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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핑턴 인터뷰] 서출구의 다음 목표는 '쇼미더머니 6'에 출연하지 않는 것이다

  • 김태우
  • 입력 2016.07.29 14:26
  • 수정 2016.07.29 15:04

'쇼미더머니 5'가 끝난 지도 벌써 2주가 지났다. '쇼미더머니'는 방송 후에도 음원 차트를 휩쓸며 아직까지도 여파가 가시지 않고 있다. 이에 허프포스트코리아는 7월 28일, 이번 시즌의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플로우식을 제치고 세미파이널에 올랐던 래퍼 서출구를 만났다.

'쇼미더머니' 시즌 4의 '싸이퍼 미션'에서 '시스템을 거부한다'며 자진 하차한 서출구가 시즌 5로 돌아온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는 사실 많은 팬들의 의문을 샀다. 시즌 5 초반에만 해도 미미한 활약을 보인 그가 왜 '쇼미더머니'의 시스템 안으로 자진해서 돌아왔는지, 앞으로 어떤 래퍼로 인식되고 싶은지에 대해 들어봤다.

‘쇼미더머니 5’ 끝나고 한 달 반쯤 지났어요. 어떻게 지냈는지?

=밀린 여가를 즐겼어요. 여행도 다녀오고요. 춘천, 충청도, 대천 해수욕장 등이요. 많이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지는 않는데, 여행하는 건 좋아해요. 자연도 좋아하고. ‘쇼미더머니’ 끝나고 만화책도 보고, 게임도 하면서 많이 놀았어요.

술은 안 마셔요. 제가 술 마시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요. 사실 힙합이라고 하기 부끄럽긴 한데, 만화책 보는 거 좋아하고. 차라리 유튜브 영상 보는 걸 좋아해요. 웃긴 영상이나 미스터리에 관련된 것?

학창시절 얘기를 해볼까요? 어린 나이에 유학을 떠났죠?

=만 13살 되자마자 갔어요. 한국에서 중학교 2학년 졸업하고요. 한국에서 1년 일찍 학교를 들어갔거든요.

혼자 간 건가요?

=친형이랑 둘이 갔었거든요. 형이랑은 성격이 정말 달라요. 형이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성격이라면, 저는 맞서 싸우는 성격이었거든요. 당시 홈스테이를 하던 가족과 많이 싸웠어요. 그런데 형이 저랑 싸워주지 않아서 외로웠어요. 형은 그 가족이랑 사이가 나빠지면 우리 손해라면서 왜 굳이 싸워야 하나라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미국 어디에 있었어요?

=유타 주에 있었어요.

고등학교 생활은 어땠어요?

=고등학교는 11학년 때 조기 졸업했어요. 사립학교에 다녔는데, 돈도 많이 들었죠. ACT(대학진학시험)를 봤는데, 처음 봤을 때 나름 잘 나온 거에요. 처음 봤을 때 30점이 나와서 공부 조금만 더 하면 아이비리그도 갈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그래서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좋다, 학비 대주겠다.’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돈이 어디 있느냐 했더니 집을 팔겠다고 그러시더라구요. 그건 아니다 싶어서 유타 주의 브리검 영 대학교를 장학금 받고 갔어요.

공부에 뜻이 있었나 보네요.

=공부에 뜻이 있었다기보다는 너무 외롭고 친구가 없는데, ‘내가 친구가 못 된다면 리더가 되어야겠다. 공부에 있어서는 꼭대기에 오르겠다.’라는 생각이 있었죠.

그런데 중간에 학교를 그만두고 한국에 나온 건가요?

=네, 군대 핑계 대고요. 학교에 휴학이라는 게 없었어요. 군대가 2년인데, 학교에서는 2년 이상 쉴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중간에 갈 거면 중퇴하고 다시 지원하라고 했어요. 그렇게 1학년 때 두 학기 반 정도 하고 한국에 나왔어요.

대학 생활에 대한 미련이나 아쉬움은 없었는지?

=네, 전 너무 좋았어요. 미국을 안 좋아해서. 매년 여름에 한국에 나오기는 했는데 다시 가기가 싫더라고요. 친구들이 한국에 있으니까.

군대를 가야겠다는 생각은 왜 했어요?

