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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의 사진으로 본 '최고의 사랑'

사진가 남편은 아내가 유방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충격을 받은 남편은 아내를 위해서 뭘 해줄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웃음이 최고의 명약'이라는 명언을 떠올린다. 전형적인 중년의 몸매를 가진 남편은 아내를 위해서 기꺼이 오직 튀튀만 입고 재미있는 사진을 찍어서 아내에게 선물하기로 한다.

  • 박균호
  • 입력 2016.07.29 07:35
  • 수정 2017.07.30 14:12

사진에 취미를 들이다 보면 한국이 참 좁은 나라구나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아마추어든 프로든 국내 사진가들은 대체로 풍경 사진에 주력하는 편이다. 해방 이래로 주야장천 찍어온 '동해 일출'을 필두로 소매물도, 두물머리, 순천만 등 몇 개의 지점이 풍경 사진의 단골모델 노릇을 한다. 아마도 세계에서 전문가용 사진 장비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일본의 사진 장비 제조업자들이 한국엔 웬 기자들이 그렇게 많으냐고 감탄한다고)이지만, 그 값비싼 사진 장비로 촬영하는 소재는 매우 제한적이다.

기자나 전문 작가들이 사용할 법한 고가의 장비로 기껏 풀떼기나 찍고 아빠 사진사 노릇만 한다는 아마추어 사진가들의 한탄이 여기저기서 들리고 공모전의 수상작을 잠깐만 훑어봐도 멸치잡이 배, 동자승, 전통놀이가 태반이다. 물론 풀떼기나 자식 그리고 한국인의 치열한 삶의 현장을 담은 사진이 가치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사진계의 소재는 처참할 정도로 빈곤하다.

나라가 좁아서 풍경 사진을 찍을 곳이 많지 않기도 하고, 그 많은 사진가는 각자의 독특한 콘셉트와 소재를 전문으로 오랫동안 촬영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골목 사진'만을 평생 담아온 김기찬 작가 정도가 떠오를 뿐이다. 한국 사진계의 소재의 뻔함과 획일성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사진애호가들에게 포토 에세이집<사랑이 구한다>는 단비가 될 수 있고 사진에 대한 지평을 넓혀주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사랑이 구한다>는 인간의 사랑과 연민이라는 가장 원초적이고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덕목을 주제로 한 다양한 콘셉트의 사진이 가득하다. 사랑이라는 어쩌면 가장 흔하게 언급되는 감정을 가장 다양한 각도와 소재로 담은 사진이라는 게다. <사랑이 구한다>에 담긴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한 사랑을 담은 25개의 사진에서 이 중에서 6개를 소개한다.

<분홍 튀튀를 입은 남편>

사진가 남편은 아내가 유방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충격을 받은 남편은 아내를 위해서 뭘 해줄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웃음이 최고의 명약'이라는 명언을 떠올린다. 전형적인 중년의 몸매를 가진 남편은 아내를 위해서 기꺼이 오직 튀튀만 입고 재미있는 사진을 찍어서 아내에게 선물하기로 한다.

<사진 찍는 유기견과 아기>

아기와 애완견을 담은 사진은 굳이 사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좋아할 법하다. 사진의 소재로서 애완견과 아기를 담은 사진만큼 더 사람들의 호감을 사는 주제가 또 있을까 싶다. 그러나 사진작가 '그레이스 전'이 찍은 아기와 애완견 사진은 여기에 감동을 더한다. 사진 속의 아기는 중국계- 한국인이며 애완견은 대만에서 태어나 학대받다가 우여곡절 끝에 미국으로 입양되었기 때문이다.

<암 환자들의 특별한 변신>

벨기에에 있는 암 환자를 지원해주는 자선 단체 '미미 자선재단'은 암 환자들을위한 특별한 순간을 마련했다. 아주 특별한 변신의 기회를 부여받은 스무 명의 암 환자들을 스튜디오에 초대해서 눈을 감은 채 헤어스타일링과 메이커업을 받게 했다. 유명 미용사가 암 환자를 위해 정교한 가발로 멋진 머리 모양을 연출했고 사진작가 빈센트 딕슨은 이러한 변신이 끝나고 참가자 들이 눈을 뜨는 바로 그 순간을 거울 반대편에서 사진으로 담았다.

<할머니의 시선을 바로잡은 아이들>

결혼식 장면만을 촬영해온 결혼 사진작가 제이슨 리는 2006년 자신의 어머니가 암 판정을 받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바로 그때 자신의 두 딸도 감기로 고생하고 있었기 때문에 할머니의 병문안을 갈 수 없게 되었다. 손녀들을 보고 싶어 하는 자신의 어머니를 실망하게 하지 않고, 밝고 건강한 기분을 유지해주기 위해서 제이슨 리는 고심 끝에 두 딸의 귀여운 모습을 렌즈에 담아 어머니에게 보여드렸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다.

<딸과 함께 다시 찍은 결혼사진>

결혼을 하고 딸아이가 막 한 살이 되었을 때 사랑하는 아내가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내를 잃은 슬픔으로 2년간 마음의 병을 얻어 고통을 받던 남편은 마침내 아내와의 추억이 가득한 신혼집을 떠나기로 했다. 신혼집을 떠나기 전에 사진작가인 처제에게 자신과 딸의 추억을 사진으로 남겨달라고 부탁을 했다. 결혼하고 앞으로 살게 될 신혼집에서 아내와 촬영을 했는데 같은 장소에서 세상을 떠난 아내 대신 딸아이와 같은 자세로 촬영을 한 것이다.

<세계 최고의 아빠>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유명한 아빠진사는 단연코 <윤미네 집>의 전몽각선생이다. 딸아이인 윤미가 태어나는 순간에서 결혼행진곡을 하는 순간까지 렌즈에 빠짐없이 담아서 수많은 독자를 감동하게 했는데 그는 철저하게 렌즈 밖에 있었다. 그러나 워싱턴의 사진작가 데이브 잉글도는 '세계 최고의 아빠'라는 문구가 새겨진 머그잔을 들고 딸아이와 함께 재미있는 상황을 함께 연출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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