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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진보"세력의 진정한(?) 친구

주한 미군의 철수라든지, 한미 FTA에 대한 비난 등은 이를 누가 주장하였는지와 주장한 정치인/정치세력의 국적만 가리고 살펴 보자면 실은 남한의 이른바 진보 세력들이 오랫동안 주장하여 온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아닌가? 소위 남한의 민주 개혁 세력 내지는 진보 세력이라는 양반들은 자신들의 입장이 막말을 내뱉고, 인종 차별, 여성 혐오에 앞장서는 도널드 트럼프와 같거나 유사하다고 하면 펄쩍 뛸 일이겠으나, 결론에 있어서는 양자의 입장이 별로 다르지 않은 것이 아닌가 싶다.

  • 바베르크
  • 입력 2016.07.26 13:23
  • 수정 2017.07.27 14:12
ⓒCarlo Allegri / Reuters

1. 막말과 인종차별, 여성 혐오의 미 공화당 대선 후보와 남한의 소위 진보파 간의 유사성

양식 있는 미국인들과 세계인들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도널드 트럼프가 이번 미국 대선에서 미국 공화당 후보로 공식 지명되었다. 트럼프는 후보 수락 연설 등을 통해서 한미 FTA를 비난하고, 주한 미군의 철수를 시사하는 등 한반도 정책에 있어서도 아연실색할 주장들을 내어 놓았다. 트럼프의 이러한 입장은 그가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나 일본, 무슬림 국가들, 멕시코, 중국에 대해 내어 놓는 "정책"들처럼 이른바 미국 우선주의 내지는 고립주의(isolationism)에 기인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주한 미군의 철수라든지, 한미 FTA에 대한 비난 등은 이를 누가 주장하였는지와 주장한 정치인/정치세력의 국적만 가리고 살펴 보자면 실은 남한의 이른바 진보 세력들이 오랫동안 주장하여 온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아닌가? 소위 남한의 민주 개혁 세력 내지는 진보 세력이라는 양반들은 자신들의 입장이 막말을 내뱉고, 인종 차별, 여성 혐오에 앞장서는 도널드 트럼프와 같거나 유사하다고 하면 펄쩍 뛸 일이겠으나, 결론에 있어서는 양자의 입장이 별로 다르지 않은 것이 아닌가 싶다.

아니, 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한반도에 다시 적극적으로 개입하기에 이른 다음에 공화당으로 대변되는 미국 보수파의 입장은 (어처구니없다고 여기겠지만) 실은 상당수의 경우에는 남한 내의 이른바 진보 세력들의 입장과 유사했었고, 미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진보적으로 보여졌던 민주당의 입장이 오히려 남한 내의 소위 진보 세력의 입장과 반대 되었으며, 그건 이번 미국 대선에서도 예외 없이 나타나는 패턴이 아니었나 싶다. 필자는 아래에서 상식에 반하는 것 같은 이런 약간은 도발적으로 보이는 주장을 역사적인 사례들을 들어서 입증해 보고자 한다.

2. 적극적 대외 개입 정책을 펼쳤던 미국 민주당과 고립주의 정책을 펼친 미국 공화당

사실 20세기 이후 미국은 딱 한 번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모두 미국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 큰 전쟁에 참전했었고, 반면에 미국 공화당은 대개 그 전쟁을 마무리하는 역할을 떠맡았으니, 공화당이 전쟁광이고 민주당은 우리 편이라는 식의 남한 내의 소위 진보파 내지 이른바 민주개혁세력의 선입견은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역사적 사실들에 의하여 철저히 부정된다.

미국이 20세기 이후 참전한 첫번째로 큰 전쟁인 제1차 세계대전(1914년 ~ 1918년)은 민주당의 우드로우 윌슨 대통령이 참전을 결정했다(1917년). 전쟁이 끝난 후 윌슨 대통령은 미국을 국제연맹에 가입시켜 계속 국제문제에 관여하려 했으나 공화당이 장악한 미국 의회는 이를 좌절시켰고, 1920년대 공화당이 집권한 동안 미국은 이른바 고립주의정책(도널드 트럼프의 대외정책에 관한 입장을 지칭하는 바로 그 정책이다)을 펼쳐 대외 문제 개입을 자제했다.