=카투사를 지원하는 시기가 있어요. 그래서 그 기간에 맞춰서 핑계 대고 온 거에요. ‘유학 못 해먹겠다’ 하고. 고등학교 때는 수업에 가는 게 필수니까 갔는데, 대학교 때는 그냥 수업을 안 갔어요.

성적이 크게 떨어졌겠어요.

=그래도 대학 때 B 받았어요. C는 없었어요. 자존심이 세서, ‘망하는 건 안 된다’ 하고.

한국 나온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반대하지는 않았어요?

=네, 군대 간다고 하니까 오케이 하시더라고요. 근데 제가 안 돌아갈 줄은 모르셨던 거죠.

처음부터 나는 다시 돌아가지 않겠다고 하고 나온 건가요?

=아니요. 군대에 갔다 오면 인간이 되어있으려나 하고 갔는데, 아니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힙합 음악을 즐겨 들었는지?

=저는 어릴 때 힙합이 악마의 음악이라고 생각했어요. 미국에서는 힙합에 성적인 요소나 마약이나 폭력이 많이 들어있으니까 진짜 싫어했어요. 근데 글쓰기를 좋아하니까 대학교 때 우연히 서정적인 재즈풍의 힙합 노래를 들었는데 그 때부터 좋아하게 됐어요.

처음에 들었던 노래 기억나요?

=인디언팜하고 소울다이브요.

글을 좋아하면 책이나 시를 쓸 수도 있는 건데, 왜 가사를 적기 시작했어요?

=사실 그것도 다 했어요. 시나 단편소설을 써서 대회에서 상도 받고 장학금도 받았는데, 가사는 들을 수 있는 거니까 좋더라고요. 음악의 형태를 가지고 있어서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잖아요. 책은 계속 읽고 있어야 되는데 노래는 귀에 꽂고만 있으면 되니까. 처음에는 한풀이처럼 쓰다가 조금씩 배워나간 것 같아요.

랩은 보통 한글로 많이 쓰나요?

=저는 거의 한국말로 썼어요. 영어 쓰는 게 싫어서요. 반감도 있었고, 영어로 가사를 안 쓴 이유 중 가장 큰 건 제가 영어 발음이 썩 좋지 않아서예요. 소통에는 전혀 지장이 없지만, 본토 발음 정도는 아니라서. 콩글리시의 뽕이 좀 섞여 있거든요. 그래서 영어로 짧게 말고는 랩을 잘 안해요. 발음에 대한 부끄러움이 좀 있어요. 그리고 굳이 한국에서 랩 하는데 영어를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처음 썼던 가사는 뭐였어요?

=처음 쓴 가사로 첫 배틀에 나갔거든요. 가사가 “나는 안심, 하지만 너는 등심!”이었어요. 제가 이걸 썼을 때 처음이자 거의 마지막으로 배틀을 졌어요.

서출구라는 랩 네임을 쓰게 된 이유가 있나요?

=큰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원래 'xit'라는 아이디를 쓰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xit로 활동을 하다가 사람들이 어렵다고 해서 한글화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비상구랑 출구 중에 고르려다가 비상구는 뭔가 좀 저렴하고, 출구로 하려고 했는데 누가 벌써 쓰고 있는거예요. 그래서 성을 붙였어요.’서출구.’ 뜻은 별로 없어요. 어떤 이름을 쓰건 간에 결국 나를 대표하게 되는 거니까 이름을 통해 나를 만들어 나가면 되겠다 해서 그냥 서출구라는 이름을 썼어요. 그러다 지금은 사람들 이제 본명을 서출구로 알기도 해요.

랩을 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뭐라고 하지는 않으셨어요?

=엄청 뭐라고 했죠. 볼 때마다 ‘얼른 관둬라. 공부도 잘하는 애가.’라면서. 일단 음악적인 재능이 없어요 제가. 문학적인 재능은 있거든요. 글 쓰는 것도 좋아하고, 잘하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음악적인 재능은 하나도 없어요. 박치였어요. 그런 애가 랩을 한다고 하니까 ‘얘가 미쳤나?’ 하시더라고요. ‘맨날 관둬라, 미국으로 돌아가라’하시고 어머니는 방문 앞에서 우시기도 했고요.

부모님 지원도 마다하고 원하는 일을 하겠다고 한 건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을 거예요.

