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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사태로 맺어진 일베와 오유의 로맨스는 호모소셜이다

  • 박세회
  • 입력 2016.07.27 11:43
  • 수정 2016.07.27 19:21

지난 19일, 넥슨의 온라인 액션게임 ‘클로저스’에서 ‘티나’의 목소리를 맡았던 김자연 성우가 교체된 사건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커졌다.

관련기사 : 넥슨의 성우 교체로 일어난 페미니즘 논란의 나비효과

웹툰 작가와 독자가 권력관계를 두고 싸우는가 하면, 한 정당이 지지 논평을 내놨다가 이를 철회했고, 어떤 웹툰 작가는 해고될 위기에 놓였으며,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트위터에서 '메갈이냐'는 질문을 받고 있다. 마치 나비효과 같은 현상이다.

그러나 잘 보고 있자면 유례없는 흐름이 하나 보인다.

일반적으로 정치 성향이 다른 것으로 알려진 거대 웹게시판 '일간 베스트'와 '오늘의 유머'가 이 사안에서만은 비슷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아래는 '오늘의 유머'에서 넥슨 김자연 성우 목소리 교체 사건이 터진 지난 2016년 7월 19일부터 오늘(7월 27일 14시 33분)까지 '메갈'(당연히 '메갈리아'도 걸린다)이라는 단어로 제목이 검색되는 베스트오브베스트(조회 수가 높은 게시글만 뽑아 놓은 게시판) 게시글이다. 총 7페이지, 214개에 달한다.

반면 같은 게시판에서 그간 반목의 대상으로 알려진 '일베'로 제목을 검색한 결과 같은 기간에는 7개가 검색됐고, 검색의 한도인 지난해 12월 9일부터 지금까지를 따져도 71개뿐이며, 그 사이에는 '강남역 살인사건', '홍익대학교 일베 조형물 논란'등의 굵직한 이슈가 있었다.

아래는 같은 기간 일간 베스트에서 '메갈'로 검색한 것으로 총 23페이지 총 518개의 게시글이 보이며, 같은 기간 반대 성향인 '오유'에 대한 게시글은 총 46개가 '일베-일간 베스트'(일베 중 일베)에 올랐다.

특이한 것은 이 기간 일간베스트 게시판에 오른 오유 관련 글 중에는 '오유선비들 갓끈 풀었다', '내가 오유여도 화났다', '오유 선비의 일침'등 오유의 분노를 응원하는 글이 많았다.

두 게시판에 올라온 '메갈리아' 관련 글은 모두 비판적인 내용이었으며 빈도의 차이는 있지만 '메퇘지', '메갈녀', '메갈년' 등의 단어를 공유하고 있다.

일간베스트의 경우에는 오늘의 유머보다 좀 더 강도가 센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경향이 확연했다.

트위터 사용자들 사이에선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이런 연대가 '호모소셜'이라는 논란이 제기됐다.

호모소셜은 '헤테로 섹슈얼'의 반대말로 성적 관계가 배제된 동성 간의 관계를 일컫는 사회학적 용어다.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우에노 치즈코 도쿄대학교 명예 교수는 이를 '남성 간의 사회적 유대'로 정의한 바 있다. (허핑턴포스트 인터뷰 참조)

손희정 문화평론가는 허핑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오유와 일베를 비롯한 여러 세력들의 움직임을 '호모소셜'이라고 진단하며 "호모소셜(동성사회성)적인 움직임이 비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금 사회 전반에서, 언론에서조차 20~30대 남성의 불안을 강조하며 남성 이데올로기를 견고히 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메갈리아의 방법이 혐오의 내재화를 널리 퍼뜨린다며 걱정하는, 선의를 가진 진보적·합리적인 비판 역시 메갈리아가 가지고 있는 급진적인 운동성을 부정함으로써 같은 효과, 즉 동성 사회성을 강화하는 효과를 낳는다."

"그리고 동성 사회성 강화의 핵심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는 데 있다."

"이런 동성 사회성의 강화에 반드시 생물학적 남성만이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웹 게시판에 '나는 메갈이 아니다'라는 여성들의 인증 글이 올라오는 것을 비난할 의도는 없지만,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_손희정(7월 27일)

한편, 이번 사태를 두고 메갈리아에 대해서는 새로운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선옥 르포작가는 미디어오늘에 '(메갈리아에게) 당했던 방식 그대로 불매운동을 벌였더니 또 여성혐오라고 한다. 여혐작가 리스트와 메갈작가 리스트는 다른가? 앞의 것은 정의이고 뒤의 것은 낙인인가? 작가들이 여혐으로 규정되어 공격당할 때 그 혐오의 규정이 정당한지, 낙인찍기 방식은 옳은지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라며 메갈리아의 방법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나섰다.

그러나 문화평론가 손희정 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여성혐오는 여성에 대한 물리적 폭력을 증가시키고, 제도적 차별을 자연화하며, 그렇게 여성 젠더를 실존적 위기로 내몬다. 반면. 메갈리아 등에서 인터넷 용어를 경유해서 '남성 혐오'를 느끼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은, 오히려 강력한 주체화의 동학에 가깝다. 즉, 주체가 되기 위한 몸부림이다. 그렇게 아직 사회적으로 주체가 되지 못한 여성들이 비로소 자신의 언어를 통해서 '주체'가 되는 중인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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