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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신' 박준수 피디와 임난경 작가는 환상의 듀오다[인터뷰]

  • 박세회
  • 입력 2016.07.21 11:11
  • 수정 2016.07.21 12:33

엠넷이 밀고 있는 새로운 장르의 예능 프로그램 '음악의 신 2'가 끝났다. '빚이 69억'이라는 이상민이 방송 복귀를 꿈꾸는 탁재훈과 LTE라는 기획사를 차리고 'C.I.V.A'(시바)라는 아이돌 그룹과 '브로스'라는 힙합 크루들을 키워내는 내용이다. 그런데 워낙 진짜 같아서 보다 보면 헷갈린다. 진짜 이상민의 빚은 69억일까?(정확하진 않다고 한다) C.I.V.A는 엠카운트다운에서 데뷔도 했던데, 정말 있는 그룹인가? (그게 마지막 무대였다) C.I.V.A의 팬클럽 이름은 '씨바라기'라는데, 회원은 있을까? (이건 진짜. 벌써 회원 수가 3천 명이 넘었다)

박준수 PD(좌)와 임난경 작가(우).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부터 뻥인지 모르겠는 이 이상한 예능을 만든 두 주역, '음악의 신'부터 '방송의 적'을 지나 6년째 쭉 함께한 병맛 예능의 신, 박준수 PD와 임난경 작가를 만났다.

'음악의 신 2'는 진짜로 망한 건가요?

=임난경 아뇨? 망하지 않았어요. 시즌 1에 비하면 섭외도 잘 되는 편이었고요.

=박준수 시청률은 시즌 1의 거의 2배 정도 나왔을 거예요. 내부에선 분위기 좋았어요. 목표 시청률도 어느 정도 채웠고.

근데 왜 방송 중에 자꾸 이상민 씨가 '이 프로그램 망했다'라고 얘기하는 건가요? 남들은 잘 나가는 척하기도 바쁜데요.

=박준수 (이 방송의) 풍조 중에 '자학'이 있잖아요. 상민이 형한테도 이혼 얘기를 여러 번 시켰거든요. 그런 거죠.

심의에도 걸렸다면서요?

=임난경 많이, 엄청 걸렸어요. 말도 안 되는 것도 좀 있었어요. 영광이가 방귀를 뀌어서 다른 사람 코에 대는 장면도 걸렸을 걸요?

=박준수 방심위에서 그 건으로 징계를 내린 건 아닌데, 영광의 방귀 장면이 시청자를 불편하게 했으니 징계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의견 진술서를 내라는 요구는 있었어요. 어쩔 수 없이 정말 말도 안 되는 변명을 썼죠. "출연자가 진짜로 방귀를 뀐 건 아니다. 코에 가져가는 시늉만 했을 뿐이다". 그것뿐 아니라 "(극 중에 등장하는 걸그룹) C.I.V.A는 룰라의 '날개 잃은 천사'에 나오는 가사 '사바 사바'를 변용한 거다"라는 진술서도 써서 냈어요.

단어의 사용도 그렇고, 중간마다 나오는 '허세' 캐릭터들도 그렇고 불편할 때가 있었어요.

=박준수 그건 저희가 던지고 싶은 메시지와 연관이 있어요. 음악의 신을 통해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사기꾼이 정말 많고 '설마' 싶은 일들이 실제로 벌어진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어요. 연습생들 데려다가 청소시키고, 매니저한테 욕하는 일들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라는 걸 이상민을 통해서 희화화하고 패러디해서 보여주고 싶었어요. '병신', '양아치'같은 단어를 여과 없이 쓰며 극한까지 보여준 이유도 실제론 더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임난경 기획사에선 연습실 사용료를 연습생에게 달아놓고, 녹음하고 엔지니어 비용을 안 주는 일들이 비일비재해요.

처음에 '음악의 신'을 봤을 땐 '한국에서 이런 걸 하다니! 좋은 의미에서 또라이다'라고 생각했어요.

