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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햇빛에도 거뜬하게

SPF 지수가 높을수록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SPF15 제품은 UVB의 93%를, SPF30 제품은 96.7%를, SPF40 제품은 97.5%를 차단한다. 결국 SPF30 이상이면 효과는 거기서 거기이니 SPF30 정도의 제품을 고른다. SPF가 높을수록 일반적으로 유해한 화학적 차단 성분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Gettyimage/이매진스

글 고금숙 _ 만화 홀링

2015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설문에 따르면 화장품을 한 달 평균 여성은 27개, 남성은 13개 사용한다. 현재 대한화장품협회 성분사전에 등록된 성분 개수는 1만 42개. "여러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중심에서 성분의 안전성을 외치다' 이럴 리는 없겠죠?" 특히 여름을 맞아 자외선 차단제를 집중적으로 알아본다.

성분 따져 쓰거나 직접 만들어 쓰거나

2005년 미국 환경단체인 EWG에서 운영하는 화장품 성분 안전성 확인 사이트인 '스킨딥'(www.ewg.org/skindeep)의 보고서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화장품 중 30%는 발암물질을, 45%는 생식 교란 물질이나 발달 장애 물질을, 60%는 에스트로겐을 모방하거나 파괴하는 화학물질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 같은 세제는 예외지만 다행히 화장품에는 전 성분 표시제가 적용된다. 따라서 어떤 성분이 들었는지 따져 보고 선택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화해'라는 어플리케이션을 깔면 화장품 제품의 전 성분과 성분의 안전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영어로 된 화학 성분명을 읽느라 끙끙대기보다 훨씬 간편하고 안전하고 저렴한 방법을 쓴다. 갈색 병을 마련해 여름에는 포도씨유를, 겨울에는 올리브유나 동백유 등을 넣고 허브 에센셜 오일을 몇 방울 첨가해 바디오일과 페이셜오일로 쓴다. 10분쯤 지나면 기름이 피부에 쏙 흡수된다. 지성 피부라 오일을 바른 곳이 번들거린다면 파우더를 바르거나 깨끗한 수건으로 얼굴을 눌러 기름기를 제거한다. 나머지 화장품은 생협에서 구입해서 쓴다. '누리봄', '봄봄' 같은 이름이 좀 예스럽지만 성분은 어떠한 세련된 화장품보다 낫다. 내가 피부를 촉촉하고 보드랍게 만드는 비결은 사우나나 운동으로 땀을 빼서 독소를 배출하고, 샤워 직후 모공이 열렸을 때 생협 마스크팩으로 영양을 주고, 일주일에 한두 번 베이킹소다로 얼굴을 부드럽게 문질러 각질을 제거하는 것이다.

자외선 차단제, 알고 바르자!

첫째, 최선의 자외선 차단 수단은 자외선 차단제가 아니라 모자, 선글라스, 긴 옷, 양산이다. 사실 나는 기를 쓰고 햇빛을 피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진피에서부터 솟구치는 기미를 보니 한여름에는 좀 가려도 좋겠다 싶다. 선글라스 역시 '뽀대'가 날 뿐 아니라 백내장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멜라닌이 채 발달하지 않은 영·유아는 긴 옷, 모자, 유모차 챙을 이용해 자외선에 노출되는 걸 피하고 한낮에는 그늘에 머무는 게 좋다.

둘째, UVA와 UVB를 모두 막는 자외선 차단제를 선택한다. UVB는 피부 표피에 영향을 줘 피부를 발갛게 만들고 화상을 입힌다. 반면 파장이 긴 UVA는 피부 진피까지 침투해 기미, 주근깨 등을 만들고 피부 노화를 일으킨다. UVA는 UVB보다 피부에 20배 더 많이 전달되지만 발갛게 타는 자각 증상이 없어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수 있다. 따라서 자외선 차단제를 고를 때 UVB 차단 지수인 SPF와 UVA 차단 지수인 PA를 모두 확인한다.

셋째, SPF 지수가 높을수록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SPF15 제품은 UVB의 93%를, SPF30 제품은 96.7%를, SPF40 제품은 97.5%를 차단한다. 결국 SPF30 이상이면 효과는 거기서 거기이니 SPF30 정도의 제품을 고른다. SPF가 높을수록 일반적으로 유해한 화학적 차단 성분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넷째, '333 법칙'을 제안한다. SPF30, PA+++(+가 하나 더 붙을 때마다 UVA 차단 효과가 늘어난다고 한다) 정도인 자외선 차단제를 외출 30분 전에 바르고 3시간마다 덧바르자. 암만 워터프루프 제품이라도 바른 뒤 3시간이 지나면 땀과 물에 지워지고 햇빛에 약해진다. 자외선 차단 효과를 보려면 자외선 차단제를 500원 동전 크기만큼의 양을 얼굴에 치덕치덕 바른다. 시간을 들여 톡톡 두드리면 허옇게 뜨지 않는다.

다섯째, 성분이 안전한 차단제를 고른다.

여섯째, 스프레이와 파우더 형태로 된 것 말고 크림이나 로션 형태로 된 것을 쓴다. 스프레이로 분사할 경우 화학 성분을 호흡기로 흡입할 수 있으니 주의하자. 만약 스프레이 제품을 가지고 있다면 얼굴에 직접 뿌리지 말고 손에 뿌린 뒤 얼굴에 바른다.

일곱째, 비타민A가 든 식품은 몸에 좋지만 자외선 차단제에 든 비타민A는 종양의 성장을 촉진한다. 비타민A가 햇빛을 만나 광화학 작용을 통해 유해물질을 만들기 때문이다. 비타민A에 해당하는 레티놀, 레티닐팔미테이트, 레티닐아세테이트가 들어 있는지 확인하고 피한다.

하지만 인간도 유기체 중 하나이고, 햇빛을 받아야만 살 수 있는 존재이다. 햇빛을 통해 생성되는 비타민D는 건강에 꼭 필요한데, 유해물질이 비타민D의 분해를 촉진해서 가뜩이나 야외 활동이 부족한 현대인의 비타민D 수치가 더욱 낮아졌다. 한여름 한낮의 작열하는 태양만 빼면 일주일에 적어도 이틀, 하루 30분 이상 햇빛에 몸을 충분히 담그자. 자외선 차단제도, 차양도 없이 온몸 그대로!

고금숙 님은 도시에서 '에코에코'하게 살아가기를 꿈꾸는 철딱서니 없는 비혼입니다. 여성환경연대 환경건강팀에서 일하며 얼마 전에 《망원동 에코하우스》를 펴냈습니다.

홀링 님은 위로가 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은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카스테라 속 외딴방(holling60.blog.me)에 그림을 차곡차곡 모으고 있습니다.

* 이 글은 살림이야기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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