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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시대의 접대가 마음에 들지 않을 사람을 위한 책 3권

  • 강병진
  • 입력 2016.07.29 08:25
  • 수정 2016.07.29 08:31

‘3, 5, 10’ 이 숫자가 무엇을 의미할까? 바로 눈치를 챘다면, ‘김영란법’을 의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공직자와 언론인, 사립학교 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이 직무 관련인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식사(3만원), 선물(5만원) 그리고 경조사비(10만원)의 한도다. 합헌이냐 위헌이냐를 놓고 말이 많았으나, 헌법재판소에서 ‘김영란법’에 대해 합헌이라고 결정하면서 더 이상 논란은 필요 없게 되었다. 보통 사람들이야 이 법으로 인해 큰 불편이 없겠지만, 몇몇 사람들은 곤란해졌다. 접대가 업무인 사람들은 무엇을 먹어야 하고, 어떤 선물을 준비해야 하며, 경조사에 자신의 기쁨과 슬픔 크기를 어떻게 표현할 지 고민일 것이다. 그리고 평소 접대를 받아온 사람은 예전보다 저렴해진 접대를 받아들이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런 이들이 읽어볼 만한 책 3권을 골라보았다.

1. 접대받은 술의 양이 예전보다 적다고 느낀다면...

식사를 접대할 때 음식값보다 더 나올 수 있는 것이 함께 먹는 술값이다. 와인 한 병, 맥주 몇 병만 시켜도 3만원이 훌쩍 넘는다. 지금처럼 벌컥벌컥 마실 수는 없고, 이쯤이면 아이들이 우유를 빨대로 먹듯이 술도 그렇게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아무래도 마시는 양은 줄어들고 값도 얼추 맞출 수 있을 듯싶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진짜 실천한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메소포타미아인들이다.

“관개농업 방식으로 곡물을 대량 재배하는 메소포타미아 저지대에서 보리맥주와 밀맥주는 수천 년에 걸쳐 완벽한 술로 거듭났다. 농부에서부터 왕에 이르기까지 메소포타미아의 모든 사회계층은 신분에 관계없이 이러한 술을 매우 즐겼다. 고딘페테에서 분석했던 것과 비슷한, 입구가 큰 술병에 모여들어 빨대로 함께 술을 마시면서 공동체의 유대의식은 차츰 확립되었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두 개에서 일곱 개의 주둥이가 달린 특이한 병은 바로 위의 경우처럼 여러 사람이 동시에 술을 마실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렇게 병에 든 맥주를 함께 마시는 것은 특히 기원전 제3천년기에 인기가 있었다.” (책 ‘술의 세계사’, 패트릭 E. 맥거번 저)

2. 5만원 이하의 선물이 고민된다면...

추석, 설 등 명절 선물 세트를 보면 단위가 헛갈리는 것들이 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100만원, 500만원짜리가 등장한다. 누가 보내고 누가 받는 것일까? 확실한 것은 이런 고가의 선물은 사라질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럼 그 자리를 누가 대체할까? 사실 값이 제법 나가는 선물을 받아놓곤 처치 곤란하다고 느끼는 경우들도 있다. 한 마디로 ‘센스’의 문제다.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멋진 센스를 과시할 수 있으면서 가격이 저렴한 선물로는 문구가 좋다. 적당히 품격이 있어 보이는 '문구'는 '있어보이는' 선물로도 좋고, 받는 사람도 계속 쓸 수 있다.

“가위를 고르는 것은 신발을 사는 일과 비슷하다. 정말로 자신에게 꼭 맞는 가위는 오랜 시간 사용해도 피로가 없어 자연스럽게 자르는 일이 즐거워진다. 피로가 없어 자연스럽게 자르는 일이 즐거워진다. 아무리 비싼 가위라도 자신에게 맞지 않으면 손이 피곤하거나 아프기 때문에 원하는 모양대로 자르기 힘들다. 마치 뒤꿈치나 쉽게 까지는 구두나, 달리기 힘든 운동화와 마찬가지다. 자신에게 잘 맞는 가위 고르기가 힘든 이유는 겉모습만 봐서는 자신에게 잘 맞는지 분간하기 어렵고, 잠깐 써보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는 점이 많기 때문이다. 이것 역시 신발과 비슷하다. 신발을 살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번 신고 몇 발짝 걸어보면서 착용감을 확인하지만, 가위를 사면서 한번 사용해보고 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가게에 따라 다르지만 양심적인 가게들은 손에 쥐고 몇 번 움직이는 정도는 허용해주는 곳도 있다.” (책 ‘궁극의 문구’, 다카바타케 마사유키 저)

