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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제 에르도안의 쿠데타가 펼쳐진다

  • 김수빈
  • 입력 2016.07.21 10:31
  • 수정 2016.07.21 10:34
Turkish President Tayyip Erdogan speaks during a news conference following the National Security Council and cabinet meetings at the Presidential Palace in Ankara, Turkey, July 20, 2016. REUTERS/Umit Bektas
Turkish President Tayyip Erdogan speaks during a news conference following the National Security Council and cabinet meetings at the Presidential Palace in Ankara, Turkey, July 20, 2016. REUTERS/Umit Bektas ⓒUmit Bektas / Reuters

지난주에 터키의 군부 쿠데타가 실패한 뒤, 에르도안 대통령은 광범위한 숙청을 감행하며 반정부 인사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벌써 수천 명 잡아들였다. 교사, 판사, 공직자 수만 명이 해고되었으며, 쿠데타가 실패로 돌아간 후 최소 6천 명의 군인이 구금되었다.

금요일 밤에 터키의 주요 도시들은 잠시 전장이 되었다. 탱크가 거리를 점령했고, 전투기가 정부 건물들 위를 날아다니는 것이 목격되었다. 비날리 일디림 총리의 발표에 의하면 공식 집계된 사망자는 최소 232명이다.

에르도안이 정적들을 겨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가혹한 적은 없었다. 여러 해 전부터 에르도안의 권위주의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증거로 정부를 비판한 반체제 인사와 언론인들에 대한 체포와 기소가 지적되었다.

가장 유명한 사례 중 하나는 올해 터키 일간지 쿰후리예트의 칸 둔다르 편집장의 유죄 판결이었다. 5월에 이스탄불 법정은 작년에 정부가 시리아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에 맞서 싸우는 이슬람주의자들에게 무기를 보내고 있다는 기사를 낸 둔다르에게 거의 6년형에 가까운 판결을 내렸다. 둔다르는 재판에 참석하러 가는 중에 암살을 간신히 모면하기도 했다.

쿰후리예트의 편집장 칸 둔다르가 지난 5월 6일 이스탄불에서 재판을 받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허프포스트 독일이 둔다르와 쿠데타 이후의 터키의 미래, 터키에서의 EU와 독일의 역할, 에르도안이 이 쿠데타 시도를 ‘신의 선물’이라고 부르는 이유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재 둔다르는 항소 중이며 행동의 자유를 허락받았다.

최근 당신이 안전 때문에 터키를 떠난다는 보도가 있었다. 현재 상황은 어떤가?

안타깝게도 야당 성향의 언론인들은 전부 안전 문제를 경험한다. 정부가 비판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 문제다. 당신이 사실 확인을 하고 쓴 기사를 두고 대통령이 “이 글을 쓴 사람은 큰 대가를 치를 것이다”라고 말하는데, 안전 문제를 경험하지 않을 수 있겠나? 그러한 도발에 고무된 사람들의 공격을 받아 본 사람이라면 안전 문제가 없겠나? 문제들이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저널리즘을 위해 계속해서 힘쓴다.

쿠데타 이후 몇 개월 동안에 터키에서 어떤 일이 있을까?

에르도안은 이번 쿠데타 시도를 ‘신의 선물’로 받아들였다. 그는 이 ‘선물’을 잘 활용할 것이다. 자신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을 모두 쿠데타 가담자로 몰며 마녀 사냥을 시작할 것이다. 그러면서 압제도 더 심해질 것이다. 체포와 제보 캠페인이 시작되면서, 잠재적 범죄자 명단이 첫날부터 돌기 시작했다. 사흘 동안에 판검사 약 3천 명이 체포되었다. 터키 전체 법관의 5 분의 1정도다. 이젠 에르도안이 쿠데타를 일으키고 있다.

지금도 에르도안을 지지하는 EU, 특히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이것은 반 민주주의 정권에 대한 반 민주주의 쿠데타 시도였다. 그런 시각으로 보아야 한다. 군부 쿠데타를 비판하면서 민간의 쿠데타에 대해서 침묵한다면 그것은 이중잣대다. … 에르도안은 사형제에 대해 대놓고 이야기하면서 메르켈조차 못 본 척할 수 없는 권위주의를 보여주고 있다. … 그러나 우리는 터키가 이 상황까지 오게 된데 있어 메르켈, 그리고 메르켈과 비슷한 자세를 취한 사람들의 역할을 잊을 수 없다. … 이제 우리는 그들이 사형제 부활을 방관하며 “하지만 난민 협정은 중요하니까.”라고 말하지 않길 바란다. 최루액과 플라스틱 총알 판매를 중지하라. 우리는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터키의 독립 저널리즘은 어떻게 될 거라 생각하나?

점점 해고, 체포, 심지어 살해까지도 각오한 사람만이 몸담을 수 있는 분야가 되어가는 것 같다. 쿠데타 발발 48시간 이후, 체포되어야 하는 언론인들의 목록이 친정부 언론인들 사이에서 돌기 시작했다. 대통령은 쿠데타 중 페이스타임을 통해 방송할 기회가 있었지만, 우리도 같은 대접을 받지는 못할 것 같다.

에르도안이 터키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나?

민주주의와 서구화를 추구하던 세속주의 국가를 모든 서구적 가치와 원칙을 공격하는 반민주적, 압제적 정권으로 변신시키는 작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쿠데타 시도로 에르도안은 큰 진전을 이룰 기회를 얻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군부 쿠데타 실패가 터키에 긍정적인 영향도 주었는가? (독일 외무부 장관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는 쿠데타가 ‘터키의 민주주의에 주의를 환기했다’고 말했다.)

유일한 긍정적인 영향은 터키 역사와 터키 사회 구조의 어두운 얼룩이었던 군부 쿠데타가 사람들의 반응에 의해 끝났다는 점이다. 이제는 민간 압제 권력에도 똑같은 분노를 보여줄 때다.

* 이 글은 허프포스트 독일에 처음 게재된 글로, 허프포스트 US에 게재된 글 It’s Time For ‘Erdogan’s Coup’: Threatened Journalist Expects Widespread Backlash In Turkey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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