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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결정 이후의 한중관계

사드 배치로 가장 직접적이고 큰 영향을 받을 양자관계는 한중관계이다. 사드가 군사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혐의가 짙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는 한중관계의 진전을 외교적 성과로 과시해왔는데 임기 후반기로 접어들며 한중관계는 수교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항우가 유방을 초청한 연회에서 항우의 부하가 칼춤을 추며 유방을 죽이려고 시도했던 고사에서 유래한 "항장무검, 의재패공(項莊舞劍, 意在沛公)"이라는 말을 인용했다. 사드 배치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판단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 이남주
  • 입력 2016.07.21 06:03
  • 수정 2017.07.22 14:12
ⓒJason Lee / Reuters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가장 직접적이고 큰 영향을 받을 양자관계는 한중관계이다. 사드가 군사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혐의가 짙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는 한중관계의 진전을 외교적 성과로 과시해왔는데 임기 후반기로 접어들며 한중관계는 수교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사드 배치가 한중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사실은 중국이 그동안 사드 배치에 강하게 반대했다는 점에서 쉽게 예측할 수 있다. 한국이 미국과 사드 배치와 관련해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중국 왕 이(王毅) 외교부장은 2016년 2월 14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드체계가 포괄하는 범위, 특히 X-밴드 레이더가 탐지하는 범위는 한반도 방위의 필요를 크게 넘어 아시아대륙 내부까지 미친다. 중국의 전략안보이익에 직접적으로 해가 될 뿐 아니라 이 지역의 다른 국가들의 안보이익에도 해가 된다"라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반대 목소리를 높여가는 중국

당시 왕 이는 항우가 유방을 초청한 연회에서 항우의 부하가 칼춤을 추며 유방을 죽이려고 시도했던 고사에서 유래한 "항장무검, 의재패공(項莊舞劍, 意在沛公)"이라는 말을 인용했다. 사드 배치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판단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X-밴드 레이더가 문제인 이유는 이것이 중국의 탄도미사일 관련 정보를 탐지해 중국의 미국에 대한 핵보복능력을 약화시키고 미국의 군사력 우위를 구조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중국정부가 공식적으로는 많이 언급하지 않았지만 중국언론에서는 사드 배치로 한국이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체제로 편입되고 한미일 군사동맹체제가 강화되며 동북아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국 포위망이 구축되는 것도 우려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시 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나서서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3월 31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사드 배치는 "중국의 국가안보이익에 해를 끼치고 지역의 전략균형에도 해를 끼쳐 다른 이에 해가 되고 자신에게도 해가 된다(损人不利己)"라고 주장했다. 또한 6월 러시아 푸틴(V. Putin)과의 회담 이후 발표한 공동성명과 한국 총리 황교안과 만난 자리에서의 발언을 통해 반복해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사드가 한국에 배치되는 것도 큰 문제이지만, 이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나가는 것이 중국외교의 신뢰도를 크게 저하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으로서는 군사안보적 측면에서나 외교적 측면에서 모두 일정한 대응이 불가피하다. 이에 한국정부는 별문제 없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으로 일관하고 있는 반면, 중국의 보복으로 한국경제에 당장 심각한 위기가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중국의 대응이 당장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일은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에 안보적,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주게 될 것이다.

외교안보와 경제 상황에 미칠 악영향

우선 중국과 러시아가 사드 배치에 군사적으로 대응하면서 동북아 군비경쟁이 촉발될 것이다. 중국 내에서는 사드가 배치된 지역에 대한 타격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만이 아니라, 미국에 대한 핵보복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 핵무기의 질과 양을 모두 제고해야 한다는 논의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이 중국과 군사적으로 갈등관계가 구조화되고 한중관계 전반과 한반도 비핵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다른 영역에서 중국의 대응도 문제이다. 중국이 당장 대규모 경제보복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노골적이고 대규모로 경제보복에 나선다면 한국을 완전히 미국과 일본 편으로 넘어가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여전히 한국이 한미일 군사동맹에 완전히 편입된 상태로 보지는 않는다. 이렇게 보면 한국의 다른 외교적 공간을 완전히 소멸시키는 것은 아직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안 그래도 한중 경제관계의 상호보완적 성격이 약화되는 추세 속에서 한국경제에 대한 중국의 견제는 상황변화가 없는 한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이다. 이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이나 중국인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국내기업에 계속 부담을 줄 것이고, 한국이 소위 북방경제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기도 어렵게 만든다.

사드 배치 결정, 반드시 재고해야

이같은 상황이 굳어지면 우리는 1992년 한중수교 이후와는 전혀 다른 외부환경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중국과 유라시아대륙이라는 한쪽 날개를 잃어버리고 다시 미국이라는 다른쪽 날개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일부에게 강변하듯이 중국의 압력에 굴복해야 하는가에 있지 않다. 이처럼 한쪽 날개를 자르는 희생을 치르면서 사드를 배치할 필요가 있는가에 있다. 그런데 국방부 스스로가 사드가 북한의 군사적 공격을 방어하는 데 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며 사드신화는 이미 무너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한쪽 날개를 스스로 잘라내고 자신의 안보를 더 위태롭게 만드는 선택을 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재고가 불가피한 이유이다,

이와 함께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한 다른 길은 없었는가라는 질문도 동시에 던져야 한다. 문제의 씨앗은 제재일변도의 대북정책이 초래한 남북의 군사적 대립과 북한의 핵능력 강화라는 상호작용 속에서 뿌려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파국으로 치닫는 분단체제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찾지 못하는 한 우리는 제2, 제3의 사드사태와 더 심각한 군사적 갈등을 피할 수 없다.

* 이 글은 창비주간논평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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