이라며 "보통 한 달 보름이나 두 달 전에 예약하는데,비 예보를 보고 2∼3일 앞두고 취소하는 사례가 많아 방을 놀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전 예약제로 운영 중인 경남의 오토캠핑장, 야영장, 국립공원 대피소 등도 날씨 탓에 예약 취소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주말에 많은 등산객이 몰리는 지리산 국립공원 내 장터목·로터리·세석·벽소령 등 4개 대피소는 예보와 달리 갑자기 비가 내리는 악천후에 예약이 갑자기 취소되는 사례를 잇달아 겪었다.

"비 온다더니" 농어촌·지역 축제도 피해 막심

잘못된 예보로 농·어촌 지역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달 19일부터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아 전북지역에 시간당 20㎜가 넘을 것이라는 예보와 함께 호우 예비특보를 발령했다.

그러나 장마 예보는 빗나갔고, 전북에는 5∼10㎜의 비가 내리는 데 그쳤다.

노지 수박 수확철 농민들은 비 예보를 믿고 손 놓고 있다가 비가 내리지 않자 수박이 마르지 않도록 밭에 물 뿌리느라 한바탕 홍역을 치르며 진땀을 흘렸다.

전북 군산 어청도 어민들도 비 예보에 미역 수확을 미루다가 사나흘 바다 농사를 공쳤다.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월용리에서 50년째 담뱃잎과 배추 농사를 지어온 이심우(72)씨는 최근 계속된 날씨 오보에 "진절머리가 날 지경"이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산간지대라 물 주기가 쉽지 않아서 비가 오지 않으면 직접 경운기에 물탱크를 싣고 밭에 나가야 하는데, 비 예보가 오락가락해 하늘만 쳐다보다가 농사를 망칠 지경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의 한 염전은 최근 기상청 비 예보가 번번이 빗나가 350t가량의 소금을 생산하지 못해 6천만∼7천만원가량 손해를 봤다고 염전주는 혀를 찼다.

기상청이 비가 온다고 예보하면 그동안 농축시킨 소금물을 가둬야 하는데, 막상 비가 내리지 않으면 그만큼 생산 차질이 생긴다.

반대로 비가 오지 않는다고 했는데, 오면 농축 소금물을 버리거나 처음부터 다시 농축해야 한다.

경기도 가평군의 한 양계장 업주는 비 예보를 믿었다가 닭 폐사를 막기 위한 물을 미리 확보하지 못해 닭 집단 폐사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기상청 예보에 지역축제도 울고 웃는 경우가 많다.

지난 주말 광주 물총 축제 현장에는 일주일여 전부터 기상청 비 예보에 많은 시민이 참여를 포기했다가 행사 당일 화창한 날씨에 어이없어 하는 웃지못할 사태가 빚어졌다.

부산 수영구도 여름 휴가철마다 4천500만원 예산으로 '차 없는 문화의 거리'를 시행하는데, 과거 기상 예보가 틀려 낭패를 본 사례가 반복될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선진국 적중률도 33% 수준…개선책 없나

빗나간 기상예보의 피해자들은 기상청에 정확하고 자세한 예보를 해달라고 촉구한다.

특히 1㎜ 내외의 소량의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되는데 '비가 예상된다'고 예보하거나, '많은 곳은 100㎜가량의 비가 내릴 것이다'라는 등 지나치게 폭넓게 예보를 한 탓에 혼란스럽다는 호소가 많다.

기상청은 장마철 예보 적중률을 따로 계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주영순 의원이 기상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장마 기간 비가 온 날의 강수 예보 정확도는 27.9%로 파악됐다.

기상청은 "적중률이 28%가량이라는 것은 맑은 날 예보를 제외하고 비 온 날 기준으로 강수량 등이 틀렸다는 것"이라며 "미국등 기상 선진국도 33% 내외 적중률에 그친다"고 항변했다.

기상청은 "모델의 한계 때문에 한 지방에 내리는 강수량을 더 세분화해 국지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현재까지 없다"는 입장이다.

중장기 예보나 장마 예보가 쉽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여름철 기상변동이 원래 심한 데다 올해 유독 변동이 많아 몇 시간마다 기상 상황이 바꿀 정도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한반도 주변에 큰 고기압이 형성돼 원활한 공기 흐름을 막는 블로킹 현상이 발생했고, 이 때문에 장마전선이 예상보다 덜 남하해 예상 강수량과 차이가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또 지형적 원인 등으로 각 지역 편차가 큰 것도 지역별 강수량 예측을 어렵게 한다고 밝혔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상예측을 위해 우리나라 모델을 포함해 여러 국가의 수치 모델을 참고하는데, 각 모델 간 예측이 크게 달라 애를 먹고 있다"며 "안타깝지만 현재로서는 장마 예보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방법이 없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기상청은 "더 나은 수치모델 개발, 예보관 교육, 해상 등 관측 공백 보강을 통해 예보기능을 강화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사회 #날씨 #기상청 #오보 #일기예보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