=임난경 전 또라이 아닌데요....(웃음)

=박준수 또라이는 아니고, 그냥 재밌는 걸 좋아할 뿐이죠. 우리가 재밌다고 생각하는 결이 '삼시세끼'랑은 조금 달랐던 거고요. 예전에 리얼리티를 많이 해봤어요. 상황을 만들어주고 연예인들이 언제 재밌는 걸 하나 기다리는 거죠. 기다리다가 지치더라고요. '차라리 재밌는 걸 다 만들어 놓고 리얼리티처럼 포장하면 촬영도 빨리 끝나고 테이프도 아낄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을 했어요.

=임난경 좋을 줄 알았는데, 잘못 생각한 거죠.(웃음)

'리얼리티 쇼' 내지는 '음악 예능'이라고 얘기 하지만, 사실 한국에 없던 장르죠. 굳이 한국의 장르 구분으로 나누자면 대본이 꽉 짜인 가상의 시리즈 물이란 점에서 '시트콤'에 더 가깝지 않나요?

=박준수 그렇죠. 대본도 다 나와 있고 거의 전부 연기고요. 아마 가장 가까운 건 릭키 제바이스의 '라이프 이즈 투 쇼트'이나 '엑스트라스'일 거예요.

'음악의 신'이라는 구체적인 콘셉트는 어떻게 생각하게 되었나요?

=박준수 당시에 힙통령, 춤통령 그런 애들이 속속 등장하던 시절이었는데, 작가님이랑 기획하다가 '얘네를 데리고 기획사를 차리면 얼마나 재밌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쯤에 둘이 릭키 제바이스의 작품을 보게 됐죠. 분명히 연기인 건 알겠는데 실제처럼 포장을 해놓으니까 정말 재밌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임난경 때마침 PD님이랑 '문나이트 90'에서 이상민 씨를 인터뷰했던 게 인연이 됐죠.

작업 과정도 생소했을 것 같아요.

=박준수 기본적으로 작가님은 지문까지 시트콤처럼 거의 완벽한 대본을 만들어 주는데, 그걸 연기자들이 살릴 때도 있고 못 살릴 때도 있고 그래요. 현장 분위기는 별로였는데 편집에서 재밌어지는 경우도 있고요. 좋게 말하면 대본이 좀 안 좋아도 연기로 살릴 수 있고, 연기가 좀 안 좋아도 편집으로 살릴 수 있는 상호보완적인 관계인데, 이걸 다르게 말하면 서로 대본 욕하고, 편집 욕하는 관계이기도 하는 다 같이 힘든 관계죠.

=임난경 리얼리티 쇼라면 상황만 던져줬을 텐데, 이 작품에서 그건 도박이죠. 그런데 시청자들은 이상민 씨나 탁재훈 씨가 실제 상황을 상정하고 던지는 애드립들을 더 좋아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작가로서는 김빠지기도 하지만 고마울 때도 많아요. 대본을 정말 거지같이 줬는데도 이렇게나 잘해줘서 다행이다 싶었던 적도 여러 번 있어요.

작가님은 촬영 현장에는 가시나요?

=임난경 현장에는 못 가고, 심지어 제가 말도 안 되게 쪽 대본을 날리는 경우도 있어요. 대본 수준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주고 싶지 않은데, 돈은 받았으니 안 줄 수 없어서 울면서 보내는 경우가 있었어요. 회차가 진행되면서는 그런 경향이 적어지기는 했지만요. 출연진들이나 PD님이 매우 힘들었을 거예요.

=박준수 (쪽대본은) 보호해드리고 싶었는데, 작가님이 완벽주의 성향이 있어서 촬영장에서 막내 작가가 뽑아오는 경우가 있었죠.

'음악의 신'의 최대 수혜자는 누구라고 생각하나요?

=박준수 이번 시즌은 이상민 씨한테 저희가 혜택을 받은 격이죠. C.I.V.A의 리더로 나오는 이수민 씨도 잘 됐죠. 실제로는 기가 전혀 세지도 않고 굉장히 여린 캐릭터인데, 극중에선 18년 차 연습생에 빙의해서 메소드 연기를 하는 거예요.

=임난경 수민 씨가 가끔가다가 정말 독특한 역할로 나오는데, 본인에게 내재한 끼가 있는 것 같아요. 복합적이에요.

작가님의 모습이 투영된 캐릭터가 있다고 들었어요.

