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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생물 이야기] 늘 곁에 있어 잊기 쉬운 연인, 버터플라이피쉬

몸에 가는 줄무늬나 넓은 밴드모양의 무늬, 또는 큼직한 반점 등을 갖고 있다. 특히 대부분 눈을 지나는 짙은 색의 무늬를 갖고 있어 눈동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 몸통 다른 곳에 검은색 반점을 갖고 있기도 한데, 포식자로 하여금 눈이 어디에 있는지 혼동하게 만들어서 포식자의 공격으로부터 치명상을 입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 장재연
  • 입력 2016.07.25 11:24
  • 수정 2017.07.26 14:12

바다생물 이야기 19. 늘 곁에 있어 잊기 쉬운 연인, 버터플라이피쉬 (Butterflyfish, 나비고기)

열대 바다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예쁜 물고기들의 상당수는 버터플라이피쉬다. 노란색, 흰색, 검은색, 오렌지색, 붉은색 등이 어우러진 화사한 모습을 뽐낸다. 체형도 얇은 원판 모양이고 움직임도 사뿐 사뿐 날아다니는 것 같아, 이름대로 나비를 연상시킨다. 버터플라이피쉬는 약 120여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몸에 가는 줄무늬나 넓은 밴드모양의 무늬, 또는 큼직한 반점 등을 갖고 있다. 특히 대부분 눈을 지나는 짙은 색의 무늬를 갖고 있어 눈동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 몸통 다른 곳에 검은색 반점을 갖고 있기도 한데, 포식자로 하여금 눈이 어디에 있는지 혼동하게 만들어서 포식자의 공격으로부터 치명상을 입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가장 화려하다는 이름의 Ornate Butterflyfish

8개의 밴드 무늬가 있는 Eight-Banded Butterflyfish

꼬리에 반점이 있는 Spot-Tail Butterflyfish

눈이 여러 개 있는 듯한 Two-Eyed Butterflyfish

그동안 찍었던 수중사진을 살펴보다가, 버터플라이피쉬 사진이 의외로 매우 적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아니 가장 흔하고 예쁜 바다생물인데, 왜 사진이 별로 없지?" 라는 생각이었다. 버터플라이피쉬는 수줍음을 많이 타고, 주변에 항상 사진 방해물이 있어 좋은 장면을 찍기가 수월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워낙 자주 볼 수 있는 바다생물이기 때문에 웬만큼 사진이 있을 것이라 지레짐작하고 있었다.

바다 속에 처음 들어갔을 때는 감탄을 자아내던 버터플라이피쉬였지만, 자주 다이빙을 하다보면 점점 관심 밖으로 멀어진다. 무척 예쁘지만, 흔하기 때문이다. 대신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바다생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주로 그런 생물들을 찾아 사진을 찍게 된다. 어쩌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다가도 조건이 안 맞으면, '다음에 찍지' 그러면서 계속 뒤로 미뤘던 것이다.

사람의 경우에도 비슷할 수 있을 듯싶다. 늘 곁에 있었던 가장 친한 친구나 사랑하는 사람이 막상 떠나고 나면, 의외로 그 사람과 함께한 사진이나 특별히 기억될 경험을 만들지 못했음을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있을 때 잘 해' 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은 아닌 듯싶다.

Eclipse Butterflyfish, 반점이 일식이나 월식 모양 같다.

가장 보기 힘든 종류인 Tinker's Butterflyfish

버터플라이피쉬는 대부분 얕은 바다 암초 지역의 바위나 산호 틈에서 살아간다. 주로 낮에 활동을 하고 밤에는 바위틈에서 숨어 지내는데, 이곳저곳 옮겨 다니지 않고 한 곳에 머물며 사는 정주형 물고기다. 보기에도 그렇지만 실제로 무척 연약한 생물이기 때문에, 다른 포식자들로부터 자기 자신을 은폐, 엄폐하며 살아가기 위함일 것이다. 그런 지형에서 활동하기 좋게 몸통은 납작하고, 작은 먹이를 쪼아 먹기 좋게 입은 뾰족하다.

