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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진의 은퇴에 독일 객석에서 1천4백 개의 하트가 등장했다

  • 박세회
  • 입력 2016.07.25 07:43
  • 수정 2016.07.25 07:46

지난 22일(현지시간), 발레리나 강수진(49)이 독일에서 열린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오네긴' 공연을 끝으로 30년 발레리나 인생을 마감하는 날 객석에서 팬들이 1천 4백 개의 사랑을 보냈다.

강수진은 이날 '많이 울 것 같다'는 예상과 달리 활짝 웃으며 커튼 콜에 응했다.

마지막 환호는 뜨거웠다. 슈투트가르트 오페라 극장을 가득 메운 1천400명 관객은 기립박수와 함께 붉은색 하트가 그려진 '고마워요 수진'(Danke, Sue Jin) 손팻말을 들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오네긴' 공연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강수진이 커튼콜에서 관객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종신단원이자 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인 강수진이 지난 22일 저녁 슈투트가르트 오페라 극장에서 열린 '오네긴' 공연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했다.

1986년 '코르 드 발레'(군무진)로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입단한 지 30년 만이다.

'오네긴'은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을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천재 안무가 존 크랑코가 러시아 문호 푸시킨의 소설을 토대로 만든 작품이다. 1996년 처음 주인공 '타티아나' 역을 맡은 강수진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자유분방하고 오만한 남자 '오네긴'과 순진한 시골 처녀 '타티아나'의 엇갈린 사랑이 펼쳐진 이날 무대에서 강수진은 순진한 시골 처녀부터 고혹적 귀부인까지 시시각각 변하는 타티아나의 감정과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1막에서 '오네긴' 역의 제이슨 레일리와 추는 2인무에서는 사랑의 열병에 들뜬 처녀로, 3막에서 뒤늦게 구애하는 오네긴을 밀어내며 추는 격정적인 춤에서는 첫사랑에 대한 애증으로 번민하는 귀부인으로 변신했다.

오네긴이 떠난 뒤 홀로 남은 타티아나가 오열하는 마지막 장면까지 숨을 죽이며 몰입한 관객은 막이 내리자 뜨거운 환호와 기립박수로 강수진의 마지막 무대를 배웅했다. 무대 위는 풍선과 객석에서 던진 꽃으로 채워졌다.

은퇴 무대에 오르기 전 인터뷰에서 "눈물을 많이 흘릴 것 같다"고 했던 강수진은 잠시 눈시울을 붉히기는 했지만 이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관객들에게 인사했다.

이날 무대 뒤편 스크린에 '사랑하는 수진,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 우리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리울 거예요. 행운을 빕니다'라고 적혀있다.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측에서도 의미있는 작별 인사를 준비했다.

무대 뒤편 대형 스크린에 '사랑하는 수진,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 우리는 당신을 사랑하고 그리워할 거예요. 행운을 빕니다'라는 문구가 비친 가운데 발레단 단원과 스태프 등 직원 전원이 한 명씩 무대에 올라 강수진에게 붉은색 장미꽃 한 송이를 건넸다.

강수진을 위한 '깜짝 선물'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커다란 붉은 장미 꽃다발을 들고 등장한 리드 앤더슨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예술감독의 신호에 따라 1천400명 관객은 미리 준비한 손팻말을 일제히 펼쳐 보였다. 손팻말에는 붉은색 하트 모양과 함께 '고마워요 수진'이라는 말이 적혀있었다.

환한 미소로 감사인사를 전한 강수진은 무대 뒤에서도 동료 단원·직원들에게 둘러싸여 포옹과 입맞춤을 나누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이별의 아쉬움을 달랬다.

강수진은 80세가 됐을 때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을 어떻게 기억하겠느냐는 질문에 "사랑이다.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을 향한 사랑은 늘 내 마음속에 있으며 무덤까지 가져가겠다"고 답했다고 발레단 블로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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