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김자연 성우 관련 논평을 낸 정의당 위원회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김수빈
  • 입력 2016.07.22 13:12
  • 수정 2016.07.22 13:14
ⓒ정의당

게시물 당 평균 조회수가 400미만인 정의당 웹사이트의 브리핑 게시판에 조회수가 4만이 넘는 게시물이 하나 있다.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가 낸 논평 '정치적 의견이 직업 활동을 가로막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은 20일 게시되어 이틀째인 22일 현재 조회수 44,695회를 기록하고 있다.

폭발적인 것은 조회수만이 아니다. 논평의 댓글란에는 당원들의 비난이 가득하다. 일부 당원들은 이 논평에 격렬히 반발하면서 탈당계를 제출하기까지 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자명한 듯한 제목의 이 논평이 이러한 반응을 자아내는 이유는, 논평의 대상이 바로 '메갈리아' 관련 논란으로 성우 김자연씨의 목소리를 게임 속에서 삭제한 넥슨의 조치이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김자연 성우 교체 논란에 대한 넥슨의 해명

김자연 성우 교체가 일으킨 불길은 웹툰계를 비롯한 문화예술계 전반으로 옮겨붙었다. 소셜미디어에서 김자연 성우에 대한 지지와 넥슨에 대한 보이콧 메시지가 퍼지면서 일련의 유명 웹툰 작가와 만화 번역가들이 여기에 동참하면서 이들에 대한 역보이콧이 시작된 것. [관련기사] 김자연 성우 지지자들은 피해를 입었지만, 지지자는 더 늘어나는 중이다

정의당 문예위의 논평과 그로 인한 당내 논란 또한 그 연장선 상에 있다. 허프포스트는 해당 논평을 최종적으로 작성한 정의당 문예위의 권혁빈 부위원장을 만나 계속되고 있는 논란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어떻게 논평을 작성하게 됐나?

해당 사안을 접하고 나서 문예위 집행위원들과 이야기를 해 논평을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문예위와도 관련된 중대한 사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 중대하다고 판단한 것인가?

(김자연 성우 교체) 사건이 앞으로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정치적 자유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적지 않은 문예위 소속 당원들은 정당에 소속돼 있다는 사실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공개적인 활동을 거부하고 있다.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입당 권유도 마찬가지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쏟아지는 비난의 핵심은 이 사안이 '메갈리아'와 연관되어 있다는 데 있다. 메갈리아가 '남성혐오' 사이트라는 것이 비난의 주요 논지다.

(논평에 대한) 댓글은 물론이고 개인적인 메시지로도 같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흥미로운 것은 내게 '네가 몰라서 그러는데 사실 메갈리아는 이런 곳이다'라는 설명조의 메시지가 많았다는 사실이다. 나도 디씨(디씨인사이드)를 비롯해서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들을 오랫동안 모니터링해온 사람인데 전혀 납득이 안 가는 내용이었다.

주로 메갈리아 웹사이트의 주소를 내게 보내주면서 '메갈리아가 이런 곳이다'라고 설명하는데 본인들도 직접 그 웹사이트를 들어가봤으면 그런 이야기를 못할 거라 생각한다.

어떤 의미에서 그런가?

'메갈리아'라는 이름의 웹사이트는 하루에 글이 너댓 개 정도 올라오는, 인터넷 커뮤니티로서는 사실상 생명을 다한 곳이다. 다음카페 '워마드'와 페이스북 페이지 '메르스갤러리저장소', '메갈리아4'로 세분화된 지 오래됐다.

김자연 성우가 구입한 티셔츠는 '메갈리아4'에서 사업비용 모금을 위해 공동구매를 진행한 것인데 여기는 메갈리아에서 분리되어 페미니즘 이슈를 전파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이지, 대상을 조롱하거나 희화화하는('미러링') 다른 메갈리아 계열 커뮤니티와는 분명 구분되는 성향을 갖고 있다.

따라서 김자연 성우가 메갈리아4의 사업에 참여하고 지지의 뜻을 갖고 있다고 해서 사회적 지탄을 받을 이유는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문제의 티셔츠 공동구매 사업이 '남성을 조롱하고 공격하는 활동을 하다 소송 당한 사람들의 법률지원에 사용된다'는 주장도 있었다.

사실과 다른 주장이다. 그 공동구매 사업은 페이스북이 여성을 희화화하는 페이지들에 비해 메갈리아4에만 엄격한 잣대를 제시하는 것에 대한 법적 조치를 준비하기 위한 모금운동의 일환이었다. 메갈리아4의 법률지원을 담당하는 변호사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허위사실적시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관련 트윗

'일베' 회원들과의 형평성을 따지는 의견들도 보였다.

직업윤리 또는 공공선에 저촉되는 행위를 했느냐의 여부가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 일베 회원인 게 문제가 되어 직장에서 제재를 받은 사례들은 방송이나 제품 등에 회사와 무관하게 일베 메시지를 삽입하는 등의 행위를 했다. 김자연 성우의 경우와는 다르다.

일베든 메갈리안이든 단순히 회원 여부로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내의 반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당원들이 '대상'에 따라 판단 기준이 바뀌는 것을 보았다.

강남역 살인사건 직후 10번 출구에서 벌어지던 집회에서 한 신입당원이 당과 아무런 협의 없이 '남혐... 그만했으면' 하는 내용의 피켓을 정의당 이름으로 만들어 1인 시위를 해 문제가 된 일이 있었다.

당시에는 그 당원의 행동에 대해 '단순한 개인의 의견도 중요하다'며 옹호하던 사람들이 한 여성성우가 티셔츠 공동구매에 참여한 일로 제재를 받는 걸 당연시하고 있다. 그 정도로 페미니즘을 반대한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정의당은 나름 진보정당이 아닌가. 언급한 과거 강남역 10번 출구의 1인 시위 사건에 대해서도 당 차원에서는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번 논란에 대해서는 당 차원에서 입장이 나왔나?

아직까지 당 차원에서 입장이 나오진 않았다. 빠르면 22일이나 그 다음주 쯤 입장을 낼 것이라고는 들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당 지도부가 고의적이든 아니든 이 문제에 대해 무관심했던 것 아니냐는 생각은 한다. 일부 당원들의 거친 항의에 당직자들이 힘들어하고 있어 그것이 좀 마음에 걸린다.

'정의당이 메갈을 옹호하는 것이냐'부터 심지어 '메갈이 정의당 배후에 있다'는 음모론 같은 비난도 나오는데 사실 논평 자체에는 페미니즘 자체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나 '직업활동의 자유'와 같은 상식적인 가치에 대한 강조였는데.

사실 나보고 페미니스트라고 하면 주변에서 몹시 비웃을 것이다. 오히려 이 논란을 계기로 여성들이 정의당에 많이 입당하여 당 내부에서 여성들의 목소리를 많이 내줬으면 좋겠다. 아직까지 한국의 진보정당에는 반여성주의적 색채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사회 #문화 #게임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