그러던 미국이 다시 큰 전쟁인 제2차 세계대전(1939년 ~ 1945년)에 끌려들어 간 것은 다시 민주당이 집권한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때이다(1941년). 루즈벨트 대통령 후임인 민주당 트루먼 대통령은 한국전쟁(1950년 ~ 1953년) 개입을 결정했다(1950년). 오히려 한국전쟁 휴전을 공약으로 하여 당선되었고(1952년), 실제 휴전을 이끌어낸 대통령은 공화당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이다.

그 다음으로 미국이 가담한 큰 전쟁은 베트남전쟁인데 베트남전쟁 개입 결정은 통킹만 사건(1964년)을 일으켰다고 의심받는 민주당의 존슨 대통령 때 벌어진다. 이걸 수습하고 베트남에서 미군을 철수시키는 파리 강화조약을 체결(1973년)한 것은 그 뒤를 이은 공화당의 닉슨 대통령이다.

그러니까, 20세기에 미국이 참전한 네 번의 큰 전쟁들, 즉 제1차 세계대전, 제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모두 민주당 대통령 집권시 미국은 전쟁에 뛰어들기로 결정했고 공화당 정권은 대외개입을 중단하고 미군을 철수시키는 역할을 맡았다.

3. 한반도에서 발을 빼려 한 미국 공화당과 한반도에 적극 관여한 미국 민주당

한반도 문제로 국한시켜도 이런 현상은 반복되는데 앞서 말했듯이 민주당의 트루먼 대통령은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1948년)을 지지하고 한국전쟁에 미군을 보냈지만(1950년), 공화당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한국에서 휴전협정을 체결했다(1953년). 민주당의 케네디 대통령은 박정희의 5.16 쿠데타를 추인하였고(1961년), 같은 당의 존슨 대통령은 국군의 월남파병(1964년)을 요청했으나, 공화당의 닉슨은 미국이 한반도에 배치한 두 개의 사단 중 하나인 7사단을 철수시켰다(1971년).

미국 민주당의 카터 대통령은 광주민주화운동 때 미군이 작전권을 가진 한국군 20사단의 광주 도청 투입을 승인(1980년)한 반면에, 카터의 뒤를 이은 공화당의 레이건 대통령은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신군부가 내란음모죄를 뒤집어 씌워서 사형수가 된 김대중 전 대통령님을 구명(1981년)하여 신군부에 압박을 넣어 김 전 대통령님의 미국 망명을 주선했고, 1987년 6월 항쟁 때 전두환이 군을 투입하지 못하게 막아 남한의 민주화를 도왔다.

레이건의 뒤를 이은 같은 공화당인 미국의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남한에서 핵무기를 철수시킨 반면(1991년), 아버지 부시 대통령을 꺾고 대통령이 된 민주당의 빌 클린턴 대통령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에 대한 폭격-_-;을 계획했었다(1994년). 반면 그 뒤를 이은 공화당의 아들 부시 대통령 때 6자 회담이 진행되었고 그 와중에 북한이 핵실험까지 하게끔 미국은 방치-_-하였다. 그리고 다시 민주당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했고 역시 역대 미국 민주당 정권 전통대로(쿨럭;) 한반도의 긴장은 다시 고조되어 연평도 포격사건, 천안함 사건, 작년의 북한의 전쟁 위협등이 발생했고 급기야 한미 양국은 사드 배치를 결정하기에 이른다.

4. 왜 때문에 실제로는 미 민주당이 매파가 되었고, 오히려 미 공화당은 비둘기파가 됐을까?

그런데, 미국 민주당=비둘기파, 미국 공화당=매파의 관념은 미국 내에서도 꽤 통용이 되고 미국 민주당이 월가와 실리콘 밸리, 할리우드 지지를 받는다면 미국 공화당은 군수산업 및 전통 굴뚝산업 자본가들의 지지를 받는다는 식으로 거칠게 정리할 수 있는 상황이라 실제 역사에서 이렇게 정반대로 나타난 것이 좀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면은 있다.

