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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간 유통기한 지난 음식만 먹었는데 죽지 않았다

복숭아는 이상했다. 보랏빛이 돌았고 질척거렸다. 먹기 좋은 때를 며칠 지난 복숭아는 맛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걸 먹고 병이 나지는 않았다. ‘오래된’, 버려야 할 음식들만 먹고 지낸 일주일 동안 탈이 나지는 않았다. 날짜를 넘긴 닭고기도, 시든 케일도, 오래된 베이컨도 괜찮았다.

내가 일주일 동안 먹은 음식 대부분은 복숭아를 제외하곤 끔찍하지 않았지만, 거의 전부 표시된 ‘판매 기한’, ‘사용 기한’, ‘유통 기한’을 넘긴 것들이었다. 한두 번 조금 불쾌한 맛이 느껴지기도 했고, 내 행동을 역겨워 한 친구 몇 명을 잃었을지도 모르지만, 어떤 음식들은 아주 맛있었다.

이번 실험은 식량 낭비에 대한 전문가들이 몇 주 동안이나 내게 했던 말을 입증해 주었다. 산패한 고기 같은 독성이 있음이 명백한 것만 피하면, 유통 기한이 지난 것을 먹어도 별 탈이 없다는 사실이다. 식품에 붙은 기한은 정부 규제에 따르는 게 아니라 생산자가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날짜는 신선함이 없어지는 날짜이지 먹기에 안전하지 않게 되는 날짜가 아니라고 미 농무부 식품안전검사국의 기술 정보 전문가 마리앤 그레이블리는 말한다.

“식품 표시 방법은 아주 다양하지만, 음식이 안전하지 않게 되는 날짜가 표시된 제품은 아주 드물다.” 그레이블리가 허핑턴 포스트에 전했다. 그렇지만 날짜가 지난 식품 중 일부, 특히 육류는 병을 유발할 수 있는 낮은 정도의 위험이 있으며, 냉장육에서 좋지 않은 냄새가 나거나 끈적끈적한 느낌이 난다면 먹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금이라도 의심이 들면 모험하지 말고 그냥 버려라.” 그레이블리의 말이다.

그러나 표기 날짜는 보통 품질을 표시하는 것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도 있고, 미국인들은 먹고 병이 날까 봐 날짜가 지난 식품들을 엄청나게 버려댄다. 식품의 날짜 표기를 이해하기 쉽게 바꾸면 매년 매립되는 식량 중 거의 40만 톤을 절약할 수 있다고 비영리단체 리페드 ReFED 는 말한다. 식품 날짜 표기를 신선하지 않게 되는 날짜인지, 먹기 위험해지는 날짜인지를 명기하도록 바꾸려는 법안이 현재 의회에서 대기 중이다.

실험해 보니 날짜가 지난 식품을 빨리 구하는 게 조금 힘들었다.

내 냉장고에도 날짜가 지난 식품이 좀 있었지만, 일주일 내내 먹을 수 있는 양은 아니었다. 쓰레기를 뒤지고, 동네 식품점을 뒤져서 날짜가 지났거나 임박한 것들을 찾아야 했다. 뉴욕 도시 농장에서 일하는 친구가 있어서, 매주 열리는 농부 시장에서 남은 채소를 조금 구할 수 있었다.

일주일 동안의 식단은 평상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래된 달걀을 많이 먹었고 큰 통에 든 두유를 많이 마셨다. 두유는 가게에서 찾았는데, ‘사용 기한’을 한 달 넘긴 상태였다. 맛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오래된 또띠야와 잘 어울렸다.

날짜가 지난 베이컨을 한 팩 구해서 거의 매 끼마다 조금씩 먹었다. 어느 날 밤에는 사용 기한을 넘긴 닭가슴살을 구워서 먹다 남겼고, 다음 날에 마저 먹었다. 맛이 좋았다.

사무실 근처의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수 있는 것을 찾았는데, 심지어 완벽한 멜론을 몇 개 발견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주로 먹은 것은 농부 시장에서 남은 채소들로, 내 친구가 내게 주지 않았다면 버려졌을 음식이었다. 기름을 둘러 시든 케일, 비트, 리크를 볶고 소금을 뿌리니 보기엔 안 좋아도 맛은 훌륭했다.

다시 시도해 보겠느냐고? 당신도 한 번 해볼까 싶다고? 아마도.

정말이지 나쁘지 않았다. 역겨운 맛이 나는 음식은 없었다. 2주 지난 달걀은 분명 신선하지 않았지만 못 먹을 것은 아니었다. 노른자가 조금 퍽퍽했던 것도 같지만, 안전을 위해 평소보다 오래 익혀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베이컨 몇 줄, 맛이 가고 있는 치아바타 빵과 곁들이니 꽤 맛있는 아침식사가 되었다.

그러나 날짜를 넘긴 음식을 먹는 것은 불편하다.

슈퍼마켓은 ‘판매 기한’이 지난 식품을 잽싸게 버린다. 그래서 날짜를 넘긴 제품들을 모으는데는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들 중에서는 ‘사용 기한’이 몇 년 남은 것들도 있어서, 실험 중에는 먹을 수가 없었다(미안해, 쿠스쿠스!).

이 식단을 유지하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어졌다. 닭고기, 베이컨, 채소만 먹는 게 지겨워졌고, 친구들과 신선한 음식을 먹고 싶다는 유혹이 때로는 너무나 강했다. 어느 날 해변으로 놀러갔을 때 나는 포기하고 신선한 생선을 먹었다. 바다까지 갔으니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날짜를 넘긴 식품이라고 반드시 바로 버릴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싶다. 먹기 전에 상할 정도로 음식을 쌓아두지 않는 게 좋다. 하지만 냉장고에서 뭔가를 꺼내 보니 날짜가 지나있다 해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냄새와 맛이 괜찮다면 아마 먹어도 될 것이다. 아니면 버리는 수밖에.

허핑턴포스트US의 I Ate Expired Food For A Week And Didn’t Die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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