=사실 이게 용기이기도 하고 이기적이기도 한데요. 매일 ‘그만 둬야 하나’하는 생각을 했어요. 자존심이 세다 보니까 자괴감이 들더라고요. 밑바닥이었으니까. 공부할 때는 천재라는 소리도 듣고, 인정을 받다가 랩을 시작한 후에 잘 못 하니까 자존심이 상했어요. 부모님께도 부끄럽고, 힘들었어요. 그래도 계속한 이유는 자존심 때문이에요. 랩 한다고 했는데 그만두고 공부한다고 하면 분명히 뒤에서 비웃을 테니까. 오기가 생겼어요.

쇼미더머니를 처음 나가게 된 계기가 있나요?

=맨 처음 나갔을 때는 절망적이어서였어요. 저희 ADV크루가 길거리에서 공연도 하고 문화적인 일을 많이 해왔는데, 영향력도 작고 수익도 없다 보니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문화를 보여주기 위해서 전국 5개 도시를 돌면서 ‘SRS’라는 공연을 했어요. 처음에는 저희 리더가 사비로 해결하고, 다음 회부터는 여러 회사에서 후원을 조금씩 받았죠. 그래서 매년 할 때마다 ‘올해는 못하겠다’라는 말이 나왔어요.

제가 처음 ‘쇼미더머니’를 나갈까 고민하던 와중에, 저희 리더가 나가지 말라고 해서 안 나가려고 했어요. 그러다 새벽에 연락이 와서 ‘네 마음대로 해라. 우리가 아무리 문화적인 걸 해도 누구도 우리에게 박수 쳐주지 않는다’고 했어요. 그 말을 듣고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 났죠. 화도 나고, 허무하고.

그래서 지원했어요. 나 같은 사람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거든요.

시즌 4의 싸이퍼 미션에서 다른 참가자에게 마이크를 넘겨주고 자진 하차 아닌 자진 하차를 했는데, 당시 심경은?

=그때는 그저 고집이었어요. 제 기준에는 그 상황이 멋이 없게 보여서요. ‘이건 정말 멋이 없다. 난 이럴 거면 안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마지막으로 저랑 남은 동생이 원래 길거리에서 프리스타일을 종종 하던 친구였거든요. 동생이 마이크를 뺏으려고 하는데 못 받는 모습을 보면서도 제가 굳이 미션을 하는 것도 웃기고. 그래서 그냥 안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시즌 4 때 특별한 목표가 있었나요?

=목표는 매번 살아남기였어요. 거창한 목표는 없었어요.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자신감도 없었고.

‘시스템에서 나오고 싶었다’며 시즌 4를 그만뒀는데, 다시 지원한 이유는?

=시즌4에서 제 이름을 알리고 나서 저희 크루 활동에 대한 지원이 수월해졌어요. 힘과 영향력이 생겼거든요. 그런 걸 느끼고 나니까 영향력이 생기면 더 멋있는 걸 많이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지금보다 더 유명해지면 제가 어떤 것을 진행함에 있어서 서포트를 더 쉽게 받을 수 있겠구나 싶었죠.

이전 시즌에서 떨어졌던 라운드를 통과했을 때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솔직히 기쁜 감정은 딱히 안 들었어요. 올해도 매 라운드에서 살아남기에 급급했었어요. 작년에 시스템이 싫어서 나가놓고 다시 돌아왔다는 게 제 스스로 용납이 잘 안 됐거든요. 떳떳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초반에 변명하는 식의 랩을 많이 했어요. 그렇게 두 가지 토끼를 다 놓친 거죠. 멋있는 랩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가사가 다 마음에 든 것도 아니니까.

시즌 내내 가장 신나 보였던 건 원과의 배틀 때였어요. 당시 어떤 생각으로 대결에 임했나요?

=잘했어야만 했어요. 잘 할 것은 알고 있었지만 부담감이 심했어요. 제가 SRS에서는 심사위원이에요. 길거리에서 배틀하는 사람들을 심사하는데, 그런 사람이 랩 배틀을 잘 못 한다면 심사를 어떻게 하겠어요? 이 문화를 대표하는데 말이죠. 그래서 그런 부담감이 있었어요.

이번 시즌의 목표는 뭐였어요?

=우승은 생각도 안 했어요. 곡이라도 하나 만들어서 본선 무대에서 보여주는 게 목표였죠.