=임난경 어? 어떻게 알았죠? 어떻게 보면 김가은 씨가 극 중에서 가장 정상적인 캐릭터잖아요? 그런데 인터뷰를 할 때면 랩도 하고, 연기도 하고 이상한 걸 많이 하거든요. 제가 평상시에 좋아하는 것들이 투영된 거죠. 매번 잘 살려줘서 고마워요. 여성시대, 쭉빵카페 등을 돌아다니며 웹서핑을 하는 것도 제 모습이 투영된 거고요.

임 작가의 페르소나라는 김가은 씨. 출연진 중 유일하게 '전문 배우'라 할 수 있다.

가끔은 '이게 연기야?' 싶을 만큼 사실적인 장면도 있었어요.

=임난경 PD님이 몰카를 너무 사랑해요. 몰래카메라를 할 때면 서로에게 다른 대본을 줘요. 예를 들면 김가은 씨 생일에 이상민 씨가 '이거 방송 어차피 망했는데 이제 접자'고 폭탄 발언을 하는 녹화가 있어요. 그리고는 나중에 '몰래카메라야'하면서 생일을 축하해주는 내용인데, 김가은 씨가 펑펑 울었죠. 정말 몰랐기 때문이에요.

=박준수 갑작스레 사무실에 가슴이 파인 옷을 입고 등장하는 정두리 씨나, 탁재훈 씨를 만나러 온 최여진 씨 같은 경우도 대본에 없이 등장시킨 거였어요. 대본에 있었다면 놀라는 척을 했을 텐데, 우리가 원한 건 진짜 놀라는 장면이었거든요.

어쩐지 연기를 너무 잘하더라고요.

=박준수 그게 연기라면 연기의 신이죠.

작품에 등장했다가 망가진 사람들에게 미안하진 않나요? 예를 들면 발라드 가수인데 '니냐니냐뇨'로 바보 흉내를 내야했던 존 박이라든지요.

=임난경 어차피 이 바닥이 서로 다 이용당하고 버림받고 그러는 거죠.(웃음) 물론 미안하죠. 근데 재미가 없어야 미안한 거지 재밌으면 미안하지 않아요.

=박준수 사실 이 프로를 만들면서 '흑역사'를 대하는 태도에 약간 변화가 생긴 것 같아요. 시즌 1 때만 해도 흑역사를 끄집어내거나 망가지는 게 무서운 사람들은 섭외가 안 됐어요. 지금은 (출연진들이) 그 흑역사를 가지고 웃길 수 있느냐 없느냐를 더 중요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가장 미안한 경우는 통편집해야 했던 경우에요.

음악의 신에서 가장 확실히 똘기를 보여준 이수민 씨.

두 분이 꽤 오래 같이 작품을 만든 콤비로 알고 있어요.

=임난경 이제는 마지막일 것 같지만요. (웃음) 2011년 '문나이트 90'에서 제가 서브 작가로 있을 때부터니까 6년 차가 되었네요.

=박준수 둘 다 힘들 때 만났죠. 둘이서만 계속 같이한 건 아니고 서로 다른 PD랑 하기도 했어요.

서로 숨겨둔 말이 많겠어요.

=임난경 프로그램하고 있을 때 물어보셨으면 할 얘기가 참 많았겠지만, 끝나고 난 마당이라. 추억은 미화되기 마련이잖아요. 저는 제 약점을 잘 알아요. 방송국은 속도가 중요한데, 저는 늘 버겁게 일을 하거든요. 아직도 진로문제로 고민하기도 해요. 그런데, PD님은 화를 내다가도 다시 부르는 걸 보면 그걸 좀 안고 가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솔직히 '음악의 신 1'을 하고 나서는 '다시는 볼 일이 없겠구나!' 했거든요. 그런 게 고마워요.

=박준수 솔직히 작가님이 좀 힘들게 일하는 스타일이에요. 완벽주의자라 자신을 채찍질하고 자신의 능력을 필요 이상으로 깎아내리는, 뭔가 루저 감성이 있어요. 저도 루저 감성이 있는데 그런 루저 감성이 저희 작품과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음악의 신도 루저들 얘기잖아요. 그런 걸 보면 우리의 유머코드가 확실히 맞는 것 같기는 해요. 대중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재밌으면 작가님도 재밌고 작가님이 재밌으면 저도 재밌어요. 대본 수준이 제가 보기에 가장 흡족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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