“제품명: Silku 네바논 170mm, 흐르는 듯한 형태의 검은 무광 본체에 빛나는 붉은 선이 아름답다. 마치 스텔스 전투기나 배트맨의 무기를 떠올리게 하는 이 가위는 제품 전체를 불소 수지 코팅으로 가감했다. 덕분에 테이프를 잘라도 칼날에 달라붙지 않는다. 가격: 2500엔(자체 통신 판매의 경우, 한화로 약 26,900원, 2016년 7월 28일 기준) (책 ‘궁극의 문구’, 다카바타케 마사유키 저)

3. 경조사비 10만원으로 그 사람의 마음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경조사는 다양하다. 가장 중요한 것이 결혼식과 장례식이다. 정작 본인들의 결혼식이나 장례식보다는 누구 자녀의 결혼식, 누구 부모의 장례식에 사람들이 붐비기 마련이다. 혼주나 상주에게 눈도장만 찍고 자신의 이름을 적은 후 봉투를 건네는 모습,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하다. 그런데 상주에게는 죽음의 의미를 조금 더 생각해 보도록 도와주면 어떨까? 높은 금액의 부의금을 낸 사람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일깨워준 사람에게 상주는 더 큰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까?

“질병과 노화의 공포는 단지 우리가 감내해야 하는 상실에 대한 두려움만은 아니다. 그것은 고립과 소외에 대한 공포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부터는 그다지 많은 것을 원하지 않는다. 돈을 더 바라지도, 권력을 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가능한 한 이 세상에서 자기만의 삶의 이야기를 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일상의 소소한 일들에 대해 직접 선택을 하고, 자신의 우선순위에 따라 다른 사람이나 세상과의 연결고리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쇠약해지고 의존적이 되면 그러한 자율성을 갖는 것이 불가능해진다고 생각하게 됐다. 하지만 내가 루 할아버지, 루스 할머니, 앤 할머니, 리타 할머니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서 배운 것은 그것이 분명 가능하다는 사실이었다.” (책 ‘어떻게 죽을 것인가’, 아툴 가완디 저)

- 아예 책을 선물해보는건 어떨까?-

'김영란법'에서는 공직자가 한차례 100만원, 1년간 300만원 이상 금품 등을 받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한다. 또 100만원 이하의 금품 등을 받았을 경우 직무 관련성이 있다면 2~5배 과태료를 물린다. 그럼 아예 책 선물을 해보는 건 어떨까?

사실 책을 선물한다는 것은 용감한 일이다. 상대방의 취향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전달한 책 선물은 오히려 받은 사람을 당황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독서 취향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직업이 주는 선입견은 유용하지 않을 때가 많다. 숫자를 다루는 직업인데 달콤한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법을 다루는 직업인데 과학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이럴 때 가장 무난한 것이 ‘학습+만화’다.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컨셉트가 붙으면 적어도 자녀에게 전달이 될 수 있다. 거기에 만화면 금상첨화다. 누구나 쉽게 책장을 펼치게 할 수 있는 마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집을 사도 100만원을 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러한 책 중 최고는 박시백 화백의 ‘조선왕조실록’이다. 비슷한 내용으로 코믹한 요소가 좀 더 가미된 책을 원한다면 무적핑크(변지민) 작가의 ‘조선왕조실톡’도 괜찮다. 가격은 둘 다 100만원이 안 넘는다. 박시백 화백의 ‘조선왕조실록’은 19만 5300원(총 20권, 인터넷 서점 기준)이고, 무적핑크 작가의 ‘조선왕조실톡’은 5만 40원(총 4권, 인터넷 서점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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