이번 시즌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저는 사실 마지막 곡을 준비하던 시간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아요. 곡을 다섯 번 바꿨는데 다 다른 장르였어요. 작업에 시간이 많이 들어가고 정성이 많이 들어가야 좋은 곡이 나오는 줄 알았는데, 그 순간의 영감과 몰입도, 운이 모이면 좋은 곡이 나오는 걸 깨달았죠.

그렇게 바뀐 다섯 곡 중에 왜 ‘끝’을 골랐어요?

=제가 그런 스타일의 곡을 잘한다고 하더라고요. 가사도 그런 걸 잘 쓰고, 느낌도 잘 살리고. 경연에서 이기고 싶었다면 랩에 대한 랩이나 신나는 랩을 했을 거예요. 곡을 여러 번 수정하면서 경연보다는 곡의 완성도에 중심을 뒀어요. 그러다 ‘끝’을 선택했어요.

시즌 5를 통해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다 했나요?

=거의 다 했어요. 그래서 후회는 거의 없어요. 저는 별로 안 아쉽고, 안 후회해요. 사람들한테 욕 먹는 것도 아는데, 크게 상관 없어요. 제가 사실 거기서 랩을 잘한 게 아니었어요. 그걸 제가 인정하니까 랩을 못했다는 소리를 듣거나 플로우식 이야기가 나와도, ‘맞아, 플로우식이 나보다 랩을 더 잘했지. 근데 나는 내 가사가 더 좋아. 가사가 더 잘 들렸고 내용이 더 좋았어.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했어.’라고 생각하고 말죠. (*서출구는 플로우식과의 대결에서 승리했다.)

랩을 못보여줘서 아쉬운거지, 곡에 대한 아쉬움은 없어요. 아예 랩을 잘하는 다른 곡을 했다면 달랐겠죠.

만약 또 '쇼미더머니'를 나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또 나갈 생각은 있는지?

=아니요. 웬만하면 안 나갈 거 같아요. 사람이 한 치 앞도 모른다고는 하지만, 안 나가도 되는 상황을 만들려고요. 제가 망할 대로 망하면 또 나가야죠. 그런데 안 망하게 해야죠.

여태껏 완성물을 발표한 건 믹스테이프 하나였는데, 프로덕션 메이킹은 계속하고 있나요?

=계속 해왔어요. 작업은 하는데, 작업물이 부족해요. 뭔가 발표하지 않은 것은 제가 못해서였어요. 곡을 하나 공개한 적이 있어요. 전에 발표한 ‘전국구’라는 곡에서 랩의 스킬이란 스킬은 다 보여줬어요. 정말 잘 만들었는데, 그때 깨달은 건 잘한 랩이 좋은 음악, 듣고 싶은 곡은 아니라는 거였어요. 그 이후로 듣고 싶은 음악에 대해 연구를 하면서 반성과 성찰을 했죠.

지금도 연구 중인가요?

=지금은 감을 좀 잡았어요. 이제는 빨리 내야죠. 그래야 '쇼미더머니 6' 안 나가죠.

다음에 앨범이 나온다면 담고 싶은 얘기는?

=아마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랩에 대한 랩은 없을 것 같아요. ‘나 랩 잘해, 내가 최고야’라는 이야기보다는 사람 얘기를 하고 싶어요. 사랑 얘기가 아닌 사람 얘기. 제가 느꼈던 외로움이나 요즘 들어서 찾아오는 우울한 기분이랄까. 그런 얘기를 재밌게 하고 싶어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나요?

=여러 가지 행사를 하고 싶어요. 얼마 전에도 학생들이랑 토크 콘서트 겸 공연을 했거든요. 그런 사회적인 행사요. 그렇게 차근차근 혼자서도 좋은 스튜디오에서 좋은 곡, 좋은 뮤직비디오를 찍고 싶어요. 당장 앨범은 안낼 거 같아요. 싱글을 내고, 나중에 그걸 모아서 EP를 내든지 하려고요.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저는 래퍼로만 남기는 아쉬워요. 제가 모델을 하거나 그런다는 게 아니라. 음악이 가진 영향력을 충분히 이용하고 싶어요. 무대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적 움직임에도 동참하고 싶어요.

지금의 ‘서출구’는 어떤 사람인지?

=지금 당장의 25살 서명원은 쓸데없이 진지하지만, 행복한 사람인 것 같아요.

사진: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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