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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김영란법' 합헌으로 결정했다 : 9월28일부터 본격 시행

  • 원성윤
  • 입력 2016.07.28 10:20
  • 수정 2016.07.28 11:39
ⓒgettyimagesbank

[업데이트 오후 3시7분]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법은 제정안 발표 때부터 사회 전반에 메가톤급 파장을 일으켰다.

적용 대상이 공직자 외에 민간 영역까지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과잉 입법'이 아닌지, 청탁·금품수수의 허용 또는 규제 기준이 모호해 일상생활에서 '도덕 사찰'이 일반화되는 게 아닌지 등의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직자 및 공적 역할을 하는 직역의 공정한 직무 수행을 보장하기 위한 법 자체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속칭 '벤츠 여검사'와 '스폰서 검사' 등 금품과 향응을 수시로 챙긴 일부 권력기관 공직자들이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아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사건들이 이런 여론을 뒷받침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에 사립학교 관계자와 언론인을 포함시킨 것이 헌법에 어긋나는지 여부를 가리는 헌법재판소의 선고를 하루 앞둔 27일 서울의 한 백화점에 고가 과일선물세트가 판매되고 있다.

결국 김영란법은 팽팽한 찬반 양론 속에 거듭 수정 과정을 거쳤다.

공직사회는 물론 사회 각 분야에 거대한 파급력을 가진 법안이다 보니 내용이 바뀌기도 여러 차례였고, 국회를 통과하기까지만 900일이 넘게 걸렸다.

김영란법이 처음 윤곽을 드러낸 것은 2012년 8월 16일 국민권익위원회가 법 제정안을 발표하면서였다. 공직자가 100만 원을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는 게 골자였다.

이런 처벌조항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법무부의 반대로 권익위가 형사처벌을 과태료 부과로 낮추려고 하자, 이번에는 '누더기 입법이 아니냐'는 여론의 비판에 부딪혀 논란이 일었다.

결국 정부는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의 중재로 형사처벌 조항을 일부 되살리는 내용의 조정안을 마련해 발표 11개월 만인 2013년 7월 말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이 법안을 국회로 보낼 수 있었다.

수정된 정부 입법안은 국회로 넘어와서도 여야 이견으로 국회 의안과의 캐비닛조차 벗어나지 못했다.

논의의 장이 열린 계기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피아'(관료 마피아) 척결을 요구하는 여론이 확산된 것이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회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같은해 6월 정의화 당시 국회의장을 만나 조속한 처리를 부탁하며 김영란법에 불을 붙였다.

그럼에도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정무위는 김영란법 국회 제출 9개월 만인 2014년 5월 심의에 착수했다가 법안 중 '이해충돌' 방지 제도를 둘러싼 이견과 여야 냉각 정국으로 다시 6개월을 표류했다.

해를 넘긴 정무위는 2015년 1월7일 법 적용 대상을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사 종사자로까지 확대하면서 당초 공직자를 대상으로 했던 권익위의 입법 취지와 다른 방향으로 법을 변화시켰다.

나아가 여야 이견이 팽팽했던 이해충돌 방지 제도를 빼고 나머지 부분만 분리 입법키로 합의했고, 법률명도 당초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으로 바뀌었다.

수정된 김영란법은 곧바로 정무위를 통과해 같은 해 3월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 정식으로 공포됐다.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이 합헌으로 결정난 28일 서울 헌법재판소 앞에서 한국농축산연합회 관계자들이 김영란법을 적용한 한우선물세트 5만원어치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공직자가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하면 직무 관련성과 무관하게 형사처벌되는 내용이 담기고, 언론사와 사립학교 종사자까지 제재 대상이 포함된 데 대해 새로운 논란이 일었다.

다수 국회의원이 문제를 지적한 것은 물론, 국회 통과 이틀 만에 대한변호사협회 등의 헌법소원이 이어지면서 이 법의 운명은 다시 '안갯속'에 빠졌다.

국회 통과 이후에는 시행령도 문제가 됐다.

법이 시행되면 단가가 비싼 한우, 굴비, 화훼 등의 소비위축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농축수산업계와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예외를 요구했으나, 권익위는 올해 5월 내놓은 시행령에서 공직자 등이 받을 수 있는 금품 상한선을 식사대접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 등으로 엄격하게 규정해 업계 반발을 불러왔다.

김영란법' 위헌 여부 선고를 하루 앞둔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서울세관본부에 '청렴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관세청은 명절이나 휴가철 등에 공무원들에게 배달된 선물을 돌려줄 때 상자에 부착하는 이른바 '청렴스티커'를 5천매 제작해 본청과 전국 세관에 배포했다.

관세청이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 시행에 미리 대비해 공무원들에게 배달된 선물을 돌려줄 때 상자에 부착하는 이른바 '청렴스티커'를 5천매 제작해 배포했다. 26일 관세청 한 직원이 청렴 스티커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4건의 헌법소원을 병합해 심리한 헌법재판소는 국민 생활에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해 지난해 12월 공개변론을 열어 각계 의견을 듣는 등 신중하게 검토했다.

박한철 헌재소장이 올해 3월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9월 법 시행 전 심리를 마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9명의 현인'이 내릴 결정에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이처럼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김영란법에 대해 헌재는 28일 4대 쟁점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다. 제정안 발표 1천505일 만인 오는 9월28일 법은 시행될 전망이다.

이 법으로 사회의 일상 관습이나 일상문화는 획기적으로 바뀔 전망이지만, 부작용을 둘러싼 논란은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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