입이 가장 뾰족한 종류로는 롱노즈 버터플라이피쉬(Longnose Butterflyfish)와 그보다 더 뾰족한 빅 롱노즈 버터플라이피쉬(Big Longnose Butterflyfish)를 들 수 있는데, 비슷하게 생겨서 구분하기 쉽지 않다. 동남아시아 바다에 서식하는 종류는 빅 롱노즈 버터플라이피쉬인데, 턱밑에 검은 반점이 여럿 있다는 차이점으로 구분할 수 있다.

Longnose Butterflyfish

Big Longnose Butterflyfish

버터플라이피쉬는 혼자나 짝을 이뤄 살기도 하지만, 무리를 이뤄 사는 경우도 많다. 스쿨링 배너피쉬(Schooling Bannerfis)가 가장 대표적인데, 아주 많은 개체수가 모여 살면서 멋진 장관을 연출하곤 한다. 스쿨링이란 용어는 떼를 지어 산다는 뜻이고, 배너는 현수막처럼 생겼다는 뜻이다. 스쿨링 배너피쉬의 등지느러미가 길게 늘어진 모습은 무척 특징적이고 멋도 있어 눈에 확 뜨인다. 한 마리 한 마리도 멋이 있는데, 수많은 스쿨링 배너피쉬와 함께 다이빙할 때면 마치 수많은 아기천사와 함께 공중에 떠 있는 느낌이다.

미국너구리를 닮았다는 Raccoon Butterflyfish

피라미드 모양의 무늬가 있는 Pyramid Butterflyfish

큰 무리를 이루고 있는 Schooling Bannerfish

스쿨링 배너피쉬와 매우 흡사하게 생긴 물고기가 롱핀 배너피쉬(Longfin Bannerfish)다. 코가 조금 더 길고 등지느러미는 약간 더 짧고 둥그스름하며, 양쪽 눈 사이에 검은 직사각형 무늬가 있는 것으로 구분한다고는 하나 쉽지 않다. 이 두 종류는 학술적 분류도 아주 가까운 종이어서 혼동이 일어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무리쉬 아이돌(Moorish idol, 깃대돔)이라고 전혀 다른 어류와 혼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스쿨링 배너피쉬를 False moorish idol이라고 부르기도 할 정도다. 내 경우도 처음에는 상당 기간 둘을 혼동해서 같은 종류인줄 알고 있었다.

무리쉬 아이돌은 코 위쪽에 노란 무늬가 있고 몸에도 노란색 무늬가 있다. 어느 날인가 이 차이점을 정확하게 알고 나서부터는 다시는 둘을 혼동하지 않게 되었다. 대충 알면 구분하기 어렵지만, 정확하게 알면 사실과 거짓을 쉽게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세상이치인 듯싶다.

오른쪽부터 Moorish idol, Schooling Bannerfish, Longfin Bannerfish,

버터플라이피쉬는 알을 물속에 그냥 산란시키는 방식으로 생식을 하기 때문에, 알이 마치 플랑크톤처럼 둥둥 떠다니면서 먹이가 되곤 한다. 이래서는 생존율이 너무 낮아 종족 보존이 가능할까 싶은데, 다행히 일단 부화하면 치어는 다 자랄 때까지 머리까지 몸 전체를 단단한 일종의 골판으로 둘러싸고 지내는 보호방식을 갖고 있다.

버터플라이피쉬의 생김새부터 생식까지 여러 가지 특성들 모두가 연약한 생물이 바다생태계 안에서 생존해 나가기 위한 다양한 노력의 산물이다. 버터플라이피쉬가 예쁜 자태와 달리 애처로운 존재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사람도 가진 것 없이 태어난 연약한 존재들은 살아가기 위해 꽤나 애를 써야 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렇지만 버터플라이피쉬의 생존기간이 보통 10년까지도 되니, 여러 가지 생존 노력이 효과가 있는 것이다. 연약하지만 나름 기특하게 잘 살아가는 예쁜 버터플라이피쉬, 사랑과 희망이란 단어를 떠 올리게 하는 바다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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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 <장재연의 환경이야기>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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