아마도 그것은 (꽤 대담한 가정을 해보자면) 미국 민주당은 대외정책에서 유화적인 비둘기파, 약체라는 비난을 전통적으로 받아 왔기에 정작 전쟁이 터지면 그런 비난을 캄플라치하기 위해서라도 즉 약한 모습 보이지 않으려고 더 적극적인 대외개입에 나서게 된 것이 아닌가 싶고, 미국 공화당은 어차피 호전적인 전쟁광이라는 딱지가 대내외적으로 붙어 있으니 전쟁에서 발을 빼고 수습하는 모습을 보이더라도 결국 유화적이라는 욕을 덜 먹고 군부나 보수파를 설득하는 것에도 더 유리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 느낌적 느낌이 드는 것이다. 뭐 남한으로 무대를 옮겨 보아도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신 것은 노무현 대통령님 아니셨냐는 것이랑 좀 비슷한 상황 아닐까?

물론 민주당=호전, 공화당=평화(쿨럭;)라는 실제 역사에서의 패턴에 반하는 단 하나의 미국 정권의 사례가 있으니 이는 이라크전쟁과 아프가니스탄전쟁을 일으킨, 네오콘 공화당(응?)의 아들 부시 대통령 정권. 뭐 네오콘들이 대개 그 뿌리가 민주당이었다고 우겨 보기는 하지만, 아들 부시 대통령 정권이 공화당의 전통에서 벗어난 아아아아아주 특이한 정권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을 듯 싶다.

그리고, 현재 민주당의 오바마 대통령은 아들 부시 대통령이 저지레한 그 두 전쟁을 끝내겠다는 공약으로 대통령에 당선돼 실제 이라크에서도 미군을 철수시키고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철군도 앞두고 있어 "민주당이 어지럽힌 것을 공화당이 청소하는" 미국 대외정책 패턴이 변화하나 싶었으나 현실은 IS 때문에 미국이 중동의 전쟁과 내란의 수렁에 빠지는 모양새이며, 시리아 내전 등의 확산의 여파로 유럽을 중심으로 전세계에서 난민 유입과 테러가 계속 일어나는 상황이다.

5. 그래서 결론이 무엇이란 말인가?

이렇게 20세기 이래로 미국 민주당과 미국 공화당의 대외정책의 패턴을 살펴 보면, 의외로 도널드 트럼프의 대외 정책은 제법 미국 공화당에서 큰 흐름을 형성하여 온 고립주의의 맥을 잇는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이른바 남한의 진보 좌파들이 그동안 한반도 문제에 대한 미국의 간섭에 부정적인 시각들을 표출하여 왔다면, 이제 자신들의 속내와 꼭 맞는 입장을 대대적으로 표명하고 있는 미국 주요 정당의 대통령 후보에게도 적극 찬성하는 입장을 표시하는 것이(응?) 일관성이 있지 않나 싶다.

물론 남한 내 소위 진보 세력들이 트럼프의 대외 정책을 보고 미국 대통령에 그가 당선되기를 바란다고 하더라도, 트럼프의 인종차별 발언, 이민자 배척 정책, 여성 혐오 발언까지 모두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애써 우겨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 정치인의 주요 이슈들에 대한 입장들은 그래도 일종의 세계관이나 정치 철학에서 비롯된 것으로 총체적으로 바라 보아야 한다는 입장에서 본다면, 다른 모든 분야에서 전세계 양식 있는 이들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트럼프가 굳이 한반도 정책에 있어서만은 깨어 있는(웃음) 입장에 서 있다고 보는 것은 과연 합리적일까 하는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즉 남한의 소위 진보파 내지는 이른바 민주개혁 세력이 막말을 내뱉고, 인종 및 여성 차별을 일삼는 도널드 트럼프나 도널드 트럼프를 대선 후보로 지명한, 그들이 그동안 1%를 위한 정당이라고 보아 온 미국 공화당의 대외정책 내지는 한반도 정책과 같은 흐름의 정책을 줄곧 주장해 왔었다는 것이 앞에서 본 것처럼 이렇게 분명해졌다. 그렇다면, 남한의 소위 진보파들도 그들이 그래도 스스로 부끄러움을 알고, 합리적이라면, 그리고, 트럼프를 다른 부면에서도 지지할 것이 아니라면(쿨럭;) 그들 자신이 남북문제를 바라 보는 시각, 우리나라의 외교정책, 대외 경제 관계에 대한 입장들을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재검토해 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적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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