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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카불 테러 직전, 수천명의 하자라족 시위대는 '평등'을 외쳤다 (사진)

  • 허완
  • 입력 2016.07.23 22:55
  • 수정 2016.07.23 23:10

23일(현지시간) 오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도심에서 300여명의 사상자를 낸 자살폭탄 테러는 하자라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테러의 배후를 자처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아프간 내 소수민족이자 시아파가 대다수인 하자라족 주민들이 벌인 시위 현장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IS의 선전 매체 '아마크'는 IS가 자살폭탄 벨트를 소지한 두 명의 전사를 "시아파들이 모인 곳"에 보냈다고 밝혔다. 만약 IS의 소행임이 최종 확인된다면, 이번 테러는 IS가 카불에서 저지른 최초의 테러이자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인 테러 중 가장 큰 규모로 기록될 것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테러가 발생하기 전, 하자라족 주민 수천명은 카불 시내 '데 마장' 광장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지원으로 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을 잇는 전력망(TUTAP power line) 노선이 애초 계획과 달리 하자라족의 주 거주 지역인 바미안(Bamiyan)을 지나지 않게 된 것에 항의하기 위해 시위를 조직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5월 이와 비슷한 시위가 벌어지자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전임 정권에서 변경된 노선 문제를 재논의 할 기구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끝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 대신 지난달 19일에 소규모 전력선이 바미안을 거쳐가는 계약이 체결됐지만 하자라족 활동가들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았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주 초 아프간 정보당국은 테러 위험이 있다며 시위 주최 측에 시위를 취소할 것을 요청했다. 정부 내 하자라족 대표자들 역시 이번 시위가 인종 간 갈등에 불을 붙이게 될 것이라며 시위에 반대했다. 그러나 전 부통령인 카림 칼리리와 '풀뿌리 활동가'들이 이번 시위를 주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찰은 시위 전날 밤 사이 차단벽을 설치했다. 시위대가 인근 대통령 관저나 시내 중심가로 이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 때문에 테러 당시 응급대원들의 현장 진입이 늦어졌다는 목격자 증언도 소개됐다.

이날 시위에 나섰던 주민들은 압둘라 압둘라 최고행정관을 향해 "차별을 멈춰라", "모든 아프간인은 평등하다"는 구호를 외쳤다. 일부 시위대는 광장 일부 구역을 막고 경찰과 보안당국 관계자의 출입을 막았고, 일부는 이들에게 돌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나 대체로 시위는 평화롭게 진행됐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아프간 전체 인구의 약 9%(286만명, 2014년 기준)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하자라족은 오랫동안 탄압의 대상이었다. 종교적으로는 주류인 파슈툰족과는 달리 하자라족 인구 대부분이 시아파에 속한다. 인종적으로도 하자라족은 몽골계 후손으로 널리 알려져 있어 아프간 내 다른 민족들과는 이질적인 외모를 갖고 있다.

수니파 극단주의 탈레반이 집권하던 시기(1996~2001년)에는 대량 학살을 당하기도 했다. 수많은 하자라족은 파키스탄과 이란 등으로 탈출했고, 최근 유럽으로 이주하는 난민들 중에도 하라자족이 포함되어 있다.

뉴욕타임스는 하자라족이 아프간 내에서도 가장 빈곤에 시달리는 민족으로 알려져 있으며, 하자라족 대부분이 거주하는 바미안 지역 역시 평화롭지만 빈곤에 허덕이는 곳이라고 전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하자라족 주민들은 전력망이 바미안을 비켜가도록 한 정부의 결정을 자신들에 대한 '차별'로 인식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한편 가니 대통령은 테러 발생 이후 TV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24일을 국가적인 애도일로 지정하겠다고 밝히는 한편, "범죄자들에게 응분의 댓가를 치르게 할 것"을 약속했다고 BBC는 전했다.

다만 이번 테러가 아프간 내 인종 간 갈등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01년 이후 카불에서 벌어진 최악의 사건인 이번 테러는 종파 갈등 심화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1990년대 아프간 내전 이후, 아프간은 인근 파키스탄과 이라크, 시리아에서 번졌던 종파 간 유혈 충돌에서 상당히 자유로웠다. 종파 간 갈등이 극심했던 이들 지역은 IS가 의도적으로 인종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중략)

IS는 그동안 영토를 놓고 탈레반과 전투를 벌이며 아프간 동부 몇몇 지역에 집중해왔다. 아프간 내 IS 병력은 2000~3000명 수준으로 비교적 적은 규모로 추정되지만 이번 사건으로 아프간 내에서 IS의 세력 확장에 대한 우려가 퍼질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아프간인들은 IS를 이방인이자 탈레반보다 더 과격한 극단주의 단체로 인식하고 있다. (가디언 7월23일)

이번 테러는 최근 몇 달 사이 최악에 해당하는 규모이며, IS의 소행임이 확인될 경우 그동안 주로 아프간 동부 낭가르하르주(Nangarhar)에 한정되어 있던 IS의 주요 확산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시아파 하자라족을 노골적으로 공격한 것 역시 10여년에 걸친 전쟁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에서 볼 수 있는 수니파와 시아파의 유혈 충돌 사례가 비교적 적었던 아프가니스탄을 위협하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로